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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가 된 사람들[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 때문에 고향 잃은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들이 핵발전소가 있는 해변에 절절하게 녹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장영식

올해는 핵발전소 때문에 삶의 터를 잃고 쫓겨나 유민의 삶을 강요받은 세월이 50년이 됩니다. 1969년 초겨울,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고리에서 쫓겨나 골매 마을로 이주했을 때는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그 추운 겨울을 군용 천막에서 보내고, 다음 해 봄부터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신고리 핵발전소 건설로 2017년에 신암 마을로 이주를 해야 했습니다. 새집에서 번듯하게 살게 되었지만, 언제나 마음은 허할 뿐입니다. 고향 잃은 실향민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것도 손을 뻗으면 잡을 듯 눈앞에 보이는 고향을 보고도 갈 수 없는 타인의 땅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제는 고향에서의 기억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두 번의 허리 수술 끝에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스물아홉 살에 상어잡이 원양어선 선장으로 바다를 나갈 때의 좋았던 시절이 그립기만 합니다.

50년의 이주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때문에 두 번이나 삶의 터를 잃었지만, 아직도 핵발전소 지역을 떠나지 못해 발전소가 된 사람들의 절절한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고리와 신고리 해변을 걷는 발걸음이 사진기보다 더 무겁기만 합니다.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핵발전소 때문에 고향을 잃은 50년의 세월 동안 한순간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고리에서의 시간들이 조금씩 조금씩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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