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뿌리님’, ‘도시 꽃님’이란 말이 있습니다. 고향이요 도시의 뿌리인 농촌에서 살아가는 농민들이 바로 뿌리님들이고 그 뿌리의 도움으로 도시에서 살아가는 도시생활자들이 바로 꽃님들입니다.

농민주일을 맞아 서울 사는 도시 꽃님들이 원주 대안리 공소 농촌 뿌리님들을 만났습니다. 공소 농민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서울 꽃님들 오신다하여 공소 앞마당을 쓸고 쌀을 불리고 점심밥으로 함께 나누어먹을 곤드레 나물을 손질했습니다.

또 공소 옆 곳곳에 핀 이름 모를 꽃들과 채송화, 해바라기 등을 꺾어 와 소박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제대 꽃을 마련합니다. 이런 공소 신자들의 마음을 하늘도 아셨는지 바로 전날까지 내리던 비도 멈췄습니다.

도시교구, 농촌교구 어른들이신 주교님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서울서 내려오신 주교님은 감자밭과 옥수수 밭 아래 농민들이 직접 마련한 제대의 모습과 분위기가 너무 좋아 “바로 이곳 농민들이야 말로 생명을 선택한 분들이고 이분들 때문에 우리가 살아간다.”며 목소리 높이십니다.

미사가 끝나고 곤드레 밥과 나물무침 그리고 김치찌개와 막걸리로 함께 배를 채우고 공소 옆 밭에서 흙 만지며 감자도 캐고 옥수수도 땄습니다. 그사이 마을 형님들은 숯불을 피우고 서울 꽃님들 오신다고 미리 잡아 놓은 돼지고기와 공소 별미 양념 오징어를 불판에 올립니다.

지글지글 고기는 익어가고 감자 캐고 옥수수 따고 내려온 도시 꽃님들은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농민들과 고기 한 점씩 나누어 먹습니다. 그 옆에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색색 길쌈놀이를 하고, 막걸리에 분위기에 취해 흥 겨우신 동네 어르신 한분 마이크 잡고 한 곡조 뽑습니다. 이윽고 모두가 풍물 가락에 함께 손잡고 신나게 공소 앞마당을 몇 바퀴 돌고 나니 도시 꽃님들과 농촌뿌리님들이 구분 되질 않습니다. 모두가 꽃이요 뿌리고 모두가 하나입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도시 꽃님들은 농민들 두터운 손잡으며, 고된 농사일에 한없이 작아진 내 할머니 같은 마을 할머니 어깨 꼭 껴안으며 서로 인사 나눕니다. 자기 손으로 캐고 딴 감자와 옥수수를 한망씩 들고 차에 오르고 나니 농촌뿌리님들은 캐고 남은 감자도 박스에 담아 차에 실어줍니다. 서울 올라가며 배고프면 먹으라고 방금 찐 옥수수도 봉지에 담아 차마다 올려줍니다.

‘농민주일’은 도시 사람들이 이 땅의 농민들을 일 년에 하루 만이라도 기억하고 섬기고 업어 드려야 하는 날인데 이날 오히려 저희가 섬김을 받았습니다. 그 섬김과 나눔 때문에 저희가 살아갑니다. 모든 생명이 살아갑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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