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 한마당 잔치 열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3일 명동성당 일대에서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 한마당 잔치’를 열었다.

올해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25주년을 맞았다.

우리농운동은 1994년 쌀수입 개방에 맞서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주교단이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며 우리 농민과 농토, 농업을 살리기 위해 지원하겠다며 시작한 운동이다.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 생활공동체협의회가 주축인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는 2018년 말 현재, 10개 교구 207개 본당 생활공동체, 활동가 약 20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가톨릭농민회는 농민회 미창립 교구 포함 13개 교구, 분회 70개, 농민 77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생산한 생명농산물 나눔 장터, 생명농 전시 마당, 공연과 놀이 마당, 먹거리 마당 등이 진행된 가운데 봉헌된 ‘가을걷이 감사미사’는 염수정 추기경과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담당 유경촌 주교와 사제단 그리고 각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강론을 통해 최근 정부가 20년간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농업 분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과 관련, “농업은 경제적 가치와 돈의 논리로만 평가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가 25년 전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시작한 것 역시, “생명산업의 일꾼임에도 물질중심 사회 속에서 소외되는 농민들에 대한 우리 교회의 복음적 선택이며, 생명에 대한 선택이었다”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우리의 삶을 온전히 하느님의 선의와 믿음 안에서 완성시킬 수 있으며,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하고 적절한 생명운동의 한 과정, 농촌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생활공동체 운동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운동,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명동성당 앞마당에서는 각 교구에서 생산한 생명농산물 나눔 장터가 펼쳐졌다. ⓒ정현진 기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백광진 신부는 25살 청년으로 성장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농민과 함께하게 되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지키는 농민들과 함께 우리농운동은 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청년으로서 생명의 먹을거리에 담은 가톨릭교회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는 선교사”라고 말했다.

또 백 신부는 “개도국 지위의 포기라는 위기의 상황에서 반세기 생명농업의 현장에서 땀 흘려 온 가톨릭농민회의 영성을 다시 널리 알리고, 생명 농산물이 지닌 가치를 통해 우리의 식탁이 생명의 식탁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은, 25년 전 교회의 결정과 그동안 전 교구에 우리농운동이 확산된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라며, “우리농운동은 처음 10년을 바라본 운동이었지만 하느님 창조사업의 연장선에서 그만둘 이유도 없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할 운동이 되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정 회장은 우리농운동은 생명운동이며, 따라서 앞으로 더욱 교회답게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해 교회가 입장을 밝히는 등 주교회의 내에서 농민과 농업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농운동 안에서 만들어 내는 도시와 농촌 교류의 장이나 본당 매장, 직거래 장터 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사례가 여전히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회와 각 교구 차원에서 보다 책임감 있게 이 운동을 지원하고 실무자, 농민, 활동가에 대한 물심양면의 지원이 이뤄지는 것도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미사 뒤, 염수정 추기경과 권혁주 주교가 생명쌀로 만든 떡을 신자들과 나누기 위해 떡 메치기에 나섰다. ⓒ정현진 기자

전국 우리농 생활공동체협의회 이성남 회장(부산교구)은 “25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많은 농민, 활동가, 실무자, 사제들이 투신하고 헌신한 시간이었다”며, “우리농운동이 여기까지 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 시간에 어려움이 있었듯이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우리농운동은 농민과 활동가들이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는 것이지만 그 중심과 기본에는 하느님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 하느님은 농부이시라는 말을 중심에 두고 그 안에서 어긋나지 않게 우리의 몫을 해 나가려 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활동가 양성이나 우리농 활동에 대한 교회의 시선 등은 여전히 안타까운 점이 많다면서, “농민들이 생산한 귀한 농산물을 잘 나누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무엇보다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이 생태 사도로서 생명과 환경에 대한 생각을 잊지 않고 삶의 자리에서 스스로 실천하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장 안영배 신부(안동교구)는 25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왔지만 이 운동을 시작할 때의 농업 상황은 지금까지 나아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교회도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는 규모의 경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신부는 “그동안 교회가 농민의 처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해 온 것도 많지만, 농민에 대한 걱정과 함께 농업 자체, 농촌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지 않으면 단순히 어려운 사람만 돕자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교회도 그 흐름에 젖어 가는 모습도 있고 그래서 구조적인 세상의 문제, 이웃의 문제를 함께 바라보지 못해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면서, “농업 자체의 중요성을 교회가 함께 생각하고 책임 지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또 기후위기와 관련한 농업의 문제 역시 고민하면서, 농민 스스로도 많이 어렵지만 도움을 청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할 일을 찾는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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