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가을 감나무. (이미지 출처 = Pixabay)

11월의 감 홍시

- 닐숨 박춘식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껍데기의

목이나 모가지는 어디서나 딱딱합니다

하지만 엷은 껍질에서 조금 비치는

말랑말랑한 참회의 얼굴은 붉게 빛납니다

 

감나무의 11월 홍시가

저승 문 앞에서, 뜨거운 목소리로

깊은 성찰에 대하여 강론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11월 4일 월요일)

 

'껍질'과 '껍데기'의 의미를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말하고, '껍데기'는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말합니다."라고 바르게 설명한 사전의 글입니다. 행여 잘 모르는 분이 계실까 하여 여기 올렸습니다. 감 홍시는 껍데기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껍질은 겸손한 느낌이 들고 껍데기는 거만한 사람들로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껍데기’ 하면 신동엽 시인이 번쩍 떠오릅니다. 죽음 앞에서 “내가 왜 죽어?” 하고 목덜미가 뻣뻣한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죽음은, 하느님의 섭리로 육신이라는 허물을 벗는 일이니까 아주 겸허하게 또 감사하는 자세로 받아들여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11월입니다. 망자를 위하여 기도하시면서 자기 죽음 준비도 잘하는 위령 성월이 되시기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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