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 사회원로ㆍ대표 664명이 7월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용산참사 해결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며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정부가 "검찰과 경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공안 통치를 강화하여 민주주의를 근간에서부터 부정하는 모습이 용산참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며 이것이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권위원장에 비리의혹을 받거나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을 기용하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강제진압하여 '제2의 용산참사'를 일으키려는 모습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죽음을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 이상 유가족들이 거리를 헤매지 않도록, 참사 희생 철거민들의 참혹한 시신이 순천향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갇혀 있지 않도록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산참사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이 정부는 비극적인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용산참사 반년, 사회 원로 대표 시국선언] 전문
용산참사 해결없이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던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지난 7월 20일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반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죽었습니다. 용산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사람을 죽인 이 정권은 나날이 흉포화되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장하는 이들을 감옥으로,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았습니다.
용산참사는 생존권을 요구하며 망루투쟁을 하던 철거민들을 하루 만에 잔인하게 경찰이 강제진압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고, 경찰의 진압 매뉴얼도 무시한 강제진압은 결국 화염 속에서 사람이 6명이나 죽는 비극을 낳았습니다. 그런 뒤에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강제부검을 하고, 언론과 유가족들이 제시하는 의혹들은 모두 무시한 채 대규모 검찰수사본부는 ‘철거민 유죄, 경찰 무죄’라는 결론에 맞춰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그리고 범대위가 주최하는 모든 추모대회를 불허하며 추모와 저항의 물결을 가로막았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실 규명했다는 수사결과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규명할 결정적인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서 재판이 파행에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편파?왜곡?축소 수사를 지휘한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가 여론의 반격을 받고 낙마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런 모습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재산형성과정에서 각종 투기 의혹이 일었음에도 임명이 강행되었고, 인권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인권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임명되었습니다. 또한,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적 신문재벌들의 방송진출을 보장해 주는 미디어악법을 국민여론의 절대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폭력적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무력화하며 남북관계를 파난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자르지 말고 일하게 해달라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열망을 짓밟고 용산참사를 일으킨 경찰특공대와 공격용 컨테이너 박스를 동원해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도장 공장을 무력 진압하겠다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제 2의 용산참사가 일어날 위험천만한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이미 정부가 용산참사의 처리과정에서 예고되었던 것입니다. 검찰과 경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공안 통치를 강화하여 민주주의를 근간에서부터 부정하는 모습이 용산참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며 이것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 없이 이 정권에서 어떠한 민주주의의 진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6개월 넘도록 청와대, 국회, 검찰, 경찰, 서울시, 용산구 등 관련기관을 찾아다니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반년동안 청와대는 철거민과 유족들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서울시, 용산구는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민간인들끼리의 일이라고 치부하며 무대책과 책임전가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은폐, 조작한 검찰은 피고인의 항변권마저 가로막으며 헌법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눈물 마를 날 없는 이 유가족들은 고인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유가족들이 거리를 헤매지 않도록, 참사 희생 철거민들의 참혹한 시신이 순천향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갇혀 있지 않도록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합니다. 유족과 철거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소통의 정치- 국정쇄신은 용산참사를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이 죽은 참사를 6개월 넘도록 해결하지 않고, 장례도 지내지 못하도록 하는 비극적인 일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용산참사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이 정부는 비극적인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 또한 용산참사를 해결하고, 고인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장례를 지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임을 선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