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성모자상. (이미지 출처 = Pixabay)

기도의 진정한 묘수

- 닐숨 박춘식

 

 

스물네 시간인 하루, 제가

주님의 기도를 두 번만 바치니까

하느님은 멀뚱히 하늘에서 굽어보십니다

다음 날 주님의 기도를 열두 번쯤 하니까

구름이 하느님 방석으로 보입니다

영광송을 하루 백 오십 번 바친 그 날은

열 걸음 앞에서 하느님이 빙긋 웃으십니다

 

어느 날, 독한 맘으로 하느님을 천 번 찾으면서

성모님을 사천 번 이상 부르며 도와달라고 하니까

우야꼬, 하느님이 감감 사라집니다

실성하듯 거품을 튕기며 부르니까 그만, 도망가신 건지

두리번 살펴보다가 꺼억 기절초풍 엎어집니다

모래알도 나비도 꽃밭도 빨랫줄도 강아지도

하느님 향기에 짓눌려 어기적대며 헉헉거립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10월 21일 월요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기도는 필수품 중에 최상 필수품입니다. 매일 성당에 가서 세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기도 안 하면 신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냉담 교우를 만나면 성당에는 천천히 나와도 좋으니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꼭 하라고 저는 일러줍니다. 기도문을 외우지 못하면 그냥 단순하게 ‘하느님, 저를 보호하여 주소서!’ ‘저의 가족들을 보살펴 주소서!’ 저녁에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되, 어느 지방에서는 밥이나 반찬을 한 번 건네주면 정이 없다며 두 번 세 번 떠 주는 것처럼, ‘주님 감사합니다!’를 한 번만 뻘쭘 바치지 말고 서너 번 하면 하느님께서도 ‘그놈 참 정답게 세 번씩 하는구나!’ 웃으신다고 말씀드립니다. 기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누가 물으면, 신심 깊은 신자에게 가서 자세한 말을 듣고 실천하되, ‘기도 안 하면 나는 죽는다!’ 또는 ‘기도하면 살고, 기도 안 하면 뒈진다!’를 하루 서너 번 생각하면서 머리 터지도록 기도하라고 말해 줍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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