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묵주기도. (이미지 출처 = Pxhere)

놀라운 묵주의 꿈

- 닐숨 박춘식

 

뇌세포가 약간 헝클어진 아이가

기발한 묵주를 만들어 성당에 옵니다

 

다섯 주머니를 꼭 들고 기도하는데

첫 주머니 안에는 살구 열 개

둘째 주머니에는 딸기 열 개

삼단 주머니는 대추 열 개

사단 주머니에는 블루베리 열 개

다섯째 주머니는 방울토마토가 열 개

성모송 한 번에 한 알을 입에 넣어 먹습니다

 

먹보라는 친구랑 같이 먹으며 기도하는데

신자들이 미친놈이라고 쫓아내려고 합니다

그 순간 모두 놀라 무릎을 꿇고 바라봅니다

두 아이가 성모송 한번마다 과일을 먹으려는데

성모님이 하나를 세 개로 만들어

주머니를 든 아이와 먹보에게 하나씩 주신 다음

성모님도 한 개를 맛있게 드십니다

 

시월 어느 날 밤

이런 꿈을 꾸어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하지만 신나는 상상을 성모님에게 먼저 드립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9월 30일 월요일)

 

묵주기도만큼 편안하고 마음 푸근한 기도는 없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길을 걷다가 어느 분이 묵주를 들고 기도하며 가는 것을 보면, 반가우면서 마치 제가 기도하면서 마음으로 그 뒤를 따라가는 즐거움을 잠시 누립니다. 묵주기도에 대한 기적을 모아서 펴낸 책(번역본)을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을 읽을 때 제가 느낀 것은 ‘묵주기도는 기적을 만드는 기도’라는 사실이었고,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묵주기도가 아름다운 기도이기 때문에,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주일마다 저녁에 전 가족이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미 실천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가족이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면 성모님께서 얼마나 좋아하실는지 상상만 하여도 신바람 나는 느낌이 듭니다. 10월은 묵주기도 성월이니까 더더욱 묵주기도를 가까이하시어 성모님의 많은 도우심을 받으시기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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