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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불가능에서 가능으로”종교계, 시민사회 기후위기 대응과 탈성장 논의2

"공정, 생태, 지속가능, 자발성, 참여, 적정 규모의 경제, 적절한 수준의 생산과 소비"

‘탈성장’을 정의하는 말이다. 탈성장에 대한 논의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 첫 단계다. 종교, 시민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에서 더 나아가 문명과 삶을 전환하는 논의로 탈성장을 다뤘다.

24-25일 열린 ‘기후위기 대응과 탈성장을 위한 오이코스 포럼’ 둘째 날 주제는 ‘탈성장과 대안경제’로 경제, 공동체, 노동, 농업, 종교, 청년별로 탈성장 사회를 논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 봤다.

이날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연구실장은 포럼을 시작하며 “큰 교회를 지향하는 성장담론이 가톨릭 교회 안에도 있다. 탈성장과 관련해 교회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먼저 기조강연에서 건국대 최배근 교수(경제학)는 탈공업화를 지난 현재를 “문명의 이행기”로 규정하며, 탈성장을 위해 선진국의 경제성장 중단과 저개발국의 성장추구를 막을 경제적 조건이 가능한가를 살폈다.

그는 “한정된 세상에서 무한한 성장은 불가능하다에서 불평등이 확장되는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담론으로 옮겨 가야 한다”면서 “소비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쪽으로 삶의 자세를 바꿔야 하는데 이는 매우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성장지상주의는 근대산업화에 기초한 것이다. 근대산업 환경에서는 국민국가 단위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성장의 결과물이 고르게 배분되지 못해도 기회는 균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탈공업화와 신자유주의로 그 믿음이 깨졌다.

공유와 협력, 정보와 가치 중심의 경제로 전환되는 지금 근대환경을 벗어나지 않으면 기후위기나 미래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최 교수는 “인간형, 분배시스템과 사회규범 등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금융의 민주화, 기본소득 보장, 자치와 협력에 기반한 자율민주주의, 책임과 철학을 전제한 교육, 호혜적 분배체계를 갖춘 사회변혁, 관계와 목적에 가치를 두는 평가방식으로 전환”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그는 "모든 생명이 연결됐다는 의식과 네트워크 경제가 필요"하고 "새로운 경제에서는 교감과 자율성을 지닌 인간형, 타인의 이익을 배려하고 보장해야만 자신의 이익도 가능한 체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번 포럼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활동가와 건강, 공동체, 노동, 농민, 에너지, 인권, 종교인, 청년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수나 기자

“탈성장, 고용의 지속가능성 같이 논의돼야”

민주노총 홍원표 정책국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분배정의, 탄소제로 정책에 따른 고용위기 등 고용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탈성장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탈성장 논의는 구조조정 등 노동시장 문제와 직결돼 노동자에게 치명적이란 것이 그의 지적이다. 한국은 평균 고용기간이 7년, 비정규직은 1-2년으로 매우 불안하고 50대 이후 노동시장의 주변부로 밀려나기 때문에 일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선의의 연대 차원에서 기후위기나 생태문제에 접근했고 탈성장도 노조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이제는 노동자 자신의 문제임을 알리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업구조와 먹거리 시스템을 지역과 소농 기반으로 바꾸고 생태적 소농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 농민운동단체 ‘비아캄페시나’ 김정열 국제조정위원에 따르면, 이상기후로 전 세계 수많은 농민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농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은 화석에너지에 기반한 대규모 기업농이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4퍼센트가 농업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소농에게 집중된다는 것. 

그는 “지금 농민들은 육체적, 경제적으로 고군분투하지만 시민사회와 정부의 지원이 없어 기운이 빠진 상태"라며 "생태적 순환 농사를 하는 소농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 초국적 자본에 대응하는 길”로 소농에 대한 지원과 정부 인식개선을 주문했다.

포럼 둘째 날, 탈성장과 도농 공존, 자립의 실천 사례를 '밝은누리 마을교육 공동체' 최철호 대표가 발표했다. ⓒ김수나 기자

“탈성장, 환경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 청년의 목소리 지지해야”

탈성장 담론에서 청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 이동광 차장은 “많은 언론이 탈성장하면 청년 일자리가 없어질 것처럼 보도하나 더는 경제성장으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시대에서 경제가 성장해야 청년 삶이 나아진다는 논의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성장은 환경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격차나 차별이 극심한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탈성장을 논의하는 것이며, 이 논의에서 변화의 중심에 있는 청년의 목소리를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생태적 자립을 추구하는 공동체 생활로 탈성장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례로 ‘밝은누리 마을교육공동체’가 소개됐다.

‘밝은누리’는 1991년 청년운동으로 시작돼 10여 년 전 일부 회원이 강원도 홍천으로 귀촌하면서 서울 인수동과 홍천을 잇는 도농 생활공동체가 됐다.

밝은누리 최철호 대표는 “마을이 없으면 생태적 삶도 관념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실제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마을은 울력과 두레, 마을생협으로 대형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호혜적 경제와 자동차, 생필품, 공구, 책 등을 공유하고 마을공방과 마을방앗간 등을 통해 공유경제로 살아간다. 또 청년공유주택과 생태건축으로 주거도 함께 해결한다. 교육부터 의료까지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마을 스스로 해결하고 함께 나눈다.

공동체의 자립생활이 가능하게 된 것에 대해 최 대표는 "관의 지원 없이 민의 자발성을 키워 간 것이 동력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교계를 대표해 종교환경회의 양기석 신부(상임대표)가 천주교는 현재의 위기를 탐욕, 극단적이고 무분별한 착취, 만용의 결과로 본다며 “끊임없이 움켜쥐고 쌓으려는 태도는 절대자의 영역을 넘보는 우상숭배의 극단적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수많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연과 더불어 살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끊임없이 베풀고 나누는 인간 본성을 회복해 종교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촉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다양한 논의과제를 제안했다.

인도 주민활동가 골디 조지 씨는 “경제에 대한 관념적 논의보다 지역에서 실제로 삶을 바꾸는 이들, 탈성장을 실천하는 이들과의 대화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부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전문가그룹을 넘어 가정과 청소년 등 시민사회의 구체적 단위에서 공론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도시 소비자를 위한 구체적 실천 등 후속적 실천 방향이 더 논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 홍원표 정책국장은 유류세 보조를 요구하는 화물연대 노동자와 환경단체의 갈등 사례를 들며 노동자의 생존권과 환경문제의 충돌, 이해관계가 다를 때에 대한 대응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불교 환경연대 조은숙 사무처장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어떻게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긴축의 고통을 어떻게 설득해 낼지 묻는 자리”였다며 종교부터 성장중심의 태도를 내려놓고 반성할 것을 촉구했다.

포럼을 마무리하며 임미정 수녀(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는 “수도자의 삶은 경제성장과 큰 관련이 없다 보니 탈성장을 당연하다고들 생각하지만 각 단위별로 서로 다양한 입장과 해법,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거시적 관점에서 미시적 실천을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기후종교시민 네트워크와 주최단체는 탈성장을 위한 포럼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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