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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막으려면 문명 전환해야”종교계, 시민사회 기후위기 대응과 탈성장 논의1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기후위기를 막고 모두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불평등에 기반한 문명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기후종교시민 네트워크’로 활동하는 천주교를 비롯한 5개 종교단체와 3.1운동백주년종교개혁연대가 24-25일 연 ‘기후위기 대응과 탈성장을 위한 오이코스 포럼’에서 에너지, 건강권, 인권에서 기후변화가 지닌 불평등 문제와 대응방향을 짚었다.

포럼을 시작하며 ‘국제기후종교시민 네트워크’ 민정희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성장담론에서 성장 지속과 멈춤 등 기존 입장이 있지만, 성장이 우리 사회의 여러 불안과 갈등의 원인이기 때문에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며 이 논의를 시민사회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첫날 기조강연에서 인문학자인 김경집 씨(바오로)는 기후위기를 인류의 사회, 정치적 가치의 문제로 살피며 약자의 희생에 기반한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사회적 참회를 주문하고, 교회의 역할로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가치를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부의 세습보다 가난의 세습이 더 문제이며, 강자가 약자의 희생과 불행을 담보로 혜택을 누리는 것을 의연하게 거부하는 것이 복음의 메시지"라고 말하며, “교회가 생명의 존엄성, 나아가 하느님 피조물로서 인간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근원적인 방식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 첫날에는 인도네시아와 인도 활동가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두 나라의 현황을 석탄채굴과 주민저항 사례를 들어 발표하고, 이어 관련 전문가들이 에너지, 건강권, 인권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차례로 짚었다.

24-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과 탈성장을 위한 오이코스 포럼에는 종교인과 시민 총 140여 명이 참석했다. ⓒ김수나 기자

먼저 여성환경단체 IWE 마르하이니 나수띠온 씨는(Marhaini Nasution) 석탄은 채굴, 운반, 발전 과정 전체에서 위험도가 높은 에너지원이지만 인도네시아는 2016년 기준 세계 4위 석탄 수출국일 만큼 석탄산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칼리만탄섬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석탄채굴 지역으로, 이 섬 숲의 40퍼센트가 지구 온실가스 26퍼센트를 줄일 수 있는데도 이곳에서 여전히 탄광사업이 계속된다.

이 섬에 방치된 석탄채굴 구멍은 3000여 개로 어린이 143명이 구덩이에서, 30명은 채굴장에서 숨졌다. 인명피해는 물론 농지파괴, 수질오염 등 주민들이 마을에서 내몰리고 있다.

세계 185개국은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선진국은 2030년, 개발도상국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를 약속했지만 선진국은 여전히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에 투자금을 쏟아붓는다. 한국 역시 2008-17년 사이 두산중공업,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등이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했다.

그는 “온실가스의 60퍼센트는 선진국에서 나오는데도 개도국이 최악의 고통을 받는다. 기후위기로 올해 700만 명이 난민이 됐고 이는 분쟁으로 인한 난민보다 2배 많은 수치”라며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들이 가장 최악의 피해를 받는다는 인식이 기후정의의 주요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2-6월 사이 기후재난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나라는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모잠비크, 바하마,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이란, 인도, 짐바브웨 등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가 대부분이다.

이어 인도 주민활동가 골디 조지 씨(Goldy M. George)가 인도 광물 생산의 14퍼센트를 차지하는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의 광산채굴과 생태계 파괴, 지역주민이 인도정부와 거대 기업에 맞서 싸운 사례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화석연료와 발전문제는 권력구조, 생태계 파괴와 연결된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그 뒤 이어진 탈식민 경제계획과 신자유주의는 카스트제도의 맨 아래에 있는 불가촉천민과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과 착취에 기반한 정책이었고 이로 인해 불평등이 강화됐다.

정글 속 광물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한국의 포스코 같은 여러 다국적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개발 과정에서 정부가 사람을 죽이고 게릴라로 위장하는 참사도 일어나며 정부와 무장단체 사이 분쟁도 매우 많다.

조지 씨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역주민들이 거대 기업 베단타의 니암기리(인도 동부 오리사주의 울창한 산림) 광물채굴 개발을 막은 것, 포스코의 철강 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과 강제퇴거에 저항해 사업을 철회시킨 사례를 통해 "탈성장의 희망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첫날 포럼 발표자인 인도 주민활동가 골디 조지(Goldy M. George) 씨. ⓒ김수나 기자

기후변화,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혹독하게 영향”

이어 원불교환경연대 조은숙 사무처장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문명의 전환이 필요하며 특히 현재 탄소배출량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소비에서 극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단지 생활의 일부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선진국이 해마다 배출량을 18퍼센트씩 줄여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은 15퍼센트가 줄었다. 그때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줄이는 시늉만 해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건강연구소 김성이 상임연구원은 기후, 건강, 형평성의 문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됐다는 것이 주요 연구결과로 보건의료, 교통, 에너지 생산과 분배에서 변화가 필요하고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이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혹독하게 영향을 주고, 정작 이들은 기후변화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기후변화를 멈출 힘도 없다. 오염 유발국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라는 ‘기후변화의 삼중 부정의’라는 개념을 통해 건강 불평등과 기후변화가 양산되는 방식이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폭염으로 건설, 청소노동자들이 숨진 것, 2005년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부유층과 달리 저지대 판자촌이 입은 피해 등이 대표적이다.

예수회인권연대 연구소장 박상훈 신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를 짚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기후위기 시대에 요청하는 자세를 설명했다. 

박 신부는 “기후변화는 생명권, 건강권, 생존권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인권을 침해한다. '찬미받으소서'는 우리 삶 전체의 행동양식을 바꿀 것과 공동선과 연대를 통해 삶을 재구성하기 위한 회개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서신학적으로 우리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관계며, 나, 이웃, 사회, 자연과 하느님이 모두 연결돼 있으므로 생태계 위기는 그냥 위기가 아니라 인간 삶 전체의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을 물질적 발전에 한정해서 쓰는 것, 국제적 협의와 비준에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강제할 수 없는 문제, 제3국 화력발전 투자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 등이 지적됐다.

이 포럼을 주최한 천주교 관련 단체는 남자수도회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작은형제회 JPIC, 종교환경회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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