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성찰 - 황경훈] 2019년 아마존 시노드에 거는 기대

이 글은 <가톨릭평론> 2019년 9-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 문명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스웨덴의 툰베리라는 여중생은 이제 인류가 생태위기와 관련해 현 문명의 몰락을 구할 시간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학교도 가지 않고 의회 앞에서 시위를 계속했다고 한다. 이에 호응하는 청소년들의 시위가 확산되었다고는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여전히 욕망이 가득한 삶에 너무도 익숙하여 이들의 절박함은 잘 공명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가톨릭 주교들이 바티칸에 모여서 아마존 지역과 토착 원주민을 주제로 ‘범 아마존 특별 주교시노드’(이하 ‘아마존 시노드’)를 연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마존’이라고 하면 세계적 인터넷 매장을 먼저 떠올릴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구 반대편 아마존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에게 너무나 멀고 낯설다. 하지만 10년 전쯤 한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기억하는 이들이나, 그곳이 ‘지구의 허파’라는 말을 들어 본 이들도 있을 법하다.

이제는 일상이 된 기후변화나 생태계 위기가 피부에 와닿는 현실에서, 교회가 아마존 시노드를 연다니 기대되는 바 없지 않다. 하여 이 글은 인터넷 아마존 매장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지금 아마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또 아마존의 가치를 익히 아는 이들에게는 가톨릭교회가 어떤 활동과 개혁의 청사진으로 아마존 시노드를 준비하는지 전달하는, ‘비평’이기보다는 유익한 ‘안내’가 되기를 바란다.

아마존과 아마존 시노드

바티칸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유역은 여의도 면적의 약 700배가 넘는 크기로 6000킬로제곱미터에 달한다. 아마존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브라질을 비롯해 페루(13퍼센트), 콜롬비아(10퍼센트),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가이아나, 수리남, 프랑스령 기아나의 9개 나라에 걸쳐 있다. 아마존에는 400여 부족에 속한 280여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가톨릭을 믿는다.

널리 알려진 대로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세계에서 가장 크며, 지구의 물과 산소 그리고 생물 다양성에서 대체 불가능한 원천이다. 또 이 지역을 흐르는 거대한 아마존강과 갈라져 흐르는 여러 지류는 그곳에 사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수천의 토착민 공동체와 소수부족, 또 농민의 생계와 문화, 영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마존 시노드 준비평의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 참여한 지역교회의 보고에 따르면, 아마존 공동체의 삶은 특히 광업 회사들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로 위협받는다. 또한 기후변화와 삼림 벌채, 화재, 토지 이용 등으로 아마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다양한 지역문화에 압박을 가하면서 복원 불가능한 길로 접어들었다.1)

아마존 시노드는 2019년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아마존, 교회와 통합적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로 로마에서 열릴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10월 15일, 2년 뒤 아마존 시노드를 열어 이 지역 하느님 백성, 특히 삶의 터전인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착취를 당하는 토착 원주민의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이미 5개월 전인 2017년 5월 페루 주교들과 만나 아마존 지역에 관한 시노드를 제안했다. 이어 교황은 2018년 1월 페루의 푸에르토 말도나도를 방문해 첫 시노드 준비평의회(Pre-Synodal Council)를 열고, 이어 올해 5월에는 아마존 전 지역의 협의를 거쳐 두 번째 평의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교황의 행보야말로 그가 강조해 온 ‘듣는 교회'(Listening Church)로서 모습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여기에 얼마나 ‘하느님 백성’ 전체가 평등하게 참여하는가의 문제가 여전히 남지만, ‘공동합의적 교회'(Synodal Church)의 가능성을 실현해 간다는 점에서 교회개혁에도 많은 영감을 주리라 생각한다.

아마존 시노드 준비과정

아마존 시노드를 위한 준비는 교황 개인뿐 아니라 관련된 집단 차원에서도 착실하게 진행되어 왔다. 멀게는 2014년 아마존에 속한 9개 나라 지역 교회들이 모여 만든 ‘범아마존 교회 네트워크'(REPAM)(이하 ‘아마존 네트워크’)의 출범에서, 가깝게는 2019년 6월 18일 A4지 5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아마존 시노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의 발간을 들 수 있다. 의안집은 16쪽 분량의 시노드 ‘준비문서'(Preparatory Document)가 나온 지 1년 만에 출간되었다. 또 6월 25일에는 ‘프란치스코의 신학자’ 발터 카스퍼를 포함해 독일 신학자와 성직자들, 또 아마존 네트워크 핵심 관계자들이 로마에서 ‘공부 모임’을 갖기도 했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좀 더 살펴보면 이 공부 모임의 성격이 드러난다. 아마존 네트워크 의장인 클라우디우 우메스 추기경, 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 브라질의 싱구 관할구장인 에르빈 크로이틀러 주교, 독일 주교회의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의장인 프란츠-요제프 오페르베크 주교 등 이들의 면면을 통해 이 모임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 출신 크로이틀러 주교는 아마존 지역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을 주장해 왔고, 또 여성 사제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왔다. 한편 오페르베크 주교는 몇 달 전 이번 시노드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번 시노드는 교회를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으로 이끌 것이며, 그 뒤로는 “그 전과는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교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2)

아마존. (이미지 출처 = goodfreephotos.com)

아마존 시노드 의안집의 방법론과 내용 개괄

의안집의 내용은 세 부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아마존 지역의 현실을 다루는 1부, ‘통합 생태론’을 생태 위기와 토착 부족민, 이주, 도시화, 부정부패, 통합 교육 같은 사목적 문제로 다루는 2부, 또 마지막 3부에서는 아마존의 예언자적 교회가 품을 수 있는 희망과 도전들을 살피고 있다. 시노드 준비문서는 관찰(See)-판단(Judge/Discernment)-실천(Act)의 방법론을 전면에 내걸고 그에 따라 본문을 배치했는데, 의안집은 이 경험론적인 ‘아래로부터 방법론’을 표면상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용상으로는 철저히 따르고 있다. 의안집 5항은 이를 명확히 표현한다.

"아마존 네트워크의 제안에 따라 의안집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 가지 회심을 바탕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복음의 기쁨'의 ‘사목적 회심’과 '찬미받으소서'의 ‘생태적 회심’, 또 주교시노드에 관한 교황령인 '주교들의 친교'(Episcopalis Communion, 2018)에서 소개한 ‘공동합의적 교회로의 회심'(Conversion to Church Synodality)이 그것이다."3)

또 5항은 이 세 가지 회심이 관찰-판단-행동이라는 역동적인 하나의 과정 안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사목적 문제를 다루는 의안집의 2부 가운데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여러 교회 관련 전문 연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현 주류 사회와 떨어져 사는 110-130여 개의 토착부족 공동체가 사회의 변방에 살면서 산발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이들은 마약 밀매업자들의 위협과 대규모 토목 및 도로 공사, 자원채취, 추출 산업과 관련된 불법 행위로 근본적 삶의 파탄 위기에 직면해 있다.(45, 46, 57항) 또 이주와 도시화의 문제가 심각하다. 아마존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국내외 이주가 가장 잦은 지역 중 하나다. 통계에 따르면, 아마존의 도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현재 인구의 70-80퍼센트는 도시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들은 이주자들에게 필요한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64, 71, 73항)

마지막 3부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신학적 주제나 교의에 대한 시비보다도 현실적이고 논란이 되는 사목적 문제를 다루는 부분에서 특히 그럴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다.

"사제 부족으로 성체성사에 참여하기 어려워 가톨릭 공동체를 떠나는 대신 이를 집전할 수 있는 사도직 담당자의 선정과 양성에 대한 기준을 바꿔야 한다. 또 속지주의를 바탕으로 한 관할권의 행사가 반드시 성사, 사법 및 행정이라는 모든 영역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재고하는 것이 적절하다."(127항)

또 의안집은 독신주의를 인정하면서도, 아마존 오지의 경우 가족이 있는 기혼 남성들을 사제로 서품할 가능성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이 남성들은 가급적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토착민 노인들이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한 의안집은 오늘날 아마존 지역의 교회에서 여성들이 하는 중심적 역할을 고려하여 여성에게 부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사도직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129항 제안사항 a,b,c)

아마존 시노드 반대자들의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의 등장부터 또 교황의 문헌이 나올 때마다 많은 반대자의 논평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번 아마존 시노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의안집과 관련해 두 고위 성직자의 비판만 소개하겠다.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문헌에 가장 신랄한 비판을 퍼붓는 교회사가이자 교황청 역사과학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발터 브란트뮐러 추기경의 비판을 보자.4) 그는 “왜 아마존 지역에 관한 시노드를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그 지역의 생태, 경제, 정치는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니며 선교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토착화’ 개념과 관련해 의안집에서 말하는 토착화는 왜곡된 것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중 교회의 선교활동을 다루는 '만민에게'(Ad Gentes)에서 사용하는 토착화의 의미와 정반대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그는 의안집은 신앙의 기초에 대한 공격이며 교회의 핵심적 가르침에 어긋나므로 이단적(heretical)이라며,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를 단지 생태적, 사회적, 심리적 문제를 업으로 하는 세속의 NGO처럼 여긴다고 비난했다.

한편 전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의안집에 대한 6가지 비판, 곧 방법론, 용어상의 문제, 거꾸로 된 해석학, 하느님의 계시에서 출발하지 않은 점, 성육화와 토착화의 혼동, 식별의 기준을 문제 삼았다.5) 뮐러 추기경의 비판은 하느님의 계시와 관련한 내용이 주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의안집 19항에서 “아마존이 단지 지리상의 장소가 아니라 하느님을 체험하는 장소이자 신앙에 의미를 주는 장소이므로 하느님 계시의 특별한 원천”이라고 언급하는 것에 대해, 이는 잘못된 가르침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2000년 동안 성경과 사도적 전통(성전)만이 유일한 계시의 원천이며 역사 전개 과정에서 더 이상의 계시는 없다고 가르쳐 왔다고 비판했다. 뮐러 추기경은 의안집 98항의 제안문에서 “아마존 토착민 신학(indigenous/Indian theology)을 아마존 모든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것이 요구된다”는 제안에 대해, “신학은 교회의 신앙고백 안에서 하느님 말씀에 드러난 계시에 대한 이해이지, 세상적 감성과 세계관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성육화는 역사상 유일한 사건이지 토착화가 아니며 교회의 토착화는 성육화가 될 수 없다면서, 113항의 “문화적 다양성은 다른 문화와 삶의 양식을 품어 내기 위해서도 더 생동적인 육화를 요청한다는 문장은 이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토착화를 넘어 ‘문화적 상호성’으로

2019년 6월 중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 세계 교회개혁 조직에서 주최한 회의에 참석했을 때, 아마존 시노드 준비문서와 의안집의 초안자이자 앞서 소개한 ‘공부 모임’에 초대된 주요 아마존 토착민(인디언) 신학자인 파울로 쥐스 신부를 만났다. 그는 아마존 시노드에 대해 발표했는데, 포르투갈어로 발표한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하다가 ‘문화적 상호성('inter-culturality)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그에게 그 용어가 아마존 시노드 의안집에 반영되었는지 물었고,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

의안집을 살펴보니 실제로 그랬다. 준비문서에서는 ‘상호 문화간 영성'(inter-cultural spirituality)이라는 단어가 마지막 부분에서 단 한 번 나오는 데 비해, 의안집에서는 제3부 ‘아마존의 예언자적 교회’의 소제목으로 문화적 상호성이 전면에 부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16번이나 되풀이되었다. 이런 강조로써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혁혁한 성과이자 한계였던 ‘토착화’라는 용어와 의미를 비로소 넘어서게 되었다.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는 개념은 공의회의 포괄주의적 성격을 잘 드러내지만, 여전히 그리스도교가 중심이고 타자를 타자로서 온전히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주객 이원론을 바탕으로 한 토착화도 ‘복음의 씨앗’이 다른 종교와 문화에 뿌려지는 정도로 이해하고, 동등한 ‘꽃이나 열매’로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학적 한계였다.

이번 의안집에 드러나는 아마존 시노드의 청사진은 단지 이러한 신학적 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혼사제 및 여성 지도자의 지위 인정 같은 사목적 현안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교회에 미칠 영향력은 상상하는 것보다 클지도 모르겠다. 이와 더불어 공동합의성을 바탕으로 한 교회를 구현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는 교회개혁 그룹에 다시 한번 큰 힘을 실어 주면서 교회개혁의 제2막을 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바람이 공염불이라면 그것은 아마도 시노드를 반대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교회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제 우리는 “교회는 아마존 시노드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을 확인할 지점에 와 있다.

1) Synod for the Amazon: ‘Instrumentum Laboris’ released, Vatican News(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19-06/vatican-synod-bishops-amazon instrumentum-laboris.html).

2) Edward Pertin, “Pre-Amazonian Synod ‘Study Meeting’ Held in Rome”, National Catholic Register, 2019.6.26.

3) 의안집 The Amazon: New Paths for the Church and for Integral Ecology(http://www.sinodoamazonico.va).

4) “Heretical and Apostate. Cardinal Brandmüller Excommunicates the Amazon Synod”, L’Espresso, 2019.6.27. 올해 90세인 브란트뮐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이 나왔을 때 교황에게 5가지 ‘의혹(dubia)’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던 4명의 추기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가 비난할 때마다 한 번도 대응하지 않았다.

5) “Full text of Cardinal Mueller’s analysis on the working document of the Amazon synod”, Catholic News Agency, 2019.7.16.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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