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더 이상의 전쟁이 없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Pxhere)

자동소총의 할머니

- 닐숨 박춘식

 

가족들을 죽인 적군을 만나면

곧바로 쏘아 죽이겠다며

자동소총을 꽉 잡고 있는

할머니를 영국 BBC의 인터뷰에서 봅니다

 

카인이 키운 카인이

아벨을 또 죽이고 또 죽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증오의 늪에 허우적거립니다

 

카인이 아벨을 카인으로 만들지 않도록

용서와 평화의 간판을 높이 세운다면

어디서나 총성이 멈추어진다면

그날까지

평화 기도가 감사 기도로 이어 달리고

감사 기도가 찬미 기도로 이어 달리고

찬미 기도가 사랑 기도로 이어 달린다면

자동소총이 자동 김밥 기계로 변모하리라 여깁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9월 23일 월요일)

 

중동인 듯 보이는데 장소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BBC>의 여자 아나운서와 탄창이 긴 자동소총을 꽉 쥐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재방송하여 두 번이나 보았습니다. 보기 섬찟했습니다. 할아버지라면 섬찟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구 어느 곳이든 크고 작은 전쟁이 끊어지지 않는 듯하여,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모습을 보았던 저로서는 너무 놀라웠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 시대의 한국 천주교 신자는 평화를 위한 기도를 의무적으로 바쳐야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세계 어느 지역의 전쟁도 사라지도록 기도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의 생각으로 평화의 기도는 묵주기도가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