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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가 가르치는 노동, 하지만 여전히 낯선서울대교구 노사위, 첫 청년 사회교리 ‘울림’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처음으로 청년만을 위한 사회교리 프로그램 '울림'을 열었다. 앞으로도 '울림'은 계속될 예정이며 후속모임 '어울림'도 진행된다. (이미지 제공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서울대교구에서 가톨릭 청년을 위한 사회교리 프로그램이 처음 열렸다.

7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진행한 ‘청년들이 말하고 나누는 사회교리, 울림’은 서울대교구의 첫 청년 대상 사회교리 프로그램으로 청년 20여 명이 참여했다.

노사위는 서울대교구에 청년 프로그램이 많지만 사회교리나 노동 관련 프로그램은 없어 이번에 처음 시도했다면서, 개념전달식 교육이 아닌 청년의 삶의 문제를 당사자의 목소리로 나누고 배울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사회교리는 경제, 노동, 인권, 정치, 환경 등 사회 각 영역의 문제를 복음적 시각으로 성찰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 행동지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이다.

이날은 사회교리의 여러 주제 중 사회적 약자 차별과 청년 노동의 현실에 대한 토론, 실천방안 모색, 노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사회교리 강의와 파견미사로 진행됐다.

서울대교구 노사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청년들이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할 장이 필요하지만 본당에서는 이러한 연대적, 가치 중심적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면서 “청년이 건강한 가치관과 연대의식을 가질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신앙인이 추구할 것은 결국 사랑과 협력, 배려와 대화로 그 중심에 노동이 있다. 노동은 수단이 아닌 창조, 구원, 사랑의 행위며, 이런 공감대가 형성, 논의될 때 사회와 공동체의 건강한 문화가 만들어진다”면서 사회교리를 청년들에게 많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자리에서 청년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공감하며 환대할 때 더 풍성하고 좋은 길이 생겨나고, 자신은 물론 주변에도 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이주형 신부. ⓒ김수나 기자

청년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시도로 먼저 참가자들은 모둠 별로 노인,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 장애인, 청년 중 관심 있는 주제를 골라 평소 경험과 생각, 차별을 극복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노인을 선택한 모둠의 발표자는 “태극기 집회 어르신들을 보며 세대 간 갈등을 생각했다”면서 “노인은 친해질 수 없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존재라는 인식이 우리에게 있지만, 노인을 특정 계층이나 집단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가족 안에서부터 세대가 서로 소통하는 법을 찾아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민 차별에 대해서 참가자들은 다른 사회적 약자에 비해 한국사회가 이 문제를 다룬 기간이 짧아 인식부터 먼저 바꿔야 하며, 그러려면 이주민과 만나는 자리를 계속 만들고 동시에 법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을 주제로 토론한 이들은 자신이 더 우위라는 생각,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차별적 언어와 행동 등이 문제며, 차별을 없애려면 먼저 편견을 버리고 미디어나 교육을 통한 교육, 차별적 상황에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 문제를 다룬 모둠은 어른들이 먼저 청년과의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종교가 청년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라고 주문하면서, 청년을 위해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는 정당에 투표하고, 청년끼리 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어 1985년 원양어선 ‘광명84호’ 전제용 선장이 회사 명령을 거부하고 베트남 난민 90여 명을 가득 태운 목선을 구조한 이야기를 다룬 영상(KBS다큐 “어떤 인연”)을 보며, 약자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란 물음과 사회교리가 강조하는 실천의 의미를 생각했다.

7일 서울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에서 가톨릭 청년 20여 명은 각자가 생각하는 한국의 노동 문제와 실천방안을 토론하고, 노동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배웠다. ⓒ김수나 기자

“노동이란 말 낯설어”.... “수많은 청년노동자, 열악한 노동환경의 악순환에”

두 번째 토론에서는 한 91년생 청년의 노동경험을 두고 ‘관찰, 판단, 실천’이라는 사회교리의 적용 단계에 따라 청년 노동의 현실과 대안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청년 노동자의 어려움으로 비정규직, 정서적 고립감, 개인 생활이 없는 삶, 실패 뒤 일어서기 어려운 사회구조, 결혼과 출산, 주택 문제 등을 꼽으며,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노동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짚어 봤다.

먼저 기존의 노동법부터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우리 때는 더했다, 너희는 왜 누리려고만 하냐, 원래 그렇게 해 왔다”는 청년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편견이 지적됐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어려움의 사회 구조적 원인을 부의 재분배와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지 않고, 기성세대가 독점한 기득권 때문으로 봤다.

한편 부조리한 노동환경을 접한 경험이 없다는 몇몇 참가자들은 힘든 상황에 놓인 청년들에 대한 부채감을 느낀다면서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무감각해지지 말고 그들의 현실적 어려움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이라는 말이 낯설다고 느낀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사회교리”에 나온 창세기 인용문을 통해 노동이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노동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직장 내 갑질 없는 인격적 존중, 적정한 임금, 삶의 여유, 자아실현, 이를 통해 하느님의 소명을 이룰 수 있어야 양질의 노동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청년의 잠재력과 재능, 꿈을 개발할 수 있고 위험한 직종이라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교육과 장치가 필요하며 회사만이 아닌 선배노동자들도 청년노동자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라고 당부했다.

한 참가자는 “사회교리는 노동에서 인간을 소외시키지 말라지만 실제로 수많은 청년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의 악순환에 빠져 있음을 실감했다”면서 “교회 가르침은 노동이 우리가 돈을 버는 도구가 아닌 인격을 가진 존재로 존중받고, 돈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돈만 보고 노동할 때의 많은 부작용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4개 모둠으로 나뉘어 사회적 약자와 청년의 노동문제를 주제로 각각 토론한 뒤 그 결과를 공유했다. ⓒ김수나 기자
참가자들은 4개 모둠으로 나뉘어 사회적 약자와 청년의 노동문제를 주제로 각각 토론한 뒤 그 결과를 공유했다. ⓒ김수나 기자

마무리 강의에서 이주형 신부는 “무한 경쟁과 적대, 신노예제 출현 등 노동은 존엄하다고 하지만 노동의 의미가 왜곡된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노동의 가치가 추락한 사회에서 노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은 성장하고 노동하도록 창조됐고, 일과 인격을 분리하지 말고 그 누구도 배제하지 말라는 공동선의 가치와 공공성, 관계성이 삶의 목적과 일치한다고 교회는 가르치지만 지금의 신앙은 현실과는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파견미사에서 사회교리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다짐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관심, 공감, 위로, 기도부터 사회교리 공부, 거리미사나 집회, 투표 등 참여,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목소리 내기 등을 쪽지에 적어 봉헌했다.

한편 청년 사회교리 ‘울림’은 노동을 포함한 사회교리의 다양한 주제로 앞으로도 계속되며, 후속모임으로 ‘어울림’도 진행된다. 

교육 뒤 파견미사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하며 각자의 실천방안을 담은 쪽지를 봉헌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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