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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어머니들은[기도하는 시 - 박춘식]
곡식.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 땅의 어머니들은

- 닐숨 박춘식

 

시골집에서 방학을 보내던 고교 시절

자연의 소리와 함께 목탁 소리도 가끔 듣습니다

어머니는 곡식 한 바가지를 스님께 나직이 드립니다

 

전쟁으로 피난민들이 헤매던 불안한 시기

성당의 본당신부는 다른 종교에게 돈과 곡식을 주면

절대 안 된다고 신자들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어머니뿐 아니라

이 땅의 어머니들이 묵묵히 보리쌀을 나누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의 공의회는 1950년대였고

세계 천주교회의 주교 공의회는 1964년경이었으니까

어머니들이 열린 마음을 10년 먼저 보여 주었습니다

시력(詩歷)이 십 년 넘어서니까

박 누실라 어머니의 바가지가 자주 보이고

초가집 뒤의 미루나무도 두 손 높이 흔듭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9월 9일 월요일)

 

625동란을 직접 보았던 사람들은, 전쟁 이후 이 땅의 어머니들이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던 모습을 자주 보았으리라 여깁니다. 제 기억으로, 저희 마을 냇가에서 며칠 생활하면서 떠나가던 피난민 중에 굶어 죽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국토가 분단되고 전쟁의 참혹함을 껴안아야 했던 우리나라가, 이제 다시 통일을 위하여 일어서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이 땅 어머니들의 힘이 밑바탕되어야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공의회 이전에는 이것저것 따지면서 다른 종교와 화합하기 어려웠다고 보는데, 이제는 누구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어머니들이 앞장서서 통일을 위한 새로운 나라의 힘을 보여 준다면, 동양에서 최고의 나라가 되리라는 자신감을 가져 봅니다. 공식적으로 크게 말하기는 다소 조심스럽지만, 교종께서도 한국의 천주교회가 아세아의 천주교회 모범이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참에 세계적인 천주교회에서, 한국이 묵주기도를 제일 많이 바치는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생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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