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현 주교, “참회와 정화” 바탕으로 일본교회와 연대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배기현 주교.(마산교구장) (사진 출처 = 마산교구 홈페이지)

“일본과 한반도의 신뢰와 우호 관계가 발전하고 그것이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실현으로 이어지도록 함께 뜻을 모아 기도하자는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의 초대에 한국 천주교회는 형제적 사랑으로 일치하여 연대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16일, 성모 승천 대축일 담화를 통해 한일갈등을 역사적 맥락에서 성찰하고 참회와 정화가 전제된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질서를 제안하며, 일본 천주교와 연대하겠다고 화답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배기현 주교(마산교구장)는 1945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광복과 패전’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오늘의 대한민국과 일본’, ‘오늘의 한일관계’를 짚으며, “8.15의 직접적 배경은 제국주의의 무모하고 위험한 팽창의 결과로서, 전 세계 수천만 명을 살상하고 사회를 초토화한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이며, 이날은 “세계 질서, 민족과 국가 차원의 광범한 영역에서 개인, 집단적 삶에 깊고도 오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국은 식민지배를 벗어나 정치적 해방을 맞았으나, 동서 냉전으로 분단과 전쟁을 겪었고, 미일과 함께 북, 중, 러 사회주의 국가의 팽창을 막는 최전선으로 민족의 부흥과 통일을 향한 험로를 걷게 됐다며, 동시에 그는 냉전질서가 해체된 뒤 진행된 다극의 질서와 세계화의 그늘은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고조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가 광복 74주년이자, 3.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뜻깊은 해이지만, 최근 한국의 일본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수출제한으로 불거진 한일 갈등은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는 형국”이라며, “언어와 나라, 심지어 관습마저 빼앗겼던 지난 35년간의 어둠 속을 걸었던 한민족에게 최근 불거진 일본의 경제 제재는, 이 뜻깊은 해에 돌출한 새로운 폭력이며, 이는 과거에 저지른 불의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외면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질서’와 ‘사건과 인류의 요구와 염원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과 그 계획의 진정한 징표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인간적인 해결’을 찾아야 할 교회의 소명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의의 양국 시민이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교회는 그 도움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오늘날, 인류의 역사는 이웃 간의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나아가는 상생의 길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평화 통일’과 ‘인류 보편적 가치 실현’의 과업이 놓여 있다. 한일관계에서는 ‘새로운 질서’에 부응하는 올바른 길, ‘진리와 자유, 정의와 사랑’의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서 “그 새로운 질서를 찾기 위해 언제나 요구되는 필수 전제조건은 ‘참회와 정화’임을 우리는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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