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단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용산사태에 대한 입장 밝혀

용산참사 반년을 지내면서 가톨릭교회의 평신도연합단체인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대표 박순희, 이하 천정연)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밝힌 것처럼 천정연은 지난해 광우병을 우려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촉발된 촛불 항쟁과 함께 시작된 천주교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의 매주 촛불평화미사에 참여해 왔으며, 이 미사를 주관한 천주교시국회의의 평신도운동의 중심이기도 하다.

천정연은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오기는커녕, 이에 항의하는 촛불들을 무력으로 끄는 일에만 관심을 보이더니,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반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용산참사 문제의 해결 없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한 걸음도 앞을 향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한 "생존권을 요구하면서 농성에 돌입한지 하루 만에 잔인하게 죽여 놓고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무시하고, 나아가 모독까지 하고 있는 이 정부는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물으면서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 고작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과 전쟁을 벌이는 것뿐"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런 정부에서 "군부독재의 망령을 보고 있다"면서 "하루속히 검찰에 3000쪽을 밝혀진상규명과 고인들의 명예회복으로 장례를 지낼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이 현실이 "그저 잘 살게 해준다는 달콤한 소리에 미쳐서, 도덕과 인권이 밥 먹여 주냐고 그 사람이 도둑이라도 내 집값, 내 땅값, 내 재산만 불려주면 그만이라며 하느님보다 재물을 섬긴 우상놀음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발생할 수 있도록 각성시켰다. 

마지막으로 모든 천정연 회원들은 "유가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용산참사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갈 것"이며 "새롭게 시작되는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투쟁에 각자의 몫에 따라 함께 할 것"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전쟁을 하게 된다는 점을 위정자들은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용산참사 반년을 지내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입장


지난해 광우병을 우려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촉발된 촛불 항쟁과 함께 천주교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은 매주 촛불평화미사를 촛불이 부르는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촛불평화미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매주 만나 소통하고 영감을 주고 받는 공간이자, 공동의 실천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서 특별히 그들과 친구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오기는커녕, 이에 항의하는 촛불들을 무력으로 끄는 일에만 관심을 보이더니,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반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도 지내지 못한 채 반년을 지내는 우리 모두는 용산참사 문제의 해결 없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한 걸음도 앞을 향하지 못한다는 믿음으로 사태 해결에 함께할 것을 약속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참사의 진실을 감추고 있는 정부에 경고합니다. 생존권을 요구하면서 농성에 돌입한지 하루 만에 잔인하게 죽여 놓고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무시하고, 나아가 모독까지 하고 있는 이 정부는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 고작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과 전쟁을 벌이는 것뿐입니까. 최소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바라는 유가족들의 당연한 요구마저 냉소로 일관하는 정부의 모습에서 우리는 군부독재의 망령을 보고 있습니다. 진실을 외면했던 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기억하며 하루속히 검찰에 3000쪽을 밝혀진상규명과 고인들의 명예회복으로 장례를 지낼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을 촉구합니다.

둘째 오늘의 재앙과 불행은 단지 용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저 잘 살게 해준다는 달콤한 소리에 미쳐서, 도덕과 인권이 밥 먹여 주냐고 그 사람이 도둑이라도 내 집값, 내 땅값, 내 재산만 불려주면 그만이라며 하느님보다 재물을 섬긴 우상놀음의 결과라는 사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깊이깊이 깨닫는 기회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용산참사 문제를 넘어 미디어법, 건강보험 민영화, 대운하, 교육 문제를 통해서도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유가족어린 자녀들이 병원에서 학교를 다니고, 사건 해결에 묶여 있는 부모들 때문에 제대로 된 돌봄을 받고 있지 못한 현실에 우리는 가슴 아픕니다. 살려고 망루에 올라갔던 아버지가 테러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차가운 시신이 되어 아이들 앞에 나타난 그 아픔과 충격은 그 어떤 위로로도 치유되기 힘들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유가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용산참사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갈 것입니다. 우리는 새롭게 시작되는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투쟁에 각자의 몫에 따라 함께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제 용산투쟁은 전 국민의 투쟁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전쟁을 하게 된다는 점을 위정자들은 명심하기 바랍니다.

2009년 7월 2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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