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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살이 되다[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사람들은 말을 합니다. 아프리카는 ‘검은 대륙’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제가 땅을 밟은 탄자니아는 ‘붉은 대륙’이었습니다. 가는 길마다 붉은 황톳길입니다.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지나면 먼지바람이 자욱하지만, 그 누구도 그 바람을 원망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탄자니아에서 1주일을 보내면서 하고 싶은 말도 쓰고 싶은 글도 많습니다만, 오늘은 숨바왕가 교구 소속 은코마킨도 공소에서 있었던 미사와 성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미사 중에는 세례성사와 첫영성체 그리고 견진성사와 혼인성사가 집전되었습니다. 이 공소에서 성사 전례는 3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공소 안으로 들어왔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 분위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공소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공소 밖의 마당에도 숱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은코마킨도 공소에서 팜보 마틴 음꼬로웨 아빠스가 신자들의 마음을 생동하게 하는 열정적 강론을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가 세례를 주례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오늘 미사는 성 베네딕도회 윔와 수도원 팜보 마틴 음꼬로웨 아빠스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회 고진석 신부(이사악)의 공동 주례로 봉헌되었습니다. 미사 중에 공소에 울려 퍼지는 성가대의 아프리카 특유의 역동적 몸짓과 아름다운 합창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고진석 신부는 이날 미사에 대한 소감을 묻자 “울 뻔했다. 울컥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말씀이 살이 되는 광경이었다. 말씀이 콕콕 박히는 것이 보였다”고 했습니다.

저는 94명의 어린아이들의 세례성사와 40여 명의 첫 영성체 그리고 30여 명의 견진성사와 8쌍의 혼인성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신앙이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물음을 계속했습니다. 유럽으로 대변되는 서구 그리스도교에 의해 이식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자발적이며 능동적이고 폭발적 생명력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오늘 미사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의 의상은 화려했습니다. 고진석 신부는 “없는 살림에 정성을 다한 화려한 최고의 옷이었다”라며 감동했습니다.

팜보 마틴 음꼬로웨 아빠스가 견진성사를 주례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팜보 마틴 음꼬로웨 아빠스가 유머 넘치는 혼인성사를 주례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저는 오늘 미사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초월에 대한 경외심은 자본과 관계 맺고 있는 한국 교회의 모습과는 전적으로 달랐습니다. 그 다름은 아프리카의 대자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구 사회가 아프리카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 그리고 차별에 의해 자행되어졌던 폭력의 역사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아프리카에서 머물고 있는 시간이 일주일밖에는 안 되었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의 수줍음과 친절한 미소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붉은 땅 위에서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영적으로는 풍부한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성 베네딕도수도회의 일상은 “기도하고, 일하라”입니다. 아프리카의 붉은 대지를 바라보며 기도 속에서 또한 노동 속에서 독자 여러분들을 기억하겠습니다.

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가 첫영성체를 주례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미사를 마치고 은코마킨도 공소의 신자들이 함께한 모습.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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