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농민주일, 13개 교구에서 기념 미사와 도농교류

24회 농민주일을 맞아 각 교구에서 기념 미사와 행사가 진행됐다.

농민주일은 1994년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출범한 이듬해 추계주교회의에서 매년 7월 셋째 주일에 지내기로 정했다. 올해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25주년이기도 하다.

농민주일에는 각 교구별로 가톨릭농민회 분회와 본당 도시생활공동체가 만나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직거래 장터, 먹거리 나눔 등 도시와 농촌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서울대교구는 목동성당에서 전주교구와 수원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과 도시생활공동체 회원,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미사가 봉헌됐으며, 유경촌 보좌주교를 비롯한 사회사목국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미사 전후에는 생명농산물 직거래 장터, 우리농촌살리기운동 홍보 마당, 공연과 우리농 쿠킹쇼 등 어울림 자리 등이 진행됐다.

21일 24회 농민주일을 맞아, 서울대교구는 목동성당에서 기념 미사와 도농교류 행사를 진행했다. ⓒ정현진 기자

“농민주일의 핵심, 농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농민 아닌 이들의 연대를 생각하는 것”
“일본 경제보복 조치 보며 식량 위기 가능성 생각”

유경촌 주교는 강론에서 식량 자급률 23퍼센트, 소비하는 밀의 98퍼센트를 수입하는 상황, 기후위기가 농업이 미치는 영향 등을 들며, “쌀 의무수입과 쌀소비량 감소 등으로 당장은 식량 위기의식이 없을 수 있지만, (70퍼센트 이상 식량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식량을 수출하는 나라 농업이 어려우면 우리는 적당한 때에 적정한 가격으로 식량을 수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유 주교는 “농민주일의 핵심은 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농민이 아닌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하는 날”이라며, “농민이 없다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수입농산물 공세 속에서 묵묵히 농사를 이어 가는 농민들은 고맙고 소중한 존재이며, 특히 생명농업을 고집하는 가농은 우리 신자들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삶의 현장에서 생명과 이웃을 찾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구체적 생활실천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회가 시작한 이 운동에 책임 있는 자세와 노력을 보여야 합니다.” (1995년 우리농 1주년 기념미사, 김수환 추기경 강론 가운데)

그는 하느님의 뜻에 맞게 농사짓고, 땅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농민뿐 아니라 도시의 신자들이 함께 해야 할 운동이라며, 본당 사도직단체로서 도시생활공동체에 참여하고, 우리농 회원이 되는 등 공부하고 실천하는 공동체 운동이자 실천하는 사도직 활동에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전국 69개뿐인 가농 분회와 서울대교구 220여 개 본당이 결연을 맺고 교류하거나 본당 내 여러 생활공동체 활동을 시작하는 등 연대 활동을 제안하며, “이는 여성, 어머니들만의 운동이 아니다. 남성들, 젊은 아빠들도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독려했다.

농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정현진 기자

이날 목동성당 신자들과 만난 전주교구 순창분회 김보성 농민은, “정년 없는 농업을 택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면서, “농민주일을 매년 7월 셋째 주일에 지낸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농민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것은 비싼 것을 찾으면서 유독 먹을 것은 싼 것만 찾는다”며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하느님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해서 이렇게 도시와 농촌이 만나는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농민주일에는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광주, 대전, 마산, 부산, 수원, 안동, 원주, 의정부, 인천, 전주, 청주, 춘천 등 13개 교구에서 기념 미사와 다양한 도농교류 행사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전주교구 기념미사에 참석한 김선태 주교는 강론에서, “한국 교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기초산업이자 생명산업이라는 농업의 귀한 가치를 알고 있다. 그러나 농업 위축과 축소, 수입농산물을 범람, 왜곡된 농정이 한국 농업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하며, “교회 안에 꼭 필요한 것은 활동과 관상이며, 활동은 관상의 힘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하느님 말씀을 듣는 관상을 통해 선택한 것이며, 교회 안에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또 수원교구 목감성당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는 수원교구 가톨릭농민회 45년사를 헌정하는 출판기념회도 진행됐다.

목동성당 앞마당에서 펼친 생명농산물 직거래 장터. 약속 시간을 채우지 못할 만큼 성황을 이뤘다. ⓒ정현진 기자

이 자리에 참석한 정한길 가톨릭농민회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우리농촌살리기운동, 가톨릭농민회 생명농 실천은 교회의 일이고 한국농업이 어려운 시기에 결정된 고마운 운동”이라면서도, “여전히 1000세대가 안 되는 가구가 생산한 농산물이 교회 안에서도 모두 소비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농산물의 책임생산, 책임소비를 위해서는 결과 중심의 시장 인증이 아니라, 교회가 농민을 믿고 인증하는 ‘자주 인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농민들은 생명농 주체이고 도시 생활자들도 하느님 사업에 동참하는 또 다른 주체가 되어야 한다. 농산물을 파는 사업이 아니라 사업형 운동이므로 손익분기점이 아니라 농업의 의미를 새기는 생명운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비자들은 시중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면 어쩔 수 없이 입장이 흔들리게 되는데, 계획 생산, 책임 소비가 되려면 이를 위한 협력 모임이 존중되고 또 지켜져야 한다며, “특히 쌀약정운동, 농정사의 대표적 사례인 소입식운동은 서로 어려움을 무릅쓰고 실천할 때, 서로를 살리는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현재, 가톨릭농민회는 전국 13개 교구 68개 분회에서 771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본당 생활공동체는 10개 교구 207개 본당에서 2022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주교구 순창분회 이명숙 농민이 생명농산물로 직접 빚은 떡과 채소, 소스로 만든 샐러드를 시연했다. 샐러드를 맛본 이들은 "정말 맛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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