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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일꾼, 교리교사로 살아온 이야기인터뷰, 경력 72년이 말하는 주일학교와 신앙교육

3년도 하기 힘들다는 성당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15년 넘게 해 온 이들이 있다. 짧게는 15년 길게는 23년 차에 접어든 교리교사 넷을 만났다.

김정섭(미카엘라, 59) 19년, 김현숙(카타리나, 51) 15년, 이미선(안나, 53) 23년, 조은숙(베로니카, 51) 15년, 모두 합해 72년 교리교사로 살아온 시간이다.

이들은 14년 전인 2005년 인천교구 부천1지구 교리교사 교육에서 만났다. 이 교육은 4-6년 차 본당 주일학교 교리교사들이 연극, 사진, 미술, 음악, 비디오 등 다양한 교수법을 배우는 자리였다.

당시 교육을 함께 받은 교사 중 많은 이가 교리교사를 그만뒀지만, 이들은 함께 배웠던 인연을 이어 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서로 지켜봤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오랜 시간 교리교사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여기> : 오랜 시간 교리교사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선(안나, 이하 세례명으로 표기) :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교사를 안 했다면 내 행복만 생각했을 것이다. 교리교사를 하며 교재 준비나 교실 꾸미기 등 모든 것이 기쁘고 참 좋았다. 또 사람과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져 사회복지사도 하게 됐다. 생각하지 못했던 삶인데, 어느새 이렇게 살고 있다. 그분이 준비해 주신 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요새는 삶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에 집중한다. 하느님께서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 믿으니까.

조은숙(베로니카) : 지금 22, 23살인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1, 2학년 때 교사를 시작했다. 청년세례를 받아서 교리지식이 적고 신앙도 깊지 않았는데, 교사교육을 받으며 새로움과 감사함을 느꼈다. 이 교육이 본당 생활의 바탕이 돼, 레지오나 구역활동도 했다. 지금도 교리교사에 가장 애정을 느낀다.

김정섭(미카엘라) : 19년을 했지만 앞으로도 교사를 계속하며 아이들의 신앙을 키워 주고 싶다. 연차는 중요하지 않다. 교리교사는 서로가 서로에게 표현이 부족한 지금의 아이들이 하느님을 올바로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이들이다. 교리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기도와 믿음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진정 예수님의 사랑을 느낀다.

김현숙(카타리나) : 아이가 7살 때 교사를 시작했다. 아이랑 토요일에 같이 교리하고 어린이 미사 보면, 일요일에는 놀러 다녀도 되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단순했던 나를 15년 동안 하느님이 주일학교 교사를 통해 키워 주셨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게 해 주셨다. 가장 말썽 부리고 힘들게 했던 아이가 어느 날 ‘그래도 저를 예쁘게 봐 주셔서 고마워요’라며 신앙 안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일 때, ‘우리 본당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해’, ‘부모처럼 잘 챙겨 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교사로서 정말 감사하다.

제일 손이 가는 아이, 누가 봐도 싫어하고 안 나오면 좋겠다 싶은 아이들이 있다. 본당이 있는 동네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아파트촌이라 그런 아이들이 더 눈에 띈다. 교사라면 이 아이들이 교회에서만큼은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불쌍하거나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다.

(왼쪽부터) 김현숙(카타리나), 이미선(안나), 김정섭(미카엘라), 조은숙(베로니카). ⓒ김수나 기자

"아이들 통해 깊어지는 신앙, 교리교사라는 직분에 감사함 느껴"

카타리나 : 교리교사를 하며 받은 메시지는 이웃사랑이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세상을 향했고, 더 힘든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복음적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교육과 삶은 따로가 아니라는 사실에 힘을 얻었고,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길을 전하는 것 같다.

미카엘라 : 십 대 때 방황하고 힘들어 했던 조카를 5년 동안 맡아 키웠다. 이 아이를 키우지 않으면 주일학교에 가서도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조카를 평일미사에 데리고 다녔다. 조카는 5년 동안 주일학교에서 복사도 섰다. 무엇보다도 조카의 마음 밭은 긍정의 곡식으로 가득하고 잘 컸으며 지금은 군대에 갔다.

베로니카 : 주일학교는 신앙이 많이 자라는 바탕이 됐다. 아이들이 저의 단점이나 안 좋은 점은 빨리 잊고 좋은 점만 잘 찾아 배우면 좋겠다. 기도할 때마다 아이들의 삶과 우리 지역에 도움을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청한다.

안나 : 여러 직분 중에 교사로 불러 주심에 항상 감사한다. 그런데 연차가 높아지니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교리교사 활동을 좀 더 잘해 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어린 교사들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것 같고,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 선배교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연말에 교사를 그만뒀다. 잘하든 못하든 어린 교사들이 주축이 돼 주일학교를 운영하며 신앙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여기> : 교리교사를 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안나 : 아이들이 갈 곳이 별로 없고 자치활동을 할 여유도 없다. 특히 중고등부는 더 그렇다. 중고등부, 청년부는 스스로 의미를 찾고 계획하면서 사고를 넓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중고등부 때는 청소년 발달 단계에 맞는 교리를 하면서 하느님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워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사회에 나가서도 하느님의 자녀로 자기중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며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힘이 생길 것이다.

미카엘라 : 저는 교리연구와 교육준비가 늘 행복했다. 그것은 성경공부를 하면서 말씀 안에 많은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마르지 않고 넘쳐 나는 말씀공부를 교리교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천주교 주일학교 유치부 교리교재 "하느님을 찾아서". (사진 제공 = 김현숙)

안나 : 교사들이 교리교육에 필요한 것을 합의해서 신부님께 요청하면 많은 지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 안에서 문제의식, 동기, 의욕이 다 다르니 합의가 어렵기도 하다. 이를테면 고등부는 사회교리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젊은 교사들은 생각이 달랐다. 본당이 여러모로 지원을 해도 막상 교사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교리교육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카타리나 : 힘들어 하는 교사가 있을 때, 선배 교사는 그를 어떻게 돕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알지만, 초임교사들은 그 기다림을 어려워한다. 또 연차 많은 교사를 보며, ‘나는 그렇게까지 못해’, ‘나는 부족한 교사로 보일 거야’라는 생각에 위축되기도 한다. 선배로서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안나 : 교리교사 내에서 생각의 차이와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엄마뻘 되는 선배 교사의 존재만으로도 젊은 교사들은 위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교사 피정, 워크샵, 나들이 등이 많이 필요하고, 젊은 교사와 함께하는 연륜 있는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미카엘라 : 딸과 교사회를 같이하다 보니 딸이 중간역할을 해 준다. 아이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나 아이들이 주로 하는 놀이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교리교사들은 각자가 특별한 재능들이 있어 그들도 제 역할을 잘해 나가는 것 같다. 다만 시간 여유가 부족한 것이 늘 안타까울 따름이다.

베로니카 : 교사 수도 중요하다. 개인 사정이나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도록 일정 이상 수가 돼야 서로 다그치지 않고 느긋하게 일할 수 있다. 요즘 청년들이 살기 힘들다.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시대적 경향도 커서 젊은이들이 교사를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교리교사는 교육도 많이 받고 학년도 맡아야 하는 등 책임감이 크니까 어려워한다고 본다.

안나 : 교리교사를 잠깐하고 그만두는 것도 안타깝다. 적어도 5년 이상은 해야 아이들을 통해 신앙의 깊이와 감사를 느낄 수 있고, 교사 직분이 하느님께 받은 얼마나 좋은 몫인지 깨닫게 될 텐데 그 전에 많이들 그만둔다. 교사활동이 힘들고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하니까 빨리 지치는 것 같다.

베로니카 :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어도 못하겠다는 생각은 말았으면 한다. 기준치가 높으면 실망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끝까지 해내면 대견하지 않나. 그만두지 말고, 끝까지 해서 봉사자로서 앞장서는 사람이 되겠다 생각하면 좋겠다. 잘하고 못하고는 그 다음이다.

<지금여기> 교리교사를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안나 : 부모들이 교리교육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교사가 사정이 있어 나오지 못하면 부모가 일일교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 수녀님이나 신부님도 교리교사로 들어가 주신다면 아이들은 또 다른 교리수업으로 좋게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유연성 있게 해야 주일학교가 건강하게 탄탄하게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교육은 성당과 가정, 주일학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리교사로서의 방향을 잡아 주고 이끌어 주는 것은 어른들 몫이다. 초임교사도 어리다. 주로 대학생이고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주일학교 교사가 되다 보니 이 아이들도 청소년이다. 청소년이 더 어린 청소년을 끌고 가는데, 교사가 능력이 없고 성실하지 못하다고 탓할 게 아니라 잘하도록 독려하고, 좋은 교리교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려움을 상담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면 하느님의 일꾼으로 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신앙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교리와 생활이 연결되려면 부모의 신앙생활이 중요하다. 유치, 초등부까지는 열심히 나오다 중고등부 때는 성당에 발길을 뚝 끊는다. 불필요한 학원을 끊듯이 성당도 끊는다.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부모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학원, 시험기간이니까 성당에 안 가도 넘어가는 부모가 많다. 교사가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이 가정에서 식사기도, 성호경 긋기 등 작게라도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모가 눈 감아버리면 교사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주일학교 교육의 책임을 교리교사에게만 물어서는 안 된다. 전적인 책임이 어떻게 교리교사에게만 있겠나. 교사가 책임감을 가지려면 교리교육에 대한 가정의 협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가 늘어나야 한다. 가정과 교회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주일학교는 미래가 없다.

김현숙 씨의 교사수첩. (사진 제공 = 김현숙)

<지금여기> : 가톨릭 교회나 신자들이 신앙에 맞게 더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미카엘라 : 공동체에서 활동한다면 기도를 많이 하고, 기도가 활동의 바탕이 돼야 한다. 특히 각 단체장은 더 그렇다. 기도가 없다면 갈등이 있을 때, 서로 헐뜯고 분열되거나 안 나와 버리기도 한다. 기도도 훈련이 필요하다.

카타리나 : 주일학교에도 더 신경 써 줄 아이가 있듯, 세상에도 하느님의 손길이 더 필요한 곳이 있다. 지금 더 아픈 사람은 누굴까? 복음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거리미사도 가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눈이 생기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공감하는 신자들이 있다면 같이 가자고 해 보자. 예수님도 “가서 보아라”라고 말씀하지 않았나. 본당에만 머무르며 세상으로 나가는 모습이 적어 아쉽다.

베로니카 : 성당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가만 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교회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우리끼리만 지낸다. 예수님은 늘 이웃사랑을 말씀하셨고, 본당도 농민, 청소년 주일 등 전례력에 맞춰 이웃을 위한 봉헌금을 걷는데, 막상 신자들은 이웃사랑을 실제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더더욱 이웃사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고, 뉴스나 교리를 통해 머리로만 받아들인다. 아이들에게는 특히 가까이에 힘든 이들이 있음을 알고 이해하는 실제 경험이 필요하다.

카타리나 : 예전에 전례부 아이들과 콜트콜텍 미사를 갔는데, 그때 마침 김중미 작가와 ‘기차길옆 작은학교’ 아이들이 와서 공연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교회 안에도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을 통해 아이들이 이웃사랑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고, 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안나 : 지역마다 성당이 있지만 큰 성당 건물을 가지고 무슨 역할을 할까? 주말 빼고는 거의 비지 않나. 노인학교뿐만 아니라 부모를 위한 학교나 특강을 열거나, 부활절 잔치에 지역주민을 초대해 국수를 나눈다면 어떨까? 누구나 올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성당이 돼야 보편교회라 할 수 있다. 교리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보편종교임을 보여 주면 정말 좋겠다. 그러려면 성당이 열려 있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지역의 누구나와 함께하는 축제나 프로그램을 펼친다면 그것이 바로 선교라고 생각한다.

카타리나 : 교회는 우리끼리 잘 살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본당 신자들이 사는 데 부족함이나 아쉬움이 없으면 지역에서 섬 같은 존재가 돼버린다. 주임신부님이 실천적 방향으로 나가도 신자들이 진심으로 따르지 않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진 사목자가 있어도, 신자들이 그 뜻을 함께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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