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후지산. (이미지 출처 = Pixabay)

일본을 엿보았던 순간

- 닐숨 박춘식

 

1998년 8월 일본 어느 백화점에서

모래시계를 유심히 살피다가 돈을 주었습니다

상냥한 아가씨의 고맙다는 절을 받고

소문대로 일본은 참 친절하구나 생각하였는데

상품과 거스름을 받고 고개 돌리는 순간

에고, 저게 일본이구나, 아주 놀라고 실망했습니다

저를 무시하듯 삐죽거리는 옆얼굴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에게는 가차 없이 비판하시던 예수님께서

일본에 오시어 두 얼굴을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루 앞당겨 공항에 왔습니다

 

과거를 참회하지 않는 일본을 벌하소서,라고 기도하려다

마음을 돌려, 후지산을 776미터로 납작하게 짓눌러 주소서 !

망가진 후지산을 보면서도 그들의 오만이 뻔뻔하다면

섬과 섬으로 다리나 세우는 정도의 소국이 되게 하소서,

라고 기도 한 다음, 포도주로 잠을 청하였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7월 15일 월요일)

 

영국과 일본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가고, 중국은 머지않아 큰 요동으로 과시하려던 경제적 발전이나 군사대국의 꿈이 늦어지리라는 예감이 듭니다. 그리고 1970년 추운 겨울, 폴란드의 바르샤바 유대인 기념비를 찾아 비석 앞으로 다가가서 나치에 항거했던 영웅들을 위해 겸허히 무릎을 꿇었던 빌리 브란트(1913-92) 총리를 모셨던 나라 즉 독일이 주변 몇 나라와 함께 세계를 이끌어 가리라는 공상도 펼쳐 봅니다.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딱 하나의 큰 진리 때문입니다. 즉 독재권력이나 또 주어진 권력을 오만함으로 절대 권력으로 만드는 지도자는 한순간도 하느님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불변의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의 수장이 거만하면 조금도 미루지 않고 하느님이 떠나갑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백성을 위한 자리는 중요한 자리이므로 하느님께서 그 자리를 보호하시지만, 수장이 오만하면 하느님은 손 놓고 떠나신다는 진리 때문입니다. 일본의 오만함은 스스로 소인국이 되는 원인이 되고, 일본이 작아지는 날, 저는 인과응보라는 단어를 큰 소리로 말할 것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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