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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자의 슬픈 투쟁[장영식의 포토에세이]

7월 10일은 삼성테크윈에서 해고된 김용희 노동자가 정년을 맞는 날입니다. 그는 24년째 원직 복직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대답이 없습니다. 그동안 그는 복직을 위해 지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단식도 했고, 구속도 됐습니다. 그러나 자본은 응답이 없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택한 것은 고공이었습니다. 한국 자본의 상징인 강남역 사거리에 우뚝 선 철탑 위로 올라갔습니다. 지상에서부터 시작한 단식투쟁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그는 오늘까지 복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상에서 하루에 한 번 올라오는 유일한 생존 물품인 물과 효소와 소금도 끊겠다고 합니다. 그는 최근에 이어지고 있는 폭염까지 겹쳐 건강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극한적 상황까지 내몰린 그는 나이면서 너인 사람이며 사랑입니다.

한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강남역 사거리에는 25미터 고공 위에서 곡기를 끊고 원직 복직을 절규하는 한 노동자가 있습니다. ⓒ장영식

6월 10일 발행한 삼성그룹 해복투 보도자료에 의하면, 그의 지나온 삶은 처절하다 못해 자본이 한 노동자와 그의 식구들을 어떻게 파멸로 몰아갔는지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인휘 작가는 페이스북에서 김용희 노동자의 투쟁 소식을 아프게 전하고 있습니다.

김용희 노동자는 삼성의 회유와 협박과 테러도 모자라서 수차례 구속을 당하고, 안기부에 끌려가 간첩혐의 속에 모진 협박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 아버지는 아들을 만류하다 어느 날 사라져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5년 뒤 뇌경색으로 쓰러져 생을 마감했습니다. 복직투쟁을 돕던 아내는 경찰에 성폭력을 당했고, 아들은 간질을 일으켜 병마에 사로잡혀 살고 있습니다. 보도자료에 써 놓은 글 속에서 그가 겪어 왔을 만신창이의 삶을 떠올리니 인간 사회가 너무나도 끔찍합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그의 변호인으로는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습니다.

그는 24년째 원직 복직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대답이 없습니다. 그동안 그는 복직을 위해 지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단식도 했고, 구속도 됐습니다. 그러나 자본은 응답이 없습니다. 그가 살기 위해 마지막으로 택한 것은 고공입니다. ⓒ장영식

삼성그룹은 1938년 창립 이래 현재까지 헌법에 반하는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 왔습니다. 삼성의 무노조경영 뒤에는 삼성이 무법으로 저질러 왔던 인권침해와 노동자 탄압이 있었습니다. 삼성의 그 행태가 너무나도 비인간적이었고 잔혹했습니다. 이러한 삼성의 비인간적 노동관은 해외에 진출했어도 변함이 없습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노조탄압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 바로 경찰과 노동부, 사법부, 정보기관 등 국가의 권력 기관을 동원하여 벌어졌다는 사실에 참담합니다. 국가기관이 동원되어 벌어졌던 삼성의 야만적 무노조경영 노동탄압과 인권침해는 반드시 한국 현대사에서 제대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가가 올곧게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다시는 삼성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사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삼성그룹은 1938년 창립 이래 현재까지 헌법에 반하는 무노조경영을 유지해 왔습니다. 삼성의 무노조경영 뒤에는 삼성이 무법과 탈법으로 저질러 왔던 인권침해와 노동자 탄압이 있었습니다. ⓒ장영식

김용희 노동자는 “생명의 존귀함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다. 해고 통지도 받지 못하고 24년 동안 수차례 구속과 연행, 수배와 단식 투쟁에도 무노조 삼성은 노동자의 목숨 따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철탑 위에 올라와 단식 고공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2019년 7월 10일까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갖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하며 “오늘 밤 0시부터는 시한부 인생이나 다름없는 삶의 의미에 그 어떤 이유로든 부여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러분들 연대의 응원에 지난 한 달 동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정년과 환갑을 지나고 죽임과 맞선 강남역 고공 위의 한 노동자를 기억하며, 이철산 시인의 “딱 하루치”라는 시로 이 시리고도 시린 슬픈 글을 맺고자 합니다. 이철산 시인에게서 노동은 비극적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김용희 노동자는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러분들 연대의 응원에 지난 한 달 동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장영식

 

'딱 하루치'

 

딱 하루치 살기로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일터에 가는 것도 딱 하루치 벌이를 위한 것이고

일터에서 돌아와 누리는 달콤한 휴식도 잠자리에 드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면

 

딱 하루치 벌어서

딱 하루치 먹고

딱 하루치 사랑을 하고

딱 하루치 꿈을 꾸는

딱 하루치 세상 나쁘지 않겠다 생각합니다

 

딱 하루치 살기로 합니다

딱 하루 만에 평생 벌어 논 은행 잔고가 사라지고

딱 하루 만에 평생 쌓아 놓은 먹을 것들이 썩어버리고

딱 하루 만에 고대했던 사랑이 작별을 고하고 떠나간다면

딱 하루 만에 미래의 꿈이 강 안개 되어 흩어져 버린다면

평생 벌어 논 재산도 쌓아 놓은 양식도 사랑도 꿈도

딱 하루치 살고 사라지는 욕심이라면 어떻겠습니까

 

딱 하루치 살기로 합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

딱 하루치 삶의 크기로 모든 사람들이 살아야 한다면

딱 하루치 노동과 딱 하루치 꿈과 딱 하루치 삶이 전부가 된다면

딱 하루치 세상이 모두가 평등한 딱 하루치 평화가 아니겠습니까

 

만인에게 공평한 딱 하루치 살기로 합니다

(이철산, 시집 "강철의 기억" 중에서)

김용희 노동자가 직접 쓴 삼성 해복투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그의 지나온 삶은 처절하다 못해 한국의 거대 자본이 한 노동자와 그의 식구들을 어떻게 파멸로 몰아갔는지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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