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명동성당에 미사 드리러 모인 신자들. (이미지 출처 = Flickr)

독자님들 대부분 어떤 모임이나 행사의 날짜나 요일을 혼동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난 그런 적 없다시면 그분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정도로 멈추셔야 할 것입니다. S대 인문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명석의 끝판왕이셨던 선배 신부님께서도 나이가 드니 기억과 판단에 좀 헛점이 생긴다 하시더라고요.

오늘 속풀이에 요청하신 질문은 어떤 소공동체에서 진행된 미사를, 예를 들어 화요일 미사를 봉헌해야 하는데 모두가 착각하고 수요일 미사로 봉헌했다면 그 미사가 유효한가?입니다.

어떻게 날짜를 헷갈린 채 미사가 진행될 수 있지? 의아해 하실지 몰라도, 일단 주례 사제가 날짜를 착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즉, 미사 해설자가 특별히 없는 공동체 미사에서 평일미사의 미사 기도문은 사실상 일주일 내내 같습니다. 독서도 보통 어제와 오늘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어제도 코린토 1서 오늘도 코린토 1서면 날짜를 혼동한 것을 모를 수 있지요. 즉, 1독서 담당자는 자기 몫만 낭독을 잘하면 되고, 사제는 복음을 봉독하고 짧은 강론을 합니다. 요일을 헷갈려도 미사는 형식적으로나 내용 면에서나 잘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런 상황은 일어나기 힘든 것입니다. 요즘은 미사 참례자들이 대부분 “매일미사" 같은 보조자료들을 지참하고 미사에 참여하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사 주례자가 뭔가 잘못 읽고 있다 느끼면 문제제기를 하십니다. 사회가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걸 감지해도 바로 이야기를 하십니다. 서로 ‘크로스 체크’가 되고 있습니다.

제게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어느 날 독서를 맡아 전례용 성경을 봉독하기 시작했고 얼마만큼 읽었을 때, 공동체 형제들 사이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나더니 제가 읽던 곳이 오늘 독서가 아니라고 알려 줘서 날짜를 확인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들이 조용히 제가 읽고 있던 성경 말씀에만 집중했다면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을 일인데, 꼭 의구심을 가지고 “매일미사”를 뒤적이는 형제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정말 요일이나 날짜를 착각한 채, 공동체 모두가 그 사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미사가 진행되는…. 정말 일어나기 쉽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형식 면에서 하자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사, 즉 성체성사는 유효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의미를 잘 들었다면, 말씀의 양식(말씀의 전례)도 육의 양식(성찬의 전례)도 모두 잘 취한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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