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온 편지

▲사진출처/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

마산 수정만 성모의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지난 벌써 사흘이 넘도록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KTX조선기자재 공장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이 수녀원 건너편 산밑에 하루에 30여명씩 모여서
마이크로 고함으로  수녀원 쪽을 향해 소음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녀들과 수녀원 때문에 유치사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원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수녀들만 마을에서 사라지면 당장에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다.
그래서 "수녀들은 경제발전의 웬수다!"하는 구호를 외쳐댄다.  
수녀원  성당과 식당 방향으로 들려오는 소음으로 기도를 해도 기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그들은 오는 8월 14일까지 연일 수녀원을 괴롭히기로 작정한 모양이라고 장 요세파 수녀는 전한다.
-편집자


늘 찬미 , 늘 기쁨!

삼일 동안 찬성하는 주민들이 수녀원 앞에서
소위 집회라는 것을 열고 있습니다.
노래방 기계 볼륨 최고로 틀어놓고
춤추고 괴성을 지르는데
그 비참함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네요.
성당에서는 우리 소리 파묻히고 그들의 괴성만 들립니다.

아래 저의 묵상 함께 나눕니다.

장 요세파 수녀 드림


▲사진/한상봉
빗물에 녹아내리는 종이조각

숨막힌 언어들을
하나 하나 불러내어 날려보내고 싶다.
누군가 꼬깃꼬깃 접어 빗길 위에 내던진 종이조각
아스팔트 위에 착 달라붙고, 빗물에 녹아
살점이 녹아들어가는 종이조각처럼
내 가슴도 녹아든다

달리던 차 멈추고
장대비에 종이 살점 다 녹아 흐를 때까지
바라보고 싶었다

어리석어라
빗물에 녹듯 그렇게 없어질 일이던가.
심장 위에 달라붙은 녹아내리는 종이조각
여전히 비는 내리고

-7월16일



순이야, 철이야,

처참한 악다구니
가슴이 터-엉 비어갑니다.
이국 어느 바닷가
밀물이 밀려드네요
순이야, 철이야,
그 빛나던 눈빛 어디로 흘려보냈니?
낯선 이국의 바닷가에서
알맹이 없는 빈 조개껍질만 긁어모으는
텅빈 눈동자, 짐승들의 울부짖음!

▲사진/한상봉
술 취해 시뻘건 눈길로
사방을 휘둘러 보지만
알맹이 없는 쓰레기더미에선
아기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네
순이야, 철이야,
멀리서 먼동이 터오는구나
함께 가지 않으련
그 빛나던 눈동자 함께 부딪치던
가난하지만 풍요롭던 그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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