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교구에서 발표하는 인사이동을 들여다보면, 가끔 정직, 면직 등의 용어를 접하게 됩니다. 거기에 얼마 전부터 환속이라는 용어가 추가된 모양입니다. 

살펴보면, 인사이동과 관련한 용어들이 교구별로 조금씩 다른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그 용어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어림해 볼 수 있습니다. 

“정직"(suspensio)에 대해서는 예전에 다룬 바가 있습니다.("정직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성품성사에서 기인하는 권리와 의무를 잠정적으로 제한하는 정직과 달리, “면직”은 그런 권리와 의무 자체를 박탈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면직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성직박탈"(degradatio)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성직자에게 적용되는 형벌로, 성직자를 평신도의 신분으로 격하시키는 환속처분을 말한다. 성직자 환속은 반드시 교회벌이 아닌 데 비해 성직박탈은 교회벌에 속한다. 이 형벌은 법률에 의해 범죄라고 정해진 죄를 범했거나 면직 후에도 계속하여 정직과 관련된 재치권을 행사하였을 경우 부과되며 교황이 정한 의식서에 따라 판결을 받음으로써 그 형벌이 효과를 가진다. 성직박탈을 당한 성직자는 자신이 범한 오류와 죄를 충분히 반성하였다고 인정될 때 허가를 얻어 그의 장상이 다시 성직으로 복귀시킬 수 있다.”(가톨릭 대사전, “성직박탈”항)

사제의 뒷모습. (이미지 출처 = Pxhere)

따라서, “환속”은 “성직박탈”과 관련 있는 용어이며, 더 정확히는 “성직자 환속"(reductio clericorum ad statum laicalem)을 의미합니다. 성직자 신분을 삭감하여 평신도가 되는 것을 뜻하는데, 좀 더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성직자가 평신도 신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성직자 환속이라 한다. 성직자 환속은 성직박탈이나 독신제에 대한 관면을 얻은 후의 혼인, 용병 지원, 수도회 탈퇴 등의 이유로 성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을 때 취해진다. 환속처분을 받은 성직자는 이제까지 누려왔던 직위, 성직록, 성직자로서 가지는 특권 등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서품은 어떠한 이유로도 해소될 수 없기 때문에 환속한 성직자가 서품권을 행사할 경우, 재치권에 해당하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유효하다. 그러나 이 행위가 유효하다고 하여 합법적인 행위는 아니고 불법적인 것이다. 환속된 성직자가 다시 성직으로 복귀할 경우에는 반드시 교황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때 또다시 서품을 주어서는 안 된다.”(가톨릭 대사전, “성직자 환속”항)

“환속”이란 용어는 다른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넓은 의미로는 수도자가 수도회에서 나감을 의미합니다. 좁은 의미로는, 수도회 소속 성직자가 수도회를 떠나 교구로 입적(saecularizatio religiosorum)할 때 “환속”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성직 수도자가 교구 사제가 되는 것입니다.("교회법률용어사전", 살바도르, 데 파올리스, 길란다 외 지음, 한동일 역, 가톨릭출판사, ‘성직 수도자의 교구 입적(수도자의 환속)'항 참조)

인사이동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의 사전적 의미에 덧붙여, 그 맥락도 헤아려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면직”은 보통 인사권자가 해당 성직자에게 취하는 행위입니다. 반면, “환속”은 면직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성직자가 자청하여 평신도의 신분으로 돌아간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처지에서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서로 기도해 주세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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