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발표해 신자유주의 비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지난 7월 7일 21세기 첫번째가 되는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을 발표했다. 여기서 교황은 "글로벌 경제위기는 탐욕스런 금융자본의 도덕적 실패의 결과이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 빈곤은 인간의 존엄성을 망각한 채 발전을 추구한 데서 빚어진 비극"이라며 정의와 공동선 회복을 촉구했다. 

6장 79항 144쪽 분량의 이 회칙은 "경제발전이 인류를 곤궁의 수렁에서 건져냈지만, '진리'를 배제한 발전은 사적 이익과 힘의 논리에 봉사하게 되고, 결국 불평등과 사회 분열을 초래하게 된다"면서, 신자유주의는 자본과 노동이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무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숱한 문제를 야기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금융가들은 하루 빨리 도덕적 기반을 회복해야 한다"며 "UN과 국제경제기구 등을 개혁해 (국제금융질서를 감시하는) 실질직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칙에서는 착취당하는 이주노동자, 무분별한 자원개발, 선진국의 의무 불이행,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는 생명공학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면서 부의 재분배와 노동자의 권리보장, 후진국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촉구했다.

이 회칙은 제목대로 '진리(Logos)에 따른 사랑(Agape) 실천'을 줄곧 강조하고 있는데, 서문에서 "누구든지 세상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 그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면, 하느님 사랑이 어떻게 그 사람 안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7-18)라고 성경적 근거를 대고 있다. 

따라서 교황은 "우리 사회는 물질의 유혹에서 벗어나 인간의 선을 증진하는 가치에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공동선에 봉사하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도록 이끌며, 부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 사랑"이라고 말한다. 

즉, "진리 안의 사랑은 가톨릭 사회교리의 심장"이며, 회칙을 관통하는 두 가지 기준은 '정의'와 '공동선'이라고 말한다. 베네딕트 16세 교황은 이 회칙의 전범을 바오로 6세 교황의 사회회칙 <민족들의 발전(1967년)>에서 찾고 있는데, 이 회칙은 가장 급진적인 문헌으로 알려진 중남미 주교회의 <메델린문헌>에 영감을 준 것이며, 이로 부터 중남미교회는 해방신학과 기초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는 베네딕트 16세 교황이 바티칸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재직시 해방신학을 단죄해 왔다는 이력에 비추어 볼 때 의외의 관점이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이 발표된 후 14년 만에 나온 사회회칙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는 신자유주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산참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시사적인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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