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개신교회에서 나눠 주는 길거리 선교용 물티슈 뒷면. ⓒ왕기리 기자

길을 걷다 보면 물티슈, 간단한 음료와 함께 유인물을 나눠 주면서 “예수 믿으세요” 하시는 분들을 가끔씩 만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엔 일상에 유용한 물건들을 받아 챙기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물건도 제공되지 않는데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소음에 가까운 구호를 듣게 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합니다. 

한여름의 땡볕 아래서 길을 지나는데 물 한 병과 유인물을 건네며 “예수 믿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물건은 받아 챙기며 한마디 응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 예수 믿어요.” 그랬더니 상대방도 한마디 덧붙이더군요. “그럼 제대로 믿으세요.”

그날, 저는 예수님을 제대로 믿는 건 어떤 것인가? 나름 성찰하며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개신교의 길거리 선교는 그 노고에 박수를 보내야 할 정도입니다. 명동이나 대학로 등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중간중간에 간증과 기도를 하는 선교단의 열정이 길을 멈추게 할 때도 있습니다. 

한편 천주교인들은 길거리에서 선교하는 것이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통 나도 강요받고 싶지 않기에 이웃에게도 강요하는 방식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주교인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에 있는 성당에서 좀 더 적극적인 선교 방식을 선택하여 길거리 선교를 하는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지 않으면서, 이런 식으로 이 동네에 성당이 있음을 알리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무슨 비밀결사도 아닌데 티 안 내고 성당에 다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예수님도 그러하셨고, 그 사도들도 그리스도 예수님을 알리기 위해 길에서 외쳤습니다. 천주교는 품위가 있어서 길거리 선교를 하는 종교가 아니라고 선을 그을 필요는 없습니다. 길거리 선교가 필요하다면 그만큼 하는 게 좋습니다.

선교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사회적 쟁점 때문에 봉헌되는 길거리 미사를 보면 그것도 넓은 의미에서 길거리 선교가 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예수 믿으세요”라고 노골적으로 외치는 선교보다 훨씬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방식의 선교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리스도인들은 실천을 통해 그리스도를 알릴 때 그 진실성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사야 58,6)이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일임을 알아듣고, 그 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하는 것이 선교의 기본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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