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모형 택배 탈핵 활동가들 실형 구형

2018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참사 7주기 사전행사로 모형 핵폐기물 깡통을 행정부처와 지자체, 관공서, 언론사, 시민 등에게 택배로 보내는 핵쓰레기 퍼포먼스를 벌인 환경 활동가 3명에게 실형이 구형됐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민원에 대한 지나친 처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4일, 28일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 모두에게 각각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번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실형을 구형받은 이들은 탈핵운동 단체인 30km연대 이경자 집행위원장, 원불교 환경연대 김복녀 소장과 조은숙 사무처장이다.

각기 진행되는 두 재판의 1심 선고는 오는 7월 12일과 16일이다.

지난해 2월 핵발전의 위험성과 핵폐기물 처리문제를 촉구하기 위해 모인 90여 개 단체는 311 후쿠시마 7주기 사전행사로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손편지가 담긴 모형 핵폐기물 깡통 90여 개를 두 번에 나눠 택배로 보냈다.

수신처는 청와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무총리실 등과 주요 언론사, 국회의원, 탈핵을 지지하는 시민 등이다.

택배를 받은 곳 중 산자부와 과기부 장관실에서 경찰에 신고해 수사 의뢰하면서 전국 경찰이 동원돼 조사에 나섰고, 제주에서는 군경합동으로 택배물을 해체하는 등 과잉대응이 있었다.

개인이 받은 곳에는 신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강력계 형사가 찾아와 처벌의사를 묻기도 했다. 

1차 발송 택배가 도착한 뒤 언론을 통해, 후쿠시마 7주기 사전행사로 벌인 퍼포먼스임이 알려졌고, 정확한 발송인 연락처와 안내문, 손편지가 담긴 안전한 내용물임이 확인됐음에도 택배 발송인에 대한 형사사건으로 처리됐다.

원불교환경연대 조은숙 사무처장은 “민원행위 자체가 괘씸해서 처벌하고 입단속 하는 것이 과연 공무인가”라며 “정작 어떤 내용을 담았고, 무엇을 들어 달라고 하는 것인지는 외면하고, 말하지 말라고 법으로 구속하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3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첫 택배 발송 뒤 경찰조사에서 경찰도(세종경찰서) 내용에 위험물이 없고, 민원성 택배임을 인정하면서 발송처 리스트를 주면 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협박’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우리는 소동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찰에 리스트를 보냈다. 그런데도 왜 그 뒤 더 많은 행정력, 군과 경찰력까지 동원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일을 키웠는가”라며, “이번 구형의 요지는 택배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공무집행 방해”라고 말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우리는 지역주민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답답하고 불안한 현실을 들어 달라는 호소로 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며 “공무집행 방해라는 처벌 이유가 정당하려면, 적어도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택배를 발송한 지역주민들이 어떤 상황인지를 들어 보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공무는 전혀 하지 않고, 사무실 사람들이 놀라 잠시 일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 처벌 이유라면 동의하기 어렵다”며 “무죄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항소할 것이며, 끝까지 주장해서 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택배 내용물. 지름 8.5, 높이 10.5센티미터의 깡통 속에 핵쓰레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문. 핵발전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영광 주민의 손편지와 작은 돌멩이가 한 개 들어 있다. ⓒ김수나 기자

한편, 종교환경회의는 29일 성명을 내고, “핵발전의 위험을 알리기 위한 3명의 활동가는 무죄”라며, “사법부의 공정한 법집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들이 호소하는 불안함과 절박함을 담은 편지를 읽고 영광 등 지역주민을 만나 실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을 기대한 3.11기획단의 노력은 실형 1년 6개월 구형으로 족쇄가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10만 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이 해마다 750톤씩 핵발전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책 없는 상황에서 그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처벌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퍼포먼스를 같이 기획했던 김준한 신부(부산교구)는 “핵폐기물 모형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정부, 공공기관, 경찰이 모두 잘 안다. 이미 그런 활동을 한다는 것도 인지했으면서도 위협이라면서 법적 문제로 가져가는 것은 활동가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3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탈핵을 기조로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과 웬만한 정부기관이 다 관련됐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기소하지 않고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법으로까지 가져간 것이 무척 괘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모형 깡통이 그렇게 위험한 것이라면 고준위핵폐기물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까”라며 “이 정도로 대응하는 것을 보니 정부나 핵산업계에서 이 문제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라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자신한다는 것은 교만”이며 “섣부른 공론화와 사회적 대화는 결과를 급조할 우려가 있어, 과학이 아닌 우리 시대 모든 이들의 깊은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