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회
주거빈곤아동 목소리, 정책에 없다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 아동주거빈곤 정책을 묻다

‘아동’은 부모나 성인 가족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돌봄을 받는 것과 아동이라는 독자적 존재의 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특히 주거권, 주거복지정책에서 ‘아동’은 부모가 있는 집의 ‘가구원’으로만 인정되며, 아동이기 때문에 특별히 안전과 위생, 심신의 건강이 특별히 고려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정책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아동들의 주거빈곤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23일 열린 정책토론회에는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박사가 아동주거빈곤의 실태와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아동주거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청 양민호 팀장이 시흥시 사업 사례를 설명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자살충동 느낀다”....아동 있는 가구가 2배 높아

최은영 박사는 현재 아동주거빈곤 문제의 가장 근본적 문제는 아동이 주거빈곤으로 구체적 피해를 당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는 반영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신체적, 지적, 정신적, 도덕적 및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지며, 당사국은 이 권리 실현을 지원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특히 영양, 의복 및 주거에 대해 물질적 보조 및 지원 계획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행 한국의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지원 대상은,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층, 저소득 및 취약가구로 ‘아동’은 직접 지원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최저주거기준 미달인 아동이 11.5퍼센트, 주거빈곤 아동은 14.2퍼센트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에는 18살 미만 아동이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조차 “18세 미만의 자녀와 사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어, 부모와 미성년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에 해당될 뿐, 조손 가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빈곤 상황으로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이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연령대의 가구에 비해 아이와 함께 사는 이들의 비율이 2배 가까이 높다. 아동은 주거빈곤 상황을 훨씬 크게 느끼는데도 정책에는 ‘기타’나 ‘가구원’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주거빈곤 실태 조사에서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비주택’ 개념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도, “주택이지만 열악한 상황이 많다. 유엔이 정한 용어인 ‘적정주거’는 단지 주택 외 주거뿐 아니라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모든 주거 상황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아동의 주거빈곤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이 열악해 심신 건강과 안전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벌레와 곰팡이로 인한 피부염과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이들의 심리상태도 매우 위축되어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또 집안에 쌓인 물건이 무너지거나 불이 날 위험 등 안전도 위협받는다.

집 밖의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열악한 주거지가 밀집된 지역은 대체로 보행로와 주차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안전한 통학로 확보가 어렵고, 보안이 약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은 물론 아동을 위한 공원이나 놀이터 등 문화시설도 충분하지 않다.

최은영 박사는 아동의 주거복지 정책을 위해서는 먼저 아동을 정책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하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주택 주거자에 우선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공급 원칙’ 훼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실적으로 예산과 시간 계획이 포함된 범정부 차원의 주거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동 가구를 별도로 포함시키거나 한부모가정과 함께 아동 가구를 신혼부부 가구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지원 단가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주택 지원과 함께 주거빈곤 밀집 지역을 건강한 지역사회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난한 아이들이 놀이터나 공원 없는, 안전하지 않은 지역에 사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 공유 시설을 확대해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소리 없는 외침, 아동주거빈곤'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정현진 기자

시흥시청 주택과 양민호 팀장은 시흥시 아동주거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현재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아동 주거 관련 조사, 지원사업을 벌이는 곳은 서울과 경기도 시흥시 외에는 없다.

시흥시는 2013년 주거복지 조례를 제정하고 지원 사업을 시작해, 2017년부터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아동주거권 관련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대상인 시흥시 정왕 지역의 아동주거빈곤 상황을 보면, 아동 10명 가운데 7명이 주거빈곤을 겪고 있다.

시흥시는 ‘시흥형 아동주거비’를 지원하면서, 주거비 지원 대상자 가운데 아동포함 가구에 대해 아동 1인당 기존 지원액의 30퍼센트를 더해 지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청소와 방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직접 지원 외에 ‘정왕지역 아동주거권 개선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계 기관 간담회, 관련 전문가 강연회, 정책 토론회 등을 열어 인식 개선 사업도 진행한다.

시흥시는 앞으로 정왕 지역 불법 건축물 양성화 및 재건축을 통한 아동 주거환경 개선, 정왕동 일대를 아동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시범지구로 지정, 아동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TF팀 구성과 추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태진 박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 서울사이버대학교 임세희 교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승현 센터장 등이 참여했다.

“미성년자와 힘없는 이들 보호는 복음 메시지의 핵심입니다. 교회와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복음 메시지를 세상에 전파하라고 부름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미성년자와 힘없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고려하면서, 그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해 안정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9년 3월 교서)

먼저 나승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서 내용을 들어, “이에 따르면 우리 교회와 구성원들은 복음의 메시지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뤄 내지 못하는 직무유기에 빠진 셈”이라며, “교회는 청소년 사목을 하고 있지만, 성당에 다니는 아동, 청소년들 즉, 지역의 일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대상을 본당 지역의 모든 아동, 청소년들로 넓히고 그들의 귀와 입이 될 수 있다면 이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교회가 관여하는 지역의 아동센터나 공부방이 아동,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한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이제 근본의 문제, 우리의 아동,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집이 위생적이고 안락하고 쉼을 누릴 수 있는 집으로 바꾸는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정부, 중앙정부, 민간이나 종교단체 어디든 가장 작은 자와 약한 자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해 주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가장 약한 이들을 돌보는 일을 뒤로 미룬다면 결국 우리 사회는 약하고 작은 것을 배제하는 세상에 머물고, 서로를 지켜주지 않는 각자도생을 살다가 멸망하는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진 박사는 아동주거빈곤 문제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정책적 개입을 요구했다.

그는 주거가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며, 아동의 주거권은 부양자에 의존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강력한 정책적 개입이 요구된다며, “주거빈곤 아동은 주거로 인한 사회단절, 건강 등의 미래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대상과 그 수단의 우선 순위이며, 사회적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세희 교수는 주거개선이 된 아동가구의 심층면담 결과에 따르면, 보증금을 지원받아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사한 아동들은 신체 건강은 물론, 우울하고 폭력적 심리상태가 안정되었으며, 가족 관계나 친구 관계도 개선되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주거취약계층 지원에서 보다 고려해야 할 부분을 짚었다. 그는 “단순 환경개선뿐 아니라 ‘과밀’, 즉 사춘기 자녀가 부모 또는 이성 형제와 같은 공간을 쓰는 경우, 지원 이전 해당 가구와 충분한 사전 협의, 공공임대주택 제공에 가구원 수와 가구원 관계 고려, 아동 가구의 거주지 선택권 보장과 해당 가구의 불필요한 노출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승현 센터장은 “주거빈곤아동 문제 해결은 부모나 보호자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와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동주거권 옹호를 위해서는 “아동이 있는 주거빈곤가구를 정책 대상으로 한 주거복지로드맵 개편, 아동 가구에 대한 전세임대주택 전세금 증액 지원, 최저주거기준의 구체화와 실효성 강화, 아동주거급여 제도 확대, 주거복지정책 관련 지자체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