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신학생 하동기 씨, 병역거부 선언

▲하동기 씨는 "누군가는 평화를 얻기 위한 전쟁을 주장하지만 어떠한 전쟁도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지 못합니다."라고 말한다.

군대가 아닌 감옥을 선택하는 또 한명의 젊은이가 나왔다. 연세대 신학생 하동기 씨가 그렇다. 7월 13일 하 씨는 “예수의 걸음을 따르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정상복 목사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이영 상임의장, 연세대 신학생들이 참석해 하 씨의 선언을 지지했다.

하 씨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목사를 꿈꾸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왔다. 예수의 걸음을 어떻게 따를 지를 항상 고민하던 하 씨는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기지이전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경험했다. 하 씨는 “제가 생각하는 예수는 그런 폭력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폭력을 강제하는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인 한홍구 교수(성공회대)는 “정상적인 정부가 들어서 2009년 1월부터 대체복무제가 시행됐다면 아마 지금쯤은 병역거부자들이 휴가를 나올 시점일 것”이라며 참여정부에서 시행하기로 한 대체복무제를 무위로 돌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병역거부운동이 원래 정치적 신념과 양심의 자유 이전에 종교의 자유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정 목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은 신앙 운동”이라고 말했다.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하고 2006년 5월에 출소한 임재성 씨도 “하 씨의 병역거부를 계기로 종교계 내에서 다양한 움직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 씨의 후원회장인 조창근 씨는 하 씨가 수감되기 전까지 병역거부에 대해 알리고, 대체복무제 서명운동 등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하 씨가 수감되면 그의 수감생활도 뒷받침 해주겠다고 한다. 조 씨는 온라인 클럽( http://club.cyworld.com/jxshine )에서도 자신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기자회견의 끝에 연세대 신학과 종교극예술연구회 학생들이 전쟁의 폭력과 그 폭력을 거부하는 이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연대회의의 성명서 전문이다.

국방부는 병역거부자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중단된 대체복무를 즉각 도입하라

작년 말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 도입을 유보하겠다는 발표를 내린 뒤 우려했던 바대로 그동안 대체복무 시행을 기다리던 젊은이들의 감옥행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7년 9월, 국방부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2009년 1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더니 결국 작년 12월 말 국방부가 대체복무 도입을 유보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국가인권위에서 지속적으로 대체복무 도입을 권고해왔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한국 현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마당에 현 정부는 케케묵은 시기상조론과 국민여론 수렴이라는 수사로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존중해야하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병역거부를 선언한 하동기씨는 “사랑을 행했던 예수의 길을 따라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그는 병역거부 소견서에서 밝히기를, 2006년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이전에 반대하던 주민을 비롯한 자국의 국민을 상대로 버젓이 자행된 군․경의 폭력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로 징집된 군인들에게 폭력의 사용을 명령하는 국가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병역에 대한 그의 진지한 성찰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내면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결과이다. 따라서 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심한 그의 양심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지 비난이나 처벌이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기독교 신자의 병역거부 선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에 박경수씨가 기독교 신자로서 병역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으며, 천주교나 불교 신자로서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는 것이 일부 종교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은 따라서 정확한 지적도 아니며, 오히려 적극적인 평화를 이야기하는 병역거부의 논점을 흐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병역거부 운동이 대외적으로 시작된 2001년부터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을 비롯한 보수집단의 반대 목소리가 있어왔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감옥행을 선택했으며 그 숫자는 2000년대에만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벌써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만 국가인권위는 이미 4년 전인 2005년에 대체복무 도입을 권고한 바 있고, 2006년에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에서 한국 정부에 대체복무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2006년 11월에 유엔에 개인통보를 접수한 두 명의 병역거부자들과 관련하여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으며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것을 권고하였지만 이후에도 정부는 유엔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변명을 대기에 급급했다. 그리하여 현재는 새로운 499명의 개인통보가 다시 제출되어 자유권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올 초에 병역거부를 선언한 은국씨가 바로 얼마 전인 7월 3일 1심에서 1년 6월을 선고받고 수감이 되었다. 국가가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철회하고 병역거부 사안을 방기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지금도 병역거부자들이 계속해서 수감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전과자라는 낙인을 기꺼이 감수한 병역거부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받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받아갈 고통을 국가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국방부는 이제 근 10년째 지긋지긋 끌어오고 있는 병역거부 이슈가 지겹지도 않은가?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대체복무가 허용되지 않는 인권후진국이라는 꼬리표가 싫다면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병역거부자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 개선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 연대회의는 정부가 남북간 무력충돌을 운운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아니라 평화를 외치는 병역거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2009. 7. 13.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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