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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와 폭탄도 하느님 손길 못 막는다주교회의 생태환경위, DMZ 생태탐방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22일 한강 하구 중립수역과 과거 비무장지대였던 파주 노상리를 찾아 남북의 평화가 생태적 평화로도 확대되기를 기도했다.

이날 현장탐방은 지난 2월 비무장지대 생태를 주제로 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 연수에 이은 것으로, 지구의 날을 맞아 이뤄졌다.

이날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와 총무 이재돈 신부를 비롯해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들, 인천과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개신교 목사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지구의 날은 매년 4월 22일로, 미국에서 1970년부터 시작돼 세계 각국에서 현대 문명의 환경 파괴를 경고하고 생태적 회복을 촉구하는 날이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이날 탐방장소에 대해 “하느님이 엄청난 창조의 힘으로 되살려 놓은, 생태계의 큰 가능성을 보여 주시는 구체적 증거의 현장”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강 주교는 이어 “그런 현장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좀 더 폭넓은 차원에서 남북 간의 평화만이 아닌 생태와 자연 전체와의 평화를 생각해야 제대로 된 평화를 펼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문명이 끊임없이 파괴한 하느님의 창조물을 생각할 때, 진정한 평화는 “생태계 전체와의 화해와 일치에서 온다는 것이 생태회식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의 연장”이면서, “사람 손이 닿지 않아 복원된 이 생태계가 통일 뒤에도 제대로 보존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DMZ 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이 노상리 숲이 복원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옛 비무장지대였던 노상리 숲 “죽음을 뚫고 일어난 생명의 장소”

참가자들은 첫 탐방지로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의 남방한계선 근처 숲에 갔다.

이날 안내를 맡은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프란치스코)은 “노상리는 도라산 땅굴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남방한계선이 있던 곳으로 과거 비무장지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숲은 전쟁 때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격자를 띄어 지뢰를 심은 곳으로 비무장지대가 돼 사람이 발길이 끊긴 뒤부터 스스로 숲이 복원되고 있다. 지뢰 때문에 사람이 못 들어가면서 오히려 생명의 공간이 됐다”며 “죽음을 뚫고 일어난 생명의 장소”라고 말했다.

노상리 숲 일대는 지금도 지뢰가 곳곳에 묻혀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뢰가 어느 지점에 얼마만큼 묻혀 있는지도 알 수 없어,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김 소장은 온통 지뢰밭이라, 숲에 들어갈 때도 “고라니가 다녀서 생긴 길만 따라서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곳을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귀한 곳”이라고 안내했다.

그에 따르면, 임진강가인 이곳에는 임진강의 지하수 수위가 높아 자연스럽게 습지와 같은 지형이 생겼다. 숲 근처에는 큰 둠벙이 있는데, 둠벙 안에는 다양한 생물종이 살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이들은 생태계의 기반이다.

이곳에서는 둠벙 근처의 다양한 습지성 나무는 물론 비탈이 시작되는 곳부터는 물이 적어지면서 음수림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 소장은 “이곳은 원형의 숲과 성장해서 변화하는 숲이 다 있지만, 근처에 인삼밭 등 농가가 늘면서 파괴되기도 했는데 계속 지켜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땅을 평평하게 다져 지뢰를 심어 놓은 곳에 복원되고 있는 숲. 아직도 지뢰가 곳곳에 묻혀 있다. ⓒ김수나 기자

한편 그는 숲속 은사시나무 군락지에 대해, “이 나무는 군사시설을 가리기 위해 심은 것으로 분단으로 인한 숲의 구조는 일반 숲과 다르다”면서 “군사적 목적에 따라 간섭이 일어나지만 그 가운데서도 자연은 치열하게 숲을 만든다는 것에 애잔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상리 숲 일대는 1978년 북한이 만든 제3땅굴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비무장지대였다. 땅굴 발견 뒤 안보상 이곳을 지나던 남방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됐다. 지금은 민간인 통제 구역으로 사전 출입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으며, 농가 중심의 민간인 마을이 있다.

또한 이곳은 개성에서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둔덕에만 올라가도 개성 송악산이 보인다. 참가자들은 멀리 송악산을 바라보며, 평화를 위해 잠시 기도했다.

김 소장은 “군사적 이유로 비무장지대가 작게는 600미터에서 1.5킬로미터까지 좁아진 곳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인위성에도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독특성이 있고. 통일이 되더라도 그대로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무장지대(DMZ)는 군사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다.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각각 2킬로미터씩을 말하지만, 지역마다 군사적 이유로 그 폭이 2킬로미터 안으로 설정된 곳도 있다. 북쪽 경계를 북방한계선, 남쪽 경계를 남방한계선이라 한다.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은 비무장지대의 남방한계선을 기준으로 5-10킬로미터에 걸친 곳으로 군 당국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으로 임진강, 한강, 예성강이 서해로 가기 직전에 모이는 곳으로 뻘이 넓게 형성돼 있다. 왼쪽은 김포 시암리 습지, 오른쪽은 북한의 개풍군. ⓒ김수나 기자

서해 평화협력지대, 동북아 생태계의 보고, “한강하구 중립수역”

참가자들은 다음으로 임진강과 한강, 북한에서 흘러온 예성강이 한곳에서 만나 서해로 향하는 한강하구를 찾았다.

이곳은 파주시 탄현면 오두산전망대 근처로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파주 성동 습지와 김포 시암리 습지, 북한 개풍군이 마주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이곳까지 바닷물이 밀고 들어와 하루 2번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며, 이곳 뻘에는 여러 생물이 살기 때문에 뻘이 파괴되면 동북아 생태계에 큰 교란이 온다면서 또한 이곳은 서해 평화협력지대이자 동북아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성동 습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남북의 평화, 생태계의 온전한 보전을 위한 미사가 강우일 주교 주례와 사제 9명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강 주교는 강론에서 “6.25전쟁으로 모든 생명이 깡그리 사라지고 만 땅이고, 수많은 지뢰와 폭탄이 깔려 있는데도 자연은 지난 70년 동안 아주 평화롭게 회복되고 있었다”면서 “인간의 증오, 대결, 폭력을 하느님은 얼마든지 치유하실 수 있음을 보여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각자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이 당신의 몸으로 가르쳐 주신 그 사랑과 평화의 길을 매일매일 실현해 내도록, 그래서 이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을 걷어낼 수 있도록 일하라고 우리를 파견하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재속 프란치스코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 평신도 봉사자인 이병란 씨(스텔라)는 “디엠제트라고 해서 숲이 엄청 우거졌을 것이라 상상했는데, 평화롭고 온순한 나무들과 습지가 너무 감동적”이라며 “이러한 생태적 환경은 그대로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노상리 숲 둔덕에 오르면 멀리 개성 송악산이 보인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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