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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과학기술 산업화를 고민한다수원가톨릭대, 4차 산업혁명과 교회 시리즈 발간

"하느님에 대한 체험은 뇌의 화학적 반응일 뿐이다. 유전자기술로 유전적 결함 없는 완벽한 인간이 가능하다. 운동선수의 근육 강화를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다. 뇌에 디지털 정보나 칩을 넣어 기억력을 높인다. 원하는 만큼 수명을 늘리거나 죽음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뇌과학이나 유전학과 같은 과학이 말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과학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인간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겼던 지성, 언어, 사고능력 등을 가졌다는 기계도 나타났다.

인간에 대한 개념이 바뀌는 것은 물론 이러한 과학기술이 참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가, 비윤리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연구와 실험의 기준은 무엇인가 등 교회는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과학기술이 사회 곳곳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통해 이해하고, 과학기술의 방법과 목적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도록 교회가 적극 대안을 제시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고, 그 결과를 담은 책이 나왔다.

3월 출간한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와 4월 출간한 "4차 산업혁명과 신학의 만남". ⓒ김수나 기자

수원가톨릭대,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신학의 만남” 펴내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는 2017년 ‘인류의 미래, 인간학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란 주제로 열린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의 내용을 담은 책이다. 가톨릭교회가 처음으로 전 세계 과학자, 경제학자, 사업가, 신학자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문제들을 다각도에서 논의한 결과다.

이 책에서 문화평의회는 더 많은 이들이 인간성의 미래와 과학기술의 영향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를 과학기술자들의 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회를 앞둔 2017년 여름,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인 이성효 주교의 제안으로, 수원가톨릭대 신학자들은 인공지능, 생물학, 컴퓨터공학 같은 과학기술분야 전문가와 철학자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과 가톨릭신학의 역할”이란 이름으로 학제 간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2017년 7월부터 세미나를 7번 열었고, 그 결과를 모아 2018년 10월 “4차 산업혁명과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했다. 그때 발표된 논문을 모아 낸 책이 “4차 산업혁명과 신학의 만남”이다.

책이 나오기까지 이뤄진 공동연구는 과학기술 혁명이 산업에 도입되면서 발생한 인간학적, 윤리적 문제를 폭넓게 들여다보고, 교회와 신학이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인간 존엄성이 존중되는 미래 사회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묻는 과정이었다.

12일 책과 연구과정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수원가대 총장 곽진상 신부는 “한국의 신학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학제 간 연구를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회는 4차 산업혁명과 어떤 관련, 왜 과학 발달에 교회가 개입하나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일까? 이 용어는 2016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나온 뒤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기술혁명에서 비롯된 경제, 사회문화 시스템 등의 현재 진행 중인 변화나 앞으로 예견되는 변화를 뜻한다.

산업혁명은 농업과 목축업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일어난 산업상의 혁명적 변화로,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돼 20세기 후반에는 전 세계에 퍼졌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이러한 산업혁명을 네 단계로 나눌 때 마지막 단계를 가리킨다.

1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기술은 증기기관이며, 2차는 전기모터와 내연기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1, 2차 모두 생산력을 놀랍게 증대시켰다. 3차를 주도한 기술은 컴퓨터 기술로, 인터넷과 결합돼 정보통신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4차를 대표하는 기술은 자동화기술로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나노 기술, 3D 프린팅 등이며 이는 인간의 노동력을 해방시킨다는 의미와 동시에 기계로 인한 일자리 상실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교회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학의 발달에 왜 교회가 개입하려 하는가. 과학과 신앙이 부딪힐 때도 우리는 신앙의 진리를 여전히 믿어야 하는가.

위의 두 책은 4차 산업혁명이 지난 산업혁명들처럼 단순히 산업과 경제 발전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과 인류의 문제로 확대된다고 말한다. 즉 노동의 의미, 기술에 대한 자본과 부의 분배, 법과 사회제도, 생태환경, 고통과 죽음 등 인류의 운명 전체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라는 것이다.

곽진상 신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연구와 책 출간은 “인간 생명과 존엄성을 보존하고 존중하면서도 과학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며 “신학은 다른 학문과 대화하고 그들이 제기하는 질문을 귀담아 듣고, 그 질문에 대한 신학의 고유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는 것으로만 비치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그는 과학자들이 인간 본성을 진화하는 것으로 보고, 인간의 특정 부분만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고 보지만, 유전자 편집기술로 피부 노화를 막는다면 신체의 다른 부분이 손상되며, 뇌가 곧 인간이라는 뇌과학의 관점도 인간을 너무 축소해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하느님의 구원계획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자세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가톨릭대 기초신학 교수 한민택 신부(왼쪽)와 총장 곽진상 신부가 이번에 새 책을 냈다. ⓒ김수나 기자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로 전체 과학문명과 인류 미래의 변화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두 책의 제목에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쓴 것은 현대사회의 변화를 산업을 중심으로만 살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곽 신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흔히 인류의 미래라고 하면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른다. 사실 산업혁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술과 학문의 융합을 통틀어 말할 수 있는 개념이어야 한다. 다만 인류의 미래라는 막연함이 아닌, 과학기술이 산업화되면서 나오는 문제를 교회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상황을 인간성을 더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이를 위해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인간을 도구나 기계처럼 여기는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여러 인간관은 인간을 온전히 정의하지 못한다”며 “그럴수록 인간의 고유 가치를 되새겨야 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고, 인간을 과학의 대상으로만 축소하는 것에 교회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을 모르면 영성은 추상적인 다른 나라 세상의 이야기가 돼 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변화하는 역사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과학의 흐름과 변화를 깊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먼저 무엇이 진정한 발전인가, 인간에 대한 온전한 규정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할 때

간담회에 함께한 수원가대 기초신학 교수 한민택 신부는 이 시대의 흐름을 “신학에 대한 피상적 도전이 아닌 근본적 도전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했다. 그는 지금까지 교회가 하느님과 신앙에 대해 세상에 이야기하던 방식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봤다.

특히 그는 “그리스도교에서 가르치는 자유는 제한된 자유로, 인간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하고, “과학혁명시대에 종교나 신학의 영향력이 적어지는 것을 직시하고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 교회에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 신부도 “오늘날 이 세상이 신학으로 하여금 고민하게 한다는 것을 신학자들이 빨리 깨우쳐, 해석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사회가 제기하는 질문에 귀 기울이고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택 신부도 “무엇이 진정한 발전인가, 인간을 물리적, 화학적으로 규정하는 흐름이 인간에 대한 진정한 규정인가 물어야 한다”며 “(이는) 교회가 이 사회의 흐름에 떨어져서 비판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 시대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 신부는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만을 이야기할 때는 지났다”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져야 할 시점이며 과학기술의 발전에 전제된 것이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물을 수 있는 것이 신학과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곽진상 신부는 일반 신자들이 과학기술 혁명시대를 이해하고 그 한계도 인식하면서 신앙인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교회의 역할도 필요하다면서, 교회의 구체적 역할에 대한 답은 빨리 내놓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먼저 현재를 이해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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