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십자가의 길. (이미지 출처 = Pxhere)

령시인의 시간 여행

- 닐숨 박춘식

 

‘유다인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 현판을 들고 - 해골산으로 올라가는 로마 총독의 군사가 - 십자가 뒤를 따라 오르다가 - 성모님을 보고 그윽이 놀랍니다 - 저 고통 - 저 기품 그리고 어떤 암시 같은 신비감 - 저분이 사형 죄수의 어머니라니 - 놀라는 그 순간 - 사형 죄수가 어머니를 만납니다 - 어머니께 보여드리는 고통의 천둥 - 심한 경련을 억누릅니다 - 십자가를 다시 힘껏 잡는 죄수는 - 하나 둘 셋 넷째 걸음 째 - 다리가 꺾여 휘청 - 무릎 걸음으로 십자가를 끌고 갑니다 - 그 순간 - 현판 군사는 다급하게 - 옆에 보이는 건장한 남자의 멱살을 잡고 - 십자가를 그의 어깨에 올려주며 - 자기도 한 손으로나마 십자가를 듭니다 -

 

키레네 사람 시몬에게 십자가를 넘긴 그 현판 군사가

다시 죄수의 어머니를 바라봅니다, 그때

성모님의 눈동자에서 비쳐오는 하늘나라를 응시하며

가슴 뜨겁게 현판을 끄응 껴안습니다

십자가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천로(天路)임을

어렴풋이 깨닫고 솟구치는 열불로 휘청거립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4월 15일 월요일)

 

성주간은, 부활을 마지막으로 준비하는 아주 특별한 주간입니다. 거룩한 주간으로 십자가 고통의 정점을 보여 줍니다. 라틴어로는 ‘HEBDOMADA SANCTA' 헵도마다 상타(상따)라고 하며, 영어로는 ‘Holy Week' 홀리 위크(또는 Passion Week)라고 말합니다. 일년 52주간 중에 가장 거룩하고 가장 은혜로운 주간입니다. 수도원이나 수녀원 그리고 신학대학에서는 대침묵으로,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의 고통을 묵상하는 거룩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십자가 길’을 바치면서, 독자들을 위한 성주간의 묵상 자료를 고심하던 중, 4처와 5처의 사이의 어떤 영감을 받아 위 졸시를 적어 보았습니다. 령시인으로서 감히 부탁드린다면, 성주간에는 건강을 위한 음주 외에 술을 삼가는 정성을 보여 주신다면 예수님께서 매우 흡족하게 여기시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회식이나 파티도 다음 주간으로 미루는 정성을 가지신다면 수호천사가 춤을 추며 다른 수호천사에게 크게 자랑하리라 여깁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모든 독자들에게 놀라운 부활 은혜가 번쩍번쩍하시기를 빌고 또 빌겠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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