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하늘나라. (이미지 출처 = Pexels)

하늘나라 공항에서

- 닐숨 박춘식

 

 

철새가 다니는 길 위에 비행기의 하늘길

그보다 드높이 날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손 높이 기도하는 우리는 십자가에 탑승하여

골고타 언덕배기 활주로에서 이륙합니다

강산의 강이 민둥산으로 변하고

강산의 산이 썩은 강물로 흐르는 동안

갖가지 스탬프로 더러워진 여권을 만지며 기도합니다

‘주님, 저의 모든 죄악에서 저를 구하여 주소서.’(시편 39,9)

 

천사가 하늘나라 공항 착륙을 말하는 순간

하늘 활주로 건너편에 자비의 행렬이 보입니다

참회 감사 용서 구은, 울컥 목멘 소리로

골고타 위에 계시는 예수님께 용서를 빕니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복음서 23,43)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4월 8일 월요일)

 

하느님께서는 입이 너무 무거우신지 통 말씀이 없으십니다. 하느님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구원의 신비에 대한 말씀을 성경 안에 다 보여 주셨기 때문에, 별도의 어떤 말씀 없이 살펴보시지만, 공공연하게, 그러니까 파티마의 성모님 발현처럼 나타나시어 잔소리를 안 하십니다. 절망적인 느낌이 들었던 종교개혁 때에도 ‘이 죽일 놈들!“ 버럭 소리치며 나타나셨다는 말을, 저는 들은 적 없습니다. 앞으로는 더더욱 말씀 안 하시고, 개인 영혼 안에서 잠잠히 말씀하시리라 여깁니다.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를 통하여 말씀하시기 때문에 믿는 이들은 이유 없이 겸손하여야 함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리라 여깁니다. 겸손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영혼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말씀도 자주 하시고 눈물을 흘리시거나 한숨 소리도 들려주십니다. 오른쪽 강도에게 하늘나라를 약속하신 말씀을 저희에게도 내려 주시도록, 사순시기에 더욱 겸손하고 더욱 기도 많이 하시기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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