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언덕 (이미지 출처 = Pixabay)

삼지창을 부활 깃대로

- 닐숨 박춘식

 

퍼지게 먹으며 갑질로 살고 싶은 욕구를

삼지창으로 눌러 멀리 던집니다

황금을 경배하고 권력을 흠모하면서

영혼의 숨통을 갉아먹는 욕심을 찔러 죽입니다

지극 정성으로 그분만을 섬겨야 하는데 되레

그분을 이용하는 죄를 끝까지 결딴냅니다

그러고 그런 다음

광야의 유혹을 처단한 삼지창의 양쪽 창날을

가로로 젖히고 반듯이 펴 십자 깃봉을 만듭니다

주님 부활의 깃발을 드높이 달아

휘날리는 승리의 노래를 합창합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4월 1일 월요일)

 

사순시기는 광야에서 시작되어 하느님의 길을 꾸준히 찾아가야 하는, 막장에 가서는 십자가 언덕을 올라가는 여정이라고 봅니다. 오직 하느님만 생각하면서 걷는 사순시기는 순교자들의 삶을 보는 듯합니다. 광야를 걸어가든 숲속을 지나가든 세상 모든 욕구를 물리치고 오로지 하느님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좋아하지 않는 물질적 욕망을 누르거나 조절하기가 참 힘듭니다. 돈을 열심히 벌되 돈을 섬기지는 말아야 하는데,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돈이 하느님으로 보입니다. 누구나 돈의 위력을 실감하고 살지만, 돈의 노예가 되면 하느님께서 매우 슬퍼하시리라 여깁니다. 어떤 직책이든 돈을 아주 많이 가진 이들은 돈 걱정보다 자기 영혼 걱정을 많이 하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기분 나쁘게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순시기를 유혹 타도 시기로 여기시어 모든 분들이 부활의 큰 은혜 받으시기를 두 손 모읍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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