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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목장[장영식의 포토에세이]
"나는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능 피폭 문제를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와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나만 괜찮다면 다른 목숨쯤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인간의 이기심에 맞서 싸우는 레지스탕스요 가미가제이며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희망의 목장 대표 요시자와 마사미 씨. ⓒ장영식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반경 20킬로미터 이내는 영구 피난지역으로 선포됩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모든 가축들은 살처분됩니다. 즉 사람도 동물도 살 수 없는 곳으로 선포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죽음의 선포에 맞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14킬로미터 안에서 소를 살처분하라는 정부의 방침에 저항하며 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요시자와 마사미 씨(62)입니다.

요시자와 마사미 씨는 한 목장의 ‘소치기’였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고농도 방사능이 덮쳤습니다. 순식간에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100밀리시버트가 넘는 죽음의 땅이 되었습니다. 삶의 터를 버리고 주민들이 떠나면서 다른 농장에서는 수많은 소들이 굶어 죽었고, 멀쩡한 소들을 죽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목장의 대표도 “당신도 피난 가라”고 말했지만, 그는 차마 떠나질 못했습니다. 그는 소들이 굶어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소를 버리고 피난하라” “살처분하라”는 정부의 지시를 거부했습니다. 자신이 포기하면 굶어죽거나 살처분될 소들을 돌보겠다고 결심한 뒤 지금까지 300여 두의 소를 보살피며 살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반경 14킬로미터 안의 죽음의 땅에서 살고 있는 검은 소들의 모습. 희망의 목장은 살처분으로 대변되는 후쿠시마의 국가 폭력에 저항하며 생명의 존엄을 상징하고 있다. ⓒ장영식

요시자와 마사미 씨는 소들을 돌보면서도 수시로 “내가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방사능에 오염된 죽음의 땅에서 소들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스스로 살아 있는 생명을 위해 국가 폭력에 맞서고 있는 전사라는 자기 정체성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정부가 소를 죽이라고 종용하는 것은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된 증거와 피해를 덮으려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핵발전소 재가동과 핵발전소 수출에 혈안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방사능에 피폭된 소들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소의 피부에 나타나는 하얀 반점과 방사능 피폭과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라며 분노하게 됩니다.

그는 그의 소들과 함께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능 피폭 문제를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와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나만 괜찮다면 다른 목숨쯤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인간의 이기심에 맞서 싸우는 레지스탕스요 가미가제이며 테러리스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된 죽음의 땅에서 절망하지 않고, 생명과 희망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목장을 ‘희망의 목장’이라고 부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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