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시원 대책은 반쪽짜리”

서울시가 18일 발표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두고 고시원 외에 다양한 형태의 비주택 주거자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홈리스 주거팀’은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서울시 고시원 대책은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비주택 주거자를 위한 지원방안을 대책에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홈리스주거팀은 거리 노숙을 하거나 고시원, 쪽방 등 주택이 아닌 열악한 거처에 사는 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의 연대체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뒤 서울시는 6억 원을 들여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서울시 전역의 고시원을 전수 조사해 주거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노후고시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더구나 서울시는 전수조사가 아닌 고시원 5군데만 표본 조사해 노후도와 평균면적 등에 따라 이번 대책을 세웠다고 이들은 밝혔다.

서울시의 '종합대책’에 따르면, 방 크기가 7제곱미터 이상 확보되고 창문이 의무 설치된다. 현재 국일고시원 같은 구형 고시원은 방 하나에 3제곱미터 수준이다. 또 지난해보다 예산을 2.4배 늘려 올해는 노후고시원 70여 군데에 간이 스프링클러가 추가로 설치되고, 고시원 거주자도 ‘서울형 주택 바우처’ 대상에 포함돼, 1인당 월 5만 원씩 월세를 지원받는다.

이 밖에도 노후 고시원 등을 리모델링해 1인 가구에게 시세 80퍼센트의 임대료로 공급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사업 등도 시행한다.

이들은 서울시가 이번에 처음으로 고시원 주거기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2012년 수원시가 고시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면서 당시 수원시 기준은 방 크기가 15제곱미터였는데 왜 서울시는 7제곱미터를 기준으로 했는지 그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서울시는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김수나 기자

이날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서울시 건축기획팀에 대책의 전체 내용을 문의했지만, 관계자가 “언론에 보도부터 하고 나중에 정책을 수립하는 역순을 취했고, 대책 수립 완료 시기는 알 수 없다”고 했다면서 이는 “전시행정의 표본이자 진정성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이원호 책임연구원도 이번 서울시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고시원 거주자들이 고시원에서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합당하며, 비주택을 줄이고 전체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대책이 이번에 빠진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작년 국토부 주거실태 조사 결과 전국의 약 37만 가구가 고시원, 쪽방, 여인숙 등과 같은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중 40 퍼센트가 고시원에 산다.

그는 “비주택 거주자 중에 고시원 거주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그보다 많은 절반 이상이 사실상 고시원과 같거나 고시원보다 더 열악한 데서 사는데도 고시원 대책에만 머물렀다”며 “다양한 비주택 거주민에게도 적용되는 대책이 빠른 시간 안에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서울 고시원 대책인 채광창 의무설치도 “창가가 아닌 내실 중심으로 운영되는 고시원이 다수인데 이를 어떻게 의무화할 것인지, 기존 고시원과 신규 고시원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리모델링해 시세의 80퍼센트 수준의 월세로 공급하겠다는 것도 신규 건축물을 기준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 1인 가구 기준인지, 기존에 거주했던 가난한 1인 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인지도 명확히 하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바우처 지원액 월 5만 원에 대해서는 시흥시 주택 바우처는 1인당 9만 원인데 비해 서울형은 금액 자체가 적을 뿐 아니라 고시원을 제외한 다른 비주택 주거자에 대한 바우처 지원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동자동에 사는 주민 김호태 씨도 “고시원이 아닌 비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한 평도 안 되는 쪽방에는 창문 하나 없고, 옛날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며, 여름에는 찜질방이 되고, 샤워할 데도 없다”면서 “쪽방 사람들도 좀 살게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윤형우 활동가는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대책이 “고시원 이외의 비주택 거처 거주자의 주거와 안전을 도외시”했다며 “다양한 형태의 비주택에 함께 적용될 수 있는 ‘비주택 최저주거기준’의 도입과 실행,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홈리스주거팀은 이날 "고시원 화재가 나면 고시원 대책에 그치고 여관에 화재가 나면 여관 대책에 그치는 방식은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나 기자

한편, 이들이 서울시에 요구하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주요 개선안은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을 지침 기준대로 공급할 것과 월세 15만 원 상한선을 없애라는 것이다.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이동현 씨는 서울시와 SH공사가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의 공급량이 지침 기준량에 절반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비주택 주거자들이 입주하는 집도 턱없이 작은 공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비주택 주거자를 위한 매입임대주택을 전체 공급량의 15퍼센트인 225호를 공급해야 함에도 지금까지 그 물량만큼 공급하지 못했고, 올해도 100호만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비주택 주거자가 주거급여 수급자 대상이라 1인 가구 기준으로 월세 23만 3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도, 서울시와 SH공사는 매입임대주택의 월세 상한선을 15만 원으로 못 박아 입주자들이 최저주거기준선인 1인 가구 14제곱미터짜리 작은 집에 입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화장실과 주방을 포함한 14제곱미터 공간에 가스렌지와 붙박이장이 들어가면 자는 공간만 남고 일반 세탁기를 놓을 수도 없는 크기라 고시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서울시가 비주거 입주자들이 월세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제 아래 월세 상한선을 둔 것으로 국토부 훈령에도 없는 내용으로 서울시가 임의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비주거자들에 대한 낙인을 거둬야 하고, 매입임대주택 시행 과정의 이러한 문제까지 개선돼야 진정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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