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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월호 광장, 그곳에 교회가 있었다4년 8개월, 광장의 시간

2019년 3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향소 등 천막 시설이 완전히 철거됐다. 2014년 7월 세월호 가족 단식 농성으로 설치된 지 4년 8개월, 1700여 일 만이다.

철거 전날인 17일에는 분향소에 있던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정을 서울시청 서고로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됐다.

영정을 옮기는 날 종교계에서는 천주교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수도회), 불교 명진 스님, 개신교 홍요한 목사가 참여해 추도 예식을 진행했다.

영정을 옮기기 전 416가족협의회는 지난 5년 동안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가족들은 광화문광장이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엄마, 아빠들에게 든든한 힘이 됐고, 쓰러지지 않는 버팀목이 됐다”며 “시민들이 온 마음으로 그곳을 지켜 주고, 잊혀 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과 약속의 나무’를 심어 주었다. 세월호광장 안 그 어느 것 하나도 시민의 손길과 체취가 깃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의 진실을 찾기 위한 투쟁에서 함께 울고, 분노하고, 웃었던 지난 시간들은 시민가족 여러분의 ‘삶’이었으며, 정의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시민가족 여러분의 ‘의지’ 자체였다”면서 광화문 광장이 기억과 진실을 위한 새로운 연대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옮겨진 영정은 봉안처를 정하지 못했으며, 가족들의 뜻이 모아질 때까지 서울시청 서고에 임시 보관된다.

18일 세월호 분향소와 기억저장소 등 천막 14개 동이 철거된 뒤, 서울시는 사회적 재난을 기억하고 안전 의식을 기르기 위한 공간인 ‘기억, 안전 전시공간’을 구성해 5주기 즈음인 4월 12일 공개할 예정이다. 규모는 천막 14개 동의 절반가량인 약 80제곱미터다.

3월 17일 이안식에 이어, 18일에는 천막이 철거됐다. (사진 제공 = 4.16연대, 정현진 기자)

“단식, 기도, 미사, 연대와 참여로 이어진 교회의 발자국”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2014년 7월부터 4년 8개월. 광화문 세월호 광장은 눈물과 분노, 위로와 결의의 공간이었다. 특별법 제정,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싸움의 장이었고, 명절에는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을 기억하며 시민들과 명절음식을 나누는 위로와 나눔의 장,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억의 장, 잊지 않겠다고 다만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다짐의 장이었다.

그리고 이런 공간에서 가톨릭교회도 해야 할 일들을 찾았다.

2014년 7월 14일, 세월호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광화문에 천막 농성장이 설치됐다.

가족들이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4일째인 7월 17일,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찾았던 문정현 신부는 “가족 곁을 지켜야겠다”며 그 자리에서 동조 단식을 시작했고, 신자들이 동참했다.

가족들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23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25일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을 찾았다.

당시 이용훈 주교는 “내일(7월 24일)이면 참사 뒤 100일인데, 여전히 가족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생겨 안타깝다”며, 특별법이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강우일 주교는 당시 “특별법 제정은 전례가 없다”는 새누리당과 정부 주장에 대해,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1월 9일, 광화문광장에서 봉헌된 세월호참사 1000일 미사. ⓒ정현진 기자

세월호 가족의 단식이 16일간 이어지고, 방한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광화문 시복 미사가 결정되면서 7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7월 30일 입장문을 내고, “(시복미사가 봉헌되는) 8월 16일까지 세월호 가족 단식농성장을 함께 지키겠다”며, 시복 미사를 이유로 단식농성장이 철거된다면 무기한 동조 단식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남녀 수도회도 ‘하루 동조 단식 기도회’를 이어 가기로 했으며, 매일 광화문 천주교 천막에서는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기도회에 동참했다.

당시 시복 미사에 따른 농성장 철거 문제가 불거지자, 8월 12일, 당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미사를 할 수 없다. 그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가겠다”며, 시복 미사로 가족들이 퇴거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124위 시복 미사’가 열린 8월 16일. 미사에 앞선 교황의 카퍼레이드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식 34일째인 세월호가족 김영오 씨를 만나 위로했다.

8월 22일에는 염수정 추기경도 광화문 천막을 찾아 가족들을 만났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을 위해 도와 달라”는 가족의 요청에 “최대한 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답했다.

8월 25일,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전국 사제, 수도자, 신자들의 동참을 호소하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회개, 책임 있는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단식기도회를 제안했다.

사제단은 25일부터 노숙 단식을 시작하며, 매일 저녁 단식 현장인 광화문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이 단식기도회와 미사는 9월 4일까지 이어졌으며, 중단된 뒤에는 각 교구와 수도회별 기도로 진행됐다.

2014년 광화문에서 봉헌된 단식기도회와 매일 미사. ⓒ정현진 기자

2014년 12월 2일, 남녀 수도회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기억하는 미사’를 결정하고, 304번의 미사를 매주 광화문광장에서 봉헌하기로 했다. 이 미사는 12월 10일부터 시작해 2015년 11월 20일(봉헌생활의 해 폐막)과 함께 마치기로 했지만, 2015년 11월부터 정의구현사제단 월요 시국미사로 이어져, 2017년 6월 12일까지 2년 6개월간 진행됐다.

또한 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은 매주 두 번 광화문광장 천막에서 ‘세월호 아픔을 나누는 미사’를 진행했으며, 2018년 1월부터 장소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으로 옮겼다.

광화문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봉헌된 세월호참사 추모 미사는 올해 2월 25일 가톨릭행동이 진행한 미사다.

광화문 1700일, 사진으로 보는 기록

 
2014년 7월 23일, 이용훈 주교 농성 천막 방문. ⓒ지금여기 자료사진
2014년 8월, 단식기도회와 매일 미사. ⓒ정현진 기자
2014년 8월, 단식기도회와 매일 미사. ⓒ정현진 기자
2014년 8월, 단식기도회와 매일 미사. ⓒ정현진 기자
2014년 8월, 단식기도회와 매일 미사. ⓒ정현진 기자
2014년 8월, 단식기도회. ⓒ정현진 기자
2014년 8월 16일 광화문 시복미사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영오 씨. ⓒ김용길
2014년 8월, 단식기도회. ⓒ지금여기 자료사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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