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십자가 (이미지 출처 = Pxhere)

조 말셀라 수녀를 생각하면서

- 닐숨 박춘식

 

주님, 제 온 몸에 눈물이 돕니다*

 

악성종양과 가위바위보 하다가

사랑과 믿음의 아픈 시집(詩集)을 남기고

하늘로 숨결을 돌려드린 조 말셀라 수녀 생각으로

 

주님, 제 온 몸에 눈물이 돕니다

 

지난해 이맘때도 십자가를 껴안고 걸었습니다

피땀으로 젖은 나무둥치의 고통으로

올해도 언덕길이 힘들다고 멈칫거리는데

 

주님, 제 온 몸에 눈물이 돕니다

 

아이 앞에서는 환하게 웃어야 하는 엄마이지만

눈물 또 가난과 겹치는 갑질 소리에 짓눌려

맨바닥 가슴으로 기도를 하다 말다 서성거리니까

 

주님, 제 온 몸에 눈물이 돕니다

 

하늘에도 땅에도 은총 넘치는 사순 시기인데도

더 높은 의자를 찾거나 크게 돈 되는 일에

마음이 끌리면서 속 깊은 성찰은 숨어있습니다

 

주님, 제 온 몸에 눈물이 돕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3월 18일 월요일)

*조말셀라 수녀 시집 ‘제비꽃 기다림’의 95쪽 ‘프랑스를 떠나며’의 4연 시구(詩句)입니다.

 

지난해 가을, 조 말셀라 수녀에게 시집을 보내 드렸는데 원장 수녀의 회신이 도착하였습니다. "2013년 3월 15일(금) 오후 2시 49분경에, 조(광복) 말셀라 수녀님께서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선종하셨습니다. 수녀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투병 중에도 열심히 시를 쓰시고, 기도도 열심히 하신다는 소식을, 고맙게도 류 말가리다 수녀로부터, 한참 전에 들었는데, 느닷없는 선종 소식에 머언 하늘을 바라보며 빈 마음으로 죄스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선종하신 6년 전 3월 17일은 성요셉 성월이면서 사순 시기로 여겨지고, 그리고 금요일이여서 주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셨구나 하는 생각으로 위로하면서 말셀라 수녀를 위하여 기도하였습니다. 사순 시기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은혜로운 시기라고 말합니다. 인류 구세사의 긴 과정과 메시아의 십자가와 부활을 깊이 묵상하는 즉 구원의 핵심적인 신비를 믿음으로 재현시키고 동참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모든 독자님들께서는 사순시기와 부활을 위하여 많은 기도와 희생을 바치면서 특별한 은혜를 가득 받으시기를 빌고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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