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우 신부] 3월 10일(사순 제1주일) 신명 26,4-10; 로마 10,8-13; 루카 4,1-13

끌림. 우리는 무언가에 매력을 느끼면 거기에 끌리게 됩니다. 경치가 좋은 장소를 발견하면 몸이 끌리기도 하고 매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끌리기도 합니다. 혹여나 매력적인 물건이라면 고민 끝에 지갑을 열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무언가에 매력을 느끼면 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저 역시 하느님과 사제성소에 매력을 느껴 그분께 끌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매력에 끌려 그 속으로 들어가면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만들어진 결과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그 속사정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예 역시 그렇습니다. 결과물이라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만 사제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신학교에 들어갔지 내가 신학교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많은 분이 그러할 것입니다. 내가 매력을 느껴 무엇이 되고 싶은 생각은 강하지만 그 끌림에 있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은 간과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진부한 것에 끌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언가 새롭고 매력적이고 도발적인 것, 나의 마음을 뛰게 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창세기 3장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간들의 모습은 이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창세 3,6) 그렇게 끌림 속에 녹아 있는 것은 바로 위험입니다. 매력이 크면 클수록 내가 감당해야 할 몫, 그 위험은 크기 마련입니다. 오늘 1독서가 그것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로 배치된 신명기 26장은 이집트 탈출에 대한 기억을 회상시킵니다. 

이집트인들로부터 갖은 핍박과 박해를 받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집트 탈출은 그 무엇보다 매력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하느님의 끌림에 동참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끌림에는 수많은 인간적 유혹과 위험이 뒤따랐습니다. 이집트 탈출 여정 중 이스라엘 민족들이 내뱉었던 불평과 탄식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복음 역시 그러합니다. 우리는 사순 제1주일이 되면 어김없이 예수님의 유혹사화를 전해 듣습니다. 올해는 ‘다’ 해이기 때문에 루카 복음이 등장했습니다. 복음에도 ‘끌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루카 4,1) 그리고 그 끌림에는 또 다른 위험이 존재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험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습니다.

사순시기는 끌림의 시기다. (이미지 출처 = Pxhere)

여기서 우리는 주님께서 그 위험을 이겨 내시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바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어느 것에도 비길 수 없는 매력적인 말씀으로 위험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의 이스라엘 민족들이 겪었던 갖가지 위기와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이 존재하여 그들을 인도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하는 악마의 유혹에 주님께서는 신명기 8장 3절의 말씀을 꺼내 드십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너희가 알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유혹, 악마는 ‘모든 권세와 영광’이라는 또 다른 매력을 제시합니다. 여기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더 큰 매력으로 이를 극복합니다. 신명기 6장 13절의 말씀이지요.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을 섬기며”.

마지막 유혹은 조금 다릅니다. 악마도 성경을 인용합니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루카 4,10-11) 이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성경의 가장 근원적인 정신을 담아내는 말씀을 보여 주십니다. "너희가 마싸에서 주 너희 하느님을 시험한 것처럼, 그분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 바로 신명기 6장 16절의 말씀입니다. (흥미롭게도 예수님께서 인용하신 말씀 모두 신명기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유혹을 이겨 내십니다. 그러기에 광야는 예수님께 있어서 아버지 하느님과 하나되는, 진정으로 매력 있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게 됩니다.

이제부터 시작하는 사순시기 역시 아주 매력이 있는 끌림의 시기입니다. 사순시기는 우리를 회개로 이끌고 주님과 일치할 수 있도록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그 끌림 속에서도 우리에게 유혹과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만큼 나의 희생과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갖은 위험과 고난 속에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들이 하느님을 체험한 것과 같이 사순시기라는 매력적인 끌림 속에 녹아 있는 유혹과 위험을 잘 극복한다면 우리는 주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극복 속에는 복음의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이 존재해야 합니다. 이번 사순시기는 하느님의 말씀과 더욱 가까이하는 날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들이 ‘성령의 끌림’에 나아간 ‘매력 넘치는 광야’가 되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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