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위원 추진, 갈마동 성당에 1호 발전소도

“에너지 문제는 단지 전기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 창조의 보전과 지속에 응답하는 신앙의 문제입니다. 이 시대의 요청에 대한 응답의 첫걸음을 태양광발전사업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태양광발전 협동조합을 만들고, 갈마동 성당에 1호 발전소를 마련한다.

일부 교구나 수도원 등에서 태양광 시설을 개별적으로 설치하거나,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설치하는 사례는 있지만, 협동조합 설립은 처음이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2월 17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에너지 정의를 바로 세우는 뿌리가 되자는 의미를 담은 ‘불휘 햇빛발전협동조합’이 내건 목적은 “상생의 자연 에너지 생산을 통한 지속가능한 삶, 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를 통한 창조질서보전 기여”다.

첫 발전소가 세워지는 갈마동 성당 신자 40여 명이 발기인과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발전소 건립금 3600여만 원 가운데 약 3000만 원이 조합비로 마련됐다. 태양광 발전 시설은 상반기 중에 갈마동 성당 교육관 옥상에 설치하는데, 20.7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팔고, 수익금은 조합원들에게 배당된다.

생태환경위원회는 갈마동 성당 1호 발전소를 시작으로 교구 내 본당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의 에너지 자립이 과제인 만큼, 성당 신자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참여할 수 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진. 이들은 지난 3일 첫 이사회 뒤, 발전소가 설치될 갈마동 성당 교육관 옥상을 함께 둘러봤다. ⓒ정현진 기자

갈마동 성당 생태분과장이자 협동조합 이사인 최경해 씨는 “성당 생태분과를 중심으로 그동안 절전소 모임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실천을 하고, 연수나 교육을 통해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 왔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생태운동을 특별히 따로 하지 않아도, 생태나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개별 활동을 연계시키고,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공감하면서 발전소를 세울 수 있었다”며, “앞서 체험하고 실천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공부하면서 신자로서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보게 되면서, 가르침을 알고 있는 신자들이 도전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교회의 가르침이나 핵발전 사고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결국 ‘탈핵’이다. 핵발전소 하나를 없애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을 끊임없이 나누고 실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경해 씨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도 실천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가짜뉴스나 잘못된 정보들”이라며, “직접 태양광 시설을 운영하면서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이사장 권군호 씨는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뉴스에 나오는 기후 문제나 에너지 문제가 자신의 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당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생산한 전기는 약 10가구가 사용하는 양일 뿐이고 그것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 작은 행동이 세상에 퍼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힘이 되는 것이고, 함께하는 이들의 삶이 바뀐다면 그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에는 갈마동 신자뿐 아니라 이웃 성당 신자들도 참여한다. 반석동 성당 예비신자로 이사를 맡은 김성환 씨는 우연히 주보 공지를 보고 참여하게 된 것이 복이자 은총인 것 같다며, “에너지 문제, 지구 온난화 문제 등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었고, 세상을 살면서 당연히 알아야 할 지혜라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주체로 참여하고 싶었다. 이 일이 교구 안에서 또 하나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임상교 신부. ⓒ정현진 기자

임 신부는 이 과정에서 생태환경위원회가 다른 사목 분야와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도 강조했다.

우선 그는, 생태위원회는 사회사목이 아니라 ‘사회복음화’라며, “사회복음화라는 것은 우리의 활동을 통해 세상에 교회의 표징을 드러내는 것이다. 생태위뿐 아니라 민족화해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도 마찬가지이고, 그 활동은 대사회적이면서 그 대상은 밖을 향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교회는 항상 너무 바쁘고 각 사목 분야별로 일이 많다. 협력을 요청하면 그 자체를 또다른 일로 여기는데, 그럼에도 협업이 필요하다”며, “협력과 연대를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담이 될 것을 알지만 도움과 협력을 요청한다. 다만 그것에 응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생태환경위원회에서는 협동조합 외에 각 본당 주일학교 캠프, 어른들을 위한 생태 프로그램, 생태탐방, 교육 등을 구상하거나 진행하고 있고, 얼마 전 진행한 ‘생태걷기’는 참여자도 많았다.

그는 본당 사목을 하면서 교회가 위기라는 것을 심각하게 느낀다. “단순히 청년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수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교회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거나 성장시키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교회가 해야 할 일에 참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많지만 교회는 그들을 초대하거나 손을 잡는 데에 인색했다며, “교회가 신자들에게 무엇을 주는 것보다는 함께 만날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 교회는 어디에나 있는 의롭게 살려는 이들과 손을 잡고, 그런 모습을 미래 세대에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나 변화에 대해, 오히려 신자들이 낯설어하고 힘들어 외면하는 일도 많다. 이 부분에 대해 임 신부는, “그들을 설득하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그들 곁에서 버텨 주고 견뎌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인가 행하고자 하면, 함께 하려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고, 그들이 버틸 수 있도록 옆에서 견뎌 주고, 심한 공격을 받는다면 막아 주는 것이 사제의 몫이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 안에서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움직이지 않으려는 이들이 내미는 이유가 “중용” 또는 “중도”, “치우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바로 그것이 치우친 것”이라며, “치우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계적 중립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태환경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에 대한 특별한 상은 없다며,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을 할 뿐이다. 무엇을 해야 한다면 지금 이 일이 필요하느냐의 여부이고, 필요한 일이라면 이어질 것이다.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해 보는 것이고, 동행하는 이들이 있다면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다. 최소한 그 각자의 삶이 바뀐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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