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 관련자 전원 사면, 진상조사 촉구

정부가 밀양송전탑, 제주해군기지, 사드배치 등 7개의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107명을 3.1절 10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 복권 조치한다고 26일 발표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이번 조치가 전형적인 생색내기용 사면이며 진상조사와 사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특별사면에는 광우병 촛불시위 13명, 밀양송전탑 5명, 제주해군기지 19명, 세월호 11명, 한일위안부 합의안 반대 22명, 사드배치 30명, 2009년 쌍용차 파업 7명이 포함됐다.

이 대상자들은 형 선고 실효와 복권이 된 이들, 형 선고 실효만 된 이들과 복권만 된 이들로 나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표적 사건”이라며 다만, “시위 과정에서 중대한 상해를 일으켰거나 직접적 폭력이 행사된 사건”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배치 관련 사건에서는 찬성과 반대 모두가 사면 복권 대상이 됐고, 쌍용차 파업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받은 경찰관도 포함해 “진정한 의미의 사회 통합과 화목한 지역사회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사자들은 전형적인 생색내기용 사면일 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은숙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 주민대표는 “사면된 것은 하나도 없다. 복권만 된 상태에서는 벌금도 그대로 다 내야 하고, 재판 전이나 진행 때나 달라진 게 없다”면서 “문재인 정권이라 많이 기대했고, 언론에서도 다 사면되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67명 중 거의 다 70-80 되신 어르신인데 복권이라는 것은 공무원 시험 치고 국회의원 나갈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어르신들이 그거 준비할 것인가. 어린애들 장난도 아니고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밀양 송전탑 현장 행정대집행 상황. (사진 제공 =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 법률지원단에 따르면 재판에 넘겨진 주민활동가는 모두 67명으로 이번 특사에서는 이중 5명만 복권됐다.

이에 대해 법률지원단은 “전형적인 생색내기용 사면에 불과하다”며 “3.1절 100주년과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권은 경중과 사정을 다투지 않고 국가폭력의 관행에 대한 반성과 적폐청산의 취지에서 전원 사면해야 마땅한데도 밀양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밀양송전탑은 국가의 잘못된 전력 정책으로 인한 핵발전소 과잉 건설과 그 과정에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주민을 공권력으로 무차별 진압한 국가폭력”이며 현재 주민들은 “재산권의 상실, 송전 소음과 전자파 피해, 찬반 갈등으로 마을 공동체 붕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밀양 주민들은 밀양송전탑 진상조사와 정부의 공식사과, 제2의 밀양을 방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혁을 촉구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도 강정마을의 명예와 공동체가 진정으로 회복되려면 “사면복권은 필요 없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정과 국제관함식 개최과정에 대한 국가적 진상조사와 사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25일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추진과정의 민주적 타당성 결여가 해군기지 반대운동의 시작임을 아는 정부가 또 다시 민주적 절차를 파괴하고 국제관함식을 강행했으면서도 갈등 치유 대책으로 “공동체회복사업 지원과 사면복권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단지 시혜적인 지원사업과 사면복권이 아닌 정부의 철저한 반성과 사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8년 4월 경북 성주 소성리 진밭교에서 사드 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시민과 경찰이 대치하는 가운데, 김준한 신부 등 천주교 성직자들이 차 위에 올라서 있다. (사진 출처 = 사드저지 천주교종합상황실)

사드배치 관련 사건으로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된 30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 강현욱 교무는 “국가폭력에 맞서 힘겹게 싸웠던 이들이 사면을 받은 것은 당연한 조치”이지만 “소성리에 와서 마을 주민들을 폭행하고 현수막을 훼손했던 외부인들까지 30명에 포함돼 주민과 같이 사드관련 집회라고 싸잡아서 사면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말한) 지역사회 복원이라면 기본적으로 그 지역 사람으로서 찬성과 반대 입장에 설 수 있다. 이것에 누가 뭐라 하겠나. 그러나 이들은 외부에서 와서 주민들에게 거친 욕을 하고 마을 사람들을 때리며 괴롭혔다. 이것이 어떻게 정당한 입장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까지 주민과 동일한 선상에서 찬성과 반대라는 이름으로 사회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옳고 그름에 대한 모호한 태도가 아닌 국가가 잘못 선택했던 사드를 철회시키는 것이 진정한 사회통합이며 사회갈등 치유”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특별사면으로 모두 4378명이 형선고 실효 및 집행면제, 감형, 복권된다고 26일 밝혔다.

이밖에도 중증 질환자, 고령자,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 지속적 폭력에 대항한 우발 범행 사범, 생활고로 인한 절도 사범 등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수형자 25명도 이번 특별사면에 포함됐다.

법무부 대변인실에 따르면,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지속적으로 사면을 요구해 왔던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사면에서 정치인, 경제인과 공직자의 부패범죄 관련자와 각종 강력범죄와 음주운전 및 무면허 운전 사범도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사면은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이며, 첫 특별사면은 지난 2017년 12월 30일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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