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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또는 식별하는 순명 - ‘공동합의성’천주교개혁연대 3차 토론회

천주교개혁연대가 교회개혁의 방향을 묻는 세 번째 토론회를 열고 “공동합의성에 따른 교회 운영”의 길을 살폈다. 

가톨릭공동선연대, 가톨릭평화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등 6개 단체가 참여한 ‘천주교 개혁연대’는 지난해 9월부터 교회 쇄신의 현재와 비전에 대해 논의해 왔으며, 앞선 1, 2차 토론회에서는 ‘대구대교구 희망원’ 사건을 중심으로 천주교 사업장 실태와 개혁 방향을 살핀 바 있다. 

2월 23일 열린 3차 토론회에서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벗어나 전반적 교회 운영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서, ‘공동합의성’의 실현을 위한 방법을 찾았다. 

천주교개혁연대가 교회운영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3차 토론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교회, 급변침의 위기 맞을 것인가.... 무엇이든 다 해 봐야 하지 않겠나?”

첫 발제를 맡은 박문수 소장(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핵심인 ‘공동합의성’(synodality)은 그동안 호명하고 선언만 해 왔을 뿐, 변화하려는 의지로 실현되지는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해 보지 않아, 낯설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교회쇄신을 방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삼는 한국교회의 성직중심주의나 성직자의 권위주의가 한국의 유교문화에서 비롯된다는 시선에 대해, “기어츠 홉스테드의 분석을 빌리면, 한국 외 지역 교회 1/5만이 유교문화와 거리가 먼 형태이며, 이는 개인주의 문화의 영향”이라며, “집단주의 문화가 개인주의 문화로 이행해 갈 때, 쇄신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개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환경을 바꿔 지키거나 따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객관적 환경 변화를 위한 근거와 방법론으로서 ‘공동합의성’은 “평신도를 교회 운영에 더 많이 참여시켜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미, 즉 “참여와 경청”이지만, “현재 교구장 중심 구조나 교황 수위설 등을 중시하는 교회법의 틀은 건드리지 않은 채 기존의 기구에 평신도 참여를 늘리는 방식을 고민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러한 공동합의성 실현이 전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니며, 서구 개인주의 문화권 나라나, 한국 교회의 일부에서도 공동합의성에 기초한 교회 운영이 이뤄지거나, 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제도화가 필요하다. 평신도 참여의 통로를 더 넓고 다양하게 만들고, 권한을 가진 이들은 스스로 자각하고 내려놓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원의 주체이자 대상인 인간 본연의 문제”

이어진 발제에서 김항섭 교수(한신대 종교문화학과)는 정치나 행정의 틀이 아닌 사회 운영의 원리로서 “민주주의”를 교구나 본당 운영에 적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좁은 의미의 권력 문제, 누가 더 많은 힘을 갖는 문제가 아니며, 종교의 목적인 구원의 측면에서 인간 근원의 문제인 자유나 평등처럼 교회 운영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래로부터의 교회운영”은 교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교회 운영이며, 민주주의로 집약될 수 있다며, 교회 구조의 중심에 있는 본당의 정체성과 현재 의사결정 구조가 몇몇 종교 엘리트의 논의로 이뤄진다는 점을 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회를 구체화하는 세포로, 삶과 선교의 공동체로 규정되는 ‘본당’이 실제로 복음화라는 교회 사명에 적절한 기본 단위인가에 물음표를 던졌다. “현재 대형화된 교회 현실에서 본당은 이미 친밀성, 신뢰감, 삶의 나눔 등을 특성으로 하는 공동체의 성격을 상실했다”는 진단이다.

또 역사적으로 종교 엘리트들이 자발적으로 권력이나 권한을 나눠 주면서 민주화로 이끄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탁월한 종교 지도자의 가르침을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해 제도화가 이뤄지지만, 한번 제도화가 되면 “제도라는 매개 자체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그 가르침을 왜곡시키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의 역사는 종교 엘리트들의 제도적 이해관계와 일반 대중들의 ‘순수한’ 종교적 욕구 사이의 갈등이고 싸움”이라며, “이 싸움과 갈등에서 일반 대중들의 종교적 욕구가 반영되고 수렴될 때, 종교는 위기에서 벗어나 새롭게 거듭난다. 결국 답은 끊임없이 다투고 싸워서 얻어 내야 하며, 그것이 예수가 시작한 교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23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박문수 소장, 김항섭 교수, 강신숙 수녀가 발제했고, 30여 명의 신자가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순명, 파견받은 사명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능력"

마지막 발제를 맡은 강신숙 수녀(성가소비녀회)는 공동합의성에 근거한 수도원 운영 경험을 통해 ‘공동합의성’으로 실현되는 것은 무엇이며, 또 무엇이 갖춰져야 가능한지 설명했다.  

국제수도회 운영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수도회들은 그동안 “장상 의존적인 계급주의 모형, 이에 대한 반대 급부인 늪 모형, 참여하는 리더십을 표방한 바퀴 모델, 그리고 현재의 통합 모델”을 거치며, 형태상으로는 수직 구조에서 원형 구조로 변해 왔으며, 마지막 통합모델에 이르러 공동체 전체 구성원의 참여와 책임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강 수녀는 “통합된 합의방식”에 근거한 통합모델은 “리더십과 회원 의식, 수도회 내 권위와 힘의 역동성, 모든 회원들의 논의와 결정 자리인 총회에 대한 이해와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는 수도회의 소명을 확인하는 시대의 표징 읽기, 깊은 신앙, 공동의 사명을 의식한 참여형 리더와 회원 의식, 권위와 힘, 순명의 재해석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상이나 참사회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들이 수도회의 양성, 재정, 시스템, 소명 등에 대해 책무성을 갖고 걱정하며 수도회의 사명을 위한 복음적 방향, 지역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회적 위기의 문제를 고민하고, 연관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가운데, “권위, 힘, 순명”의 문제가 가장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를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순명과 리더십의 권한”과 관련해, “권위와 힘은 회원 모두에게 있으며, 수도회 회원으로서 역할 수행은 혼자든, 다른 이들과 함께든, 어디를 향해야 할지 아는 통합적 인간, 전체 수도회를 대신해서 존재할 수 있는 사람에게 부여된다”며, 권위란 '장상'이 아니라 무슨 사도직을 하든지 진정한 ‘회원’이 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또 ‘순명’에 대해서도, “무조선 예라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예라고 할 것과 아니오 할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며, 그 기준은 예수”라며,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파견을 받는 회원이 파견받은 사명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수녀는 이 같은 통합 모델, 모든 이들의 전적인 참여는 “사명에 대한 책무성과 이해를 갖추고 권위와 순명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회원들의 의식이 성숙하지 못하면 성숙한 모델이 갖춰져도 당장은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통합적 모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이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구성원들이 변화를 바란다면, 교회 안의 권위, 순명, 사명이 무엇인지 알고 또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지, 변화를 막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 존재 이유는 복음이라는 사명이지 조직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사명을 위해 중요한 것은 또한 복음을 전해야 할 시대에 대한 통찰”이라고 말했다.   

그는 “쇄신은 복음적 혁명이지만, 그 혁명은 힘으로 누군가를 끌어내리거나 위와 아래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복음적 가치를 다시 중심에 놓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본당에서도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될 필요는 없으며, 본당은 양성소이지 집합소가 아니다. 복음을 중심에 두고 제대로 읽는 것이 필요하며, (우리 모두의 양성을 위해서) 분열과 균열을 일으키는 이들이 필요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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