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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폐 청산, 양승태 구속은 단지 필요조건[인터뷰] 서기호 변호사

“지금 당장 저의 재임용보다는 대법원이 법과 원칙을 외면하는 것, 형식적 법치주의와 법원의 권위주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바꿔 나가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2012년 2월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에 탈락한 직후, 그가 활동했던 가톨릭대학생연합회 동문들과 함께 봉헌한 미사에서 했던 선언이다.

서기호 변호사는 서울북부지법 판사였던 2011년 말, 자신의 SNS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이듬해 2월 10일, 법관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았다. 당시 대법원장은 양승태였다.

그 뒤, 그가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변호사로 살면서 법조계 문제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진행됐고, 법복을 빼앗긴 지 만 7년을 며칠 앞둔 지난 1월 24일, 재임용 탈락은 물론, 서 전 판사가 낸 재임용 탈락 취소소송에 법원행정처를 통해 개입하고 대응문건까지 만들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지난 7년간 사법농단의 피해자로서 법조계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활동해 온 그에게 양승태 구속은 어떤 의미일까. 재임용 탈락 직후 그가 했던 선언은 어떻게 실천하고 있을까.

현재 민변 변호사들과 함께 법무법인 상록 소속 변호사로 살면서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의 변호를 맡아 법원과 검찰 모두와 싸우고 있는 그를, 한 방송 출연 현장에서 만났다.

서기호 변호사는 서지현 검사의 사건을 맡고 있다. 그는 사법부 적폐와 검찰 적폐를 이이제이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지난 7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서기호 변호사> : 우선, 재임용 탈락 직후부터 가장 힘들었던 것은 “판사로서 실력이 없었다, 하위 2퍼센트의 판사였다”는 낙인이었다. 법복을 벗고 할 수 있는 일은 변호사뿐이었지만, 당시는 변호사를 바로 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누군가 두 달 뒤 있었던 총선에 비례대표로 나가 보라고 제안했다. 당시 겪은 일이 개인적 일이 아니라 사법부의 문제였고 다른 사람도 똑같이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대응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고민했다. 당선 여부를 떠나 총선이라는 공간에서 법원의 부당성을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총선에 뛰어들었다.

당연히 낙선했고 우여곡절 끝에 7월에 비례대표직을 승계 받았지만, 막상 의정활동 중에는 그 문제를 이슈화하기 힘들었다. 당사자이기 때문에 공직에서 사적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이해충돌의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재임용탈락취소 행정소송을 통해 법정에서 싸우고자 했다. 그러나 그 소송조차도 법원행정처가 결과를 왜곡했고, 그 사이 법조계에서 음해가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사석에서 “서기호 판사가 실력 없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퍼트렸다.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실력 없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서면을 작성할 때도 판결문 쓰듯이 정성을 들였다. 변호사는 서면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맡은 사건 분야를 정하지 않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억울한 사건 전문”이다. 그런 사건은 대체로 이기기가 힘들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을 잘 몰라 억울하게 당한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지난해 8월부터 민변 변호사들이 일하는 법무법인으로 옮겼는데 가치관이 비슷한 이들이어서 그런지 무척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지금여기> : 서지현 검사 변호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원에 의한 피해자로서 또 검찰에 의한 피해자를 변호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서기호> : 우선 사건을 맡아 일하면서, 그리고 안태근 검사가 구속되면서 보람과 긍지를 갖는다.

서지현 검사 사건을 들여다보면 그 사건은 검찰 내부의 적폐 문제다. 나는 사법부 적폐의 피해자로서 싸웠는데, 이 사건으로 검찰과도 싸우게 됐다. 법원과 검찰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성원이 있어서 서지현 검사도 나도 힘을 얻는다.

안태근 검사가 구속되면서 물꼬가 트였다. ‘이이제이’라고, 법원 적폐에는 검찰의 칼을 빌리고, 검찰 적폐에는 법원 판결로 대응하려고 한다.

<지금여기> : 양승태 구속을 두고,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했다.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서기호> : 시작이라는 말은 양승태 구속이 사법농단 인적청산의 시작이고, 사법부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는 데 기본 전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일단 양승태 구속으로 나머지 관련 수사도 속도를 낼 수 있고, 사법농단의 큰 틀이 잡힌 것도 사실이다.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돌았다. 또 앞으로 법원에 남아 있는 이른바 ‘양승태 키즈’들의 반격도 충분히 예상된다. 오늘 김경수 경남도지사 구속 판결한 성창호 판사만 해도 그렇다.

양승태가 구속되었지만 최종판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 이른바 행동대장이었던 임종헌, 이민걸, 이규진 판사 등에 대해서는 기소도 되지 않았다. 양승태 수사가 마무리 되면 이들에 대한 수사도 시작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람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동급인 박병대 전 대법관이다. 중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그 역시 대법관 자리를 두고 판사들을 통제했고, 신망이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를 추종하는 판사들이 상당히 많다.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서기호 변호사. 그는 방송 출연에 응하는 것은, 진실을 알리고 복잡한 법 문제를 쉽게 설명해 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지금여기> : 다른 곳과 달리, 법관은 인사 시스템이 달라 인적 청산이 힘든데, 앞으로 사법부 청산에 대한 비전이 있나.

<서기호> : 인적 청산이 어려운 이유가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따라 인사권이 대법원장에게 있고 대통령도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관,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3000여 명의 인사권은 대법원장에 있다. 사람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정한 원칙과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또 하나의 딜레마가 법원 사무분담이다. 양승태 대법원장까지는 대법원장이 임명한 법원장이 각 법원의 사무분담을 결정했다. 결국 법원장 말을 잘 듣는 판사를 요직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의 생각은 좀 다르다. 사무분담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의 사무분담은 판사대표 회의에서 사무분담을 결정했다. 그래서 소위 물갈이 인사가 어려웠다.

딜레마는 이 부분인데, 양승태와는 다른 김명수 대법원장이 코드가 맞는 이들을 주요 자리에 배치하고 그들과 판사 배치를 하면 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다. 결국 지난 정권에서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방법이 있다면, 대법원의 법관 구성 다양화다. 보통 대법원 판결이 바뀌면 하부심 판결도 바뀌게 된다. 지난해 12월 김상환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 법관의 진보와 보수, 중도 비율이 5:5:3으로 균형을 이뤘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실현되면서 판결이 (상식적으로) 바뀌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1,2심도 바뀌고, 잘못된 판결도 바로잡힐 것이라고 본다.

<지금여기> : 그동안 민변 사법농단TF팀에서 활동했는데, 이 활동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서기호> : 사실, 사법부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바뀐다고 해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심지어 박근혜 탄핵 때조차도, 내가 아는 법원의 구조에서는 대법원장이 바뀌어도 달라질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김명수 대법원장도 현재 고위법관들에게 포위되고 고립된 상황이지 않나.

하지만, 처음 재임용탈락 때부터 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고, 막연하게 기다릴 수 없었다.

2018년 6월부터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민변에서 TF팀을 구성했는데,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탄핵분과장을 맡았다. 지난해 10월 30일, 판사 6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국회에 탄핵을 촉구했다. 그리고 1월 31일에 2차 탄핵명단을 발표했다.

민변이 발표한 1차 탄핵 대상 명단은 대법관 권순일, 법관 정다주, 이민걸, 이규진, 김민수, 박상언이며, 이들의 탄핵 사유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등의 지시에 따른, 재판 거래,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등이다.

또 이번 2차 탄핵 대상은 법관 김종복, 나상훈, 문성호, 시진국, 신광렬, 윤성원, 이진만, 임성근, 조한창, 최희준 등 10명이다. 이 명단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임종헌의 지시에 따라 재판 개입 관여,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에 따른 헌법상 권력분립원칙 훼손 등이 탄핵 사유다.

민변은 다음 달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공소장이 나오는 대로 3차 탄핵 대상자를 정해 발표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는 성창호 부장판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서기호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판사들이 저럴 수 있을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법관이 아니라 단지 사법 관료다. 재판의 독립이 아니라 출세와 승진, 대법관으로 가는 길을 위해 법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한 사법 관료”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고정방송 2개를 비롯해 누구보다 방송출연으로 바쁜 변호사다. 얼마 뒤에는 ‘서기호 TV'를 시작할 것이라며, 그 첫 방송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첫 재판 법정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법조인인지 방송인인지 헷갈릴 정도지만, 방송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국민들에게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을 정확히 알리고 싶고, 어렵고 딱딱한 법을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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