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하동기 씨

▲하동기 씨는 연세대 신학과 학생회장을 맡아 활동을 했다.

“2006년 평택 대추리(미군기지 이전사업 터)에서 작은 전쟁을 겪었다. 내 친구와 선후배들일 것만 같던 군인과 전경들이 자신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과 학생들에게 너무도 당연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마치 원수를 대하듯이 말이다. 그 때 폭력의 사용을 강제하는 국가의 요구를 거부하겠다고 다짐했다.”

2009년 7월 7일은 하동기 씨의 입영일이었다. 그러나 하동기 씨는 병무청에 입영을 하지 않을 것을 알렸다. 그가 왜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동기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목사가 꿈이었다. 교회에 성실하게 나가고 성경도 열심히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예수를 따르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학과’에 입학하고 성경을 읽을수록 자신에게 들리는 예수의 목소리는 ‘이웃을 사랑하라’로 압축됐다. 하동기 씨는 “특히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이웃에 ‘원수’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한다.

2005년 12월 27일 하동기 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나는 용기가 없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하지 못한다. 그러나 예수의 길이 결코 여기(군대)에 있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예수의 길이 “어느 상황에서든 누구든지 소외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을 사는 것”이라 믿는 그다. 그로서는 국가가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이웃을 갈라놓고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을 견딜 수 없었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군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길이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에서도 평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의 평화를 주로 얘기한다. 사화구조적인 불의가 개인의 평화를 파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병역 문제나 평화에 대해서 고민하던 하동기 씨는 교회 안에서 이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나 지도자가 별로 없어서 병역거부를 주저하기도 했다. 그의 고민이 신앙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김두식 교수의『칼을 쳐서 보습을』이었다. 책에서 이전에도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이 있었고, 신학적인 근거들도 마련돼 있다는 걸 보면서, 병역거부에 대한 확신을 더 가질 수 있었다.

▲"김흥겸('민중의 아버지' 작사) 선배의 삶을 보며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길임을 배웠다"는 하동기 씨

신학교에서 구약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하동기 씨는 “기독교에서 구약은 전부다 예수그리스도라는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역사의 흐름이다. 예수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구약을 해석하지 않으면 분명히 오류가 생긴다.”고 말한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을 전쟁의 신으로 표현하고 이방인을 쳐부수는 장면이 있지만, 이는 상징으로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목사가 되기를 바라신다. 그래서 하나님말씀을 공부하는 데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자식의 마음을 꺾을 수가 없다면 기도로라도 응원하겠다고 말씀하신다.”

이러한 어머니가 하동기 씨는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이혼을 하시고 홀로 자신을 키워오신 어머니를 하동기 씨는 가장 존경한다. 어머니 덕분에 자신이 공부를 하고 신앙생활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항상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려주셨다”며 자신 역시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예수의 걸음을 따르는 길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

“전과자의 신분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게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하고 싶고 또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하동기 씨. 신학과 안에서 연극동아리를 하는 그는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함께 소통하는 연극이 너무 좋다고 한다.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감옥에서 나오면 연극을 하지 않겠냐”며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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