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농업 가능하니” 낮은 토론회 열려

▲2005년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피크 오일 보고서를 작성, 석유부족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사진 / YouTube - Oilyboyd )

2018년 유가는 배럴당 400달러를 넘기고 전국의 주유소에서는 석유 배급제가 실시된다. 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료 값이 오르자 덩달아 고기값도 오르고, 밥상에서 고기를 구경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2008년 다큐 ‘호모오일리쿠스’를 제작한 윤진규 피디는 2015년, 전 세계 석유 생산의 정점을 뜻하는 피크 오일(Peak Oil)이 닥치고 난 후의 상황을 위와 같이 예견한다. 석유 생산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나서는 생산량이 줄어들고, 지금과 같은 석유 소비량으로는 당장에 오일쇼크를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피크 오일의 위기를 경고해온 일본 도쿄대학의 이시이 명예 교수는 “석유 위에 떠 있는 것이 바로 현대 농업”이라고 강조한다. 비료와 농약은 석유로부터 만들어지고 농기계는 석유의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1996년에 전국귀농운동본부(이하 귀농본부)에서 발간한 귀농통문이 50호를 맞이했다. 이번 호에는 윤 피디의 글과 함께 탈석유농업을 짓기 위해 노력하는 추성수 씨의 글이 실렸다.

추성수 씨는 8년 째 비닐 없이 농사를 짓고 있다. 토양수분의 유지와 잡초 억제, 토양 침식 등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비닐멀칭을 사용한다. 유기농사를 짓는 이들도 비닐을 덮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추성수 씨는 그러나 사용하고 난 비닐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땅을 오염시키고 비닐을 만드는 데 쓰이는 석유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비닐 없는 농사를 짓는다.

추성수 씨는 기계 없는 농사도 짓고 있다. 석유 사용량을 줄이고, 흙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란다. 대신에 넓은 평수의 농사를 짓지 못하고 온 가족이 농사에 매달려야 한다. 아들 둘이 학교를 포기하고 농사를 짓게 한다고 주위로부터 욕을 먹어도 두 아들이 오히려 “농사가 최고의 직업인 걸 믿고 실천한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자신의 무비닐, 무기계 원칙 농사를 설명하는 추성수 씨

피크 오일의 위기는 다가오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 씨와 같은 농법을 실천할 수 있을까? 7월 4일 귀농운동본부 회원의 날에는 이에 관한 ‘낮은 토론회’가 열렸다.

평창에서 왔다는 서인수 씨는 비닐과 기계 없이 어떻게 농사가 가능한 지를 물었다. 추성수 씨는 “착하고 부지런한 아내와 자식이 농사를 함께 지어 가능했고, 농사를 많이 짓지 않는다”고 답했다. 농사로 기존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애시당초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추 씨는 대신에 “내 앉은 자리에서 내 터전을 가꾸고 일궈가는 보람으로 온전한 삶을 찾길 바란다”며 다른 즐거움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비닐이 아닌 다른 재료로 멀칭을 해본 개인들도 자신의 사례를 나눴다. 잡초와 병충해에 약한 채소를 많이 짓지 않고 곡식 중심의 농사를 지으면 좀 더 석유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바쁜 농사일에도 탈석유농업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기 위한 실험과 연구를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귀농운동본부의 차광주 귀농정책연구소장은 “개인별로 상황이 달라서 모두에게 무비닐 농사와 같은 탈석유농업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탈석유농업에 관한 확고한 원칙을 마음속에 지니고 농사를 짓자”고 얘기했다. 아울러 무비닐 농법이 사화전체 차원에서 환경보전과 에너지 절약에 공헌하는 바를 따져 정책적 지원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이야기는 옛말이 됐다. 이렇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농부들이지만 그에 상관없이 조용히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고 있다. 석유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정책이 없는 녹색성장은 자칫 공허해질 수 있다.

▲토론회를 마치고 열린 '빈손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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