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최광웅] 소선거구제는 거대정당도 손해 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는 2016년을 기준으로 인구 540만 명(영국 전체의 8.2퍼센트)이 살며, 상당 정도 자치권을 갖고 있는 영국(United Kingdom)의 4개 구성국 가운데 하나다. 1999년 첫 출범한 스코틀랜드정부는 의회 동의를 얻어 취임하는 제1장관(First Minister, 총리)이 12개 내각부를 이끌고 있다.  

1999년과 2003년 스코틀랜드의회 지역구선거에서 노동당은 겨우 30퍼센트대 득표율로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2011년과 2016년에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45퍼센트대 득표율로 의석비중은 무려 70-80퍼센트대를 점유했다. 이 네 차례 선거에서 제1당이 불로소득으로 취한 의석은 평균 22.5석이며 전체 지역구의석의 30퍼센트가 넘는다. 2007년에는 노동당이 지역구득표율 2위로 밀려났으나 오히려 의석 1위는 물론이고 과반의석까지 유지했다. 이때도 노동당이 얻은 초과의석은 13석이나 된다. 이처럼 소선거구제가 갖는 결정적인 한계는 소수정당뿐만 아니라 거대 제2당에게까지 큰 불이익을 안겨 준다는 점이다. 간간이 제1당에게도 손실을 끼친다. 

한편 비슷한 시기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실시된 영국하원 선거결과는 스코틀랜드의회 지역구선거 결과와 빼닮았다. 소선거구 지역구 다수득표 방식으로만 선출하는 영국 하원의원은 스코틀랜드지역에 2001년까지 총 72인, 2005년부터는 59인(영국 전체의 9.1퍼센트)을 배정하고 있다. 그런데 매번 선거 때마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주장해 온 SNP가 초강세를 보인다. 2001년과 2010년에는 약 20퍼센트 득표율로 제2당, 2015년과 2017년 총선에서는 제1당을 차지한 바 있다. 

2001년부터 세 차례 총선 때는 노동당이 40퍼센트 안팎 득표율로 의석을 70퍼센트 이상 싹쓸이했다. 이와 반면에 20퍼센트 안팎을 획득한 제2당은 의석비중이 겨우 11.6퍼센트에 그치고 말았다. 제1당인 노동당의 초과의석은 단순평균으로 무려 27석, 제2당의 평균 손실의석은 6석이다. 또한 2015년 총선에서 득표율 50퍼센트를 차지한 SNP가 의석은 95퍼센트를 싹쓸이했고, 득표율 24.3퍼센트로 나름 선전한 노동당이 단 1석(의석비중 1.7퍼센트)에 그치는 처참한 수모를 당했다. 

2년 후 조기 총선 때도 SNP는 민심의 지지보다 13석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갔다. 하지만 제2당인 보수당은 유권자로부터 얻은 지지율보다 4석을 억울하게 죽은 표로 내놓았다. 이렇게 한쪽에서는 엄청난 표 도둑질이, 또 다른 쪽에서는 적지 않은 표가 강탈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초과의석이나 죽은 표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표 도둑질과 같은 우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다.

1999년 스코틀랜드정부 출범 이후 다섯 차례 선거에서 과반의석은 SNP가 승리한 2011년이 유일하다. 이 당시 SNP는 지역구 초과의석 20석과 비례대표 13석을 합하여 총 69석, 의석비중으로 53.5퍼센트다. 제2당인 노동당은 지역구에서 8석의 의석 손실을 보았으나 비례대표에서 22석을 배정받아 합계 의석만큼은 정당(비례대표)득표율을 상회했다. 이는 나머지 네 차례 선거 때도 마찬가지다.

소선거구 다수제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한국도 지역구선거 결과는 영국 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선거구제로 바뀐 13대 이후 여덟 차례 총선에서 제2당의 의석 손실이 발생한 건 두 차례다. 13대 제1당 민정당은 지역구에서 9석의 초과이득을 얻었으나 통일민주당은 9석의 의석손실을 입었다. 통일민주당은 23.8퍼센트 득표율에도 19.3퍼센트에 그친 평민당에게도 밀린 의석 제3당에 그쳤다. 18대 총선 때는 통합민주당이 7석의 의석손실을 보며 66석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이 간신히 넘긴 과반의석은 무려 23석에 이르는 초과의석 때문이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3석의 초과이득을 보았으나 의석에서는 득표율로 1.3퍼센트 뒤진 더불어민주당에게 오히려 5석을 더 허용하며 제1-2당 순위까지 뒤바뀌었다. 이와 같이 우리 한국 총선 사례에서도 보듯 소선거구제는 소수정당뿐만 아니라 거대 제1-2당까지 불이익을 본다. 결론은 민심 그대로를 국회에 반영하는 선거제도개혁뿐이다.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30년 동안 국회, 지방의회, 청와대, 민주당 등에서 일한 대한민국 1호 데이터평론가. 역대 선거데이터와 각종 사회경제적 지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해 왔다. 2015년 <바보선거> 출간 이후 주요 일간지 등에 다양한 데이터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대 총선 여소야대 및 국민의당 정당투표 2위를 정확하게 예측해 냈다. 19대 대선 때도 홍준표 3퍼센트 지지율 시점에서 안철수 3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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