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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용되는 미사곡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나요?[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가 악보. (이미지 출처 = Pxhere)

지난주에 다루었던 질문, “대영광송은 언제 하나요?”를 읽고 애독자 한 분께서 추가 질문을 해 오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가톨릭성가'나 '청소년 성가'집에 수록된 곡 말고 다른 것을 노래로 부를 수 있는가?라고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저도 우선 답만 먼저 말씀드리자면, 미사전례를 성가대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성체성사를 주례할 분과 상의하여 정한다면 미사곡은 그날 전례에 맞게 선별하여 부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좀 더 넓게는 미사전례를 꾸미는 구성원들이 충분히 상의하여 성가집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성가를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평소에는 성가집에 수록된 성가들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부활이나 성탄 혹은 몇몇 의미 있는 대축일에는 뭔가 좀 더 장엄하거나 화려한 곡을 가지고 미사를 꾸며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매우 유명한 고전음악가들이나 존 리빗(John Leavitt)과 같은 현대 작곡가 등의 미사곡을 불러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가대가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가 미사전례에 사용하는 성가들이 성가대만 부를 수 있는 곡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미사에 불리는 성가들은 모든 신자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음치라서 따라가기 어렵다고 하시는 신자 몇 분은 어찌할 수 없다고 해도, 대부분 신자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어야 미사의 공동체성이 살아날 것입니다. 

특히, 자비송(Kyrie) 혹은 대영광송(Gloria)같이 성가대와 회중들이 서로 한 소절씩 번갈아 가며 부르는 기도문들은 그만큼 어렵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간혹 성가 중에 대영광송으로 불릴 만한 곡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미사 통상문에서 수록된 내용을 매우 간략하게 줄여서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 정도만 표현한 곡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 반복되는 것으로 유명한 떼제(Taize) 성가 중에는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 영광 영광 알렐루야 알렐루야”를 여러 번 반복하는 성가가 있습니다.('하늘에는 영광이요' 참고) 

어떤 분들은 대영광송의 시작인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는 가사 이후에 내용이 몽땅 빠져 버린 것이라 사용할 수 없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성자와 성령의 이름이 빠져 있기에 대영광송이라 할 수 없다고 해도 드릴 변명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미사를 주례할 사람이라면 이런 곡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자 분들이 사실상 대영광송의 내용을 다 알고 계시기 때문이고, 이 노래는 누구나 다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단순 반복되는 가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름답게 흐르는 선율 속에 하느님께 드리는 영광(Gloria)이 잘 살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건 제 생각이고 본당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을 너무 생략한 듯해서 석연치 않다면 성가대 지휘자께서는 성가대 단원들과도 상의해 보시고 미사 주례자의 조언도 구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언뜻 무시해도 되는 절차처럼 보여도 공동체 안에서 전례를 꾸미는 이들 사이에는 중요한 대화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대화에 소홀하지 않다면, 미사를 더 많은 이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꾸밀 수 있을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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