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부산 전포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이 마을의 주요 공공재를 사유화하려는 재단법인의 위수탁을 취소하라며 부산진구청 앞에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장영식

제가 살고 있는 마을의 복지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구청으로부터 위수탁으로 운영하던 모 학교법인의 사정으로 위수탁을 철회해서 다른 법인이 2019년 1월 1일부로 위수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수탁 심사 과정에서 내정했던 시설장의 전문적 운영 방침과 발표 등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법인이 시설장과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공채라는 이름으로 시설장을 새로 채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공정하고 평등한 민주주의적 방식인 ‘공채’라는 허울 속에는 법인의 검은 그림자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새로 위수탁을 받은 법인은 위수탁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설장이 부재 중임에도 일방적으로 복지관을 방문, 직원들에게 제 서류들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사회를 열어 직원 중 한 사람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이러한 법인의 일방통행에 대해 모든 직원들은 지역사회의 중요한 공공재인 복지관을 사유화하려는 법인의 반민주적 폭력성에 반대하며 농성과 1인 시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복지기관의 위수탁 과정에서 법인들의 일방적 운영 형태에 경고를 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복지관의 주인인 지역사회 주민들을 우롱하고, 위수탁 심사위원들을 기만하고, 위수탁 주체인 구청과 구의회를 기만한 사태입니다. 마치 법인이 복지관을 점령한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모습에서 공유재에 대한 철학과 가치를 찾아볼 수 없는 야만의 행동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 주민 대표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된 복지관 운영위원회에서도 직원들의 투쟁을 강력히 지지하며, 새로 선정된 법인의 위수탁 심사 과정의 사실들을 위반한 핵심적 내용을 문제 삼아 위수탁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꽃인 마을에서부터 절차적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법인을 반대하며, 새해 벽두부터 혹한의 추위 속에 투쟁하는 복지관 직원들과 운영위원들을 지지하며 응원합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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