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화재 사고 현장에서 숨진 이들을 위한 추모 미사 봉헌

12월 30일, 서울 천호동 화재 사고 현장에서 숨진 이들을 위한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지난 12월 22일 천호동 성매매 밀집 지역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어진 지 50년 됐고,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사고 당시 불이 난 1층에서부터 연기가 빠르게 퍼지면서 2층에서 잠을 자던 이들이 숨졌다.

천호동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인권 보호 활동을 하는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 집은 미사 뒤 재개발이나 노후한 건물 문제 뿐 아니라, 희생당한 여성들이 왜 그 곳에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착취와 폭력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냐의 집은 “어떤 이들이 재개발, 재건축으로 이익이 얼마나 남을까 하며 하루, 이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여성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희생됐다”며 “화재 사건이 소방시설 미비나 관리 소홀이라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희생자들을 이러한 환경에 놓이게 한 책임자들을 찾고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화재 현장의 모습. 1층과 2층의 쇠창살과 콘크리트로 막힌 창문이 대비를 이룬다. ⓒ신재용 기자
추모 공간 모습. 미사가 열리기 전부터 많은 시민이 추모의 뜻을 남겼다. ⓒ신재용 기자
이날 미사는 약 100명이 참석해서 숨진 이들을 추모했다. ⓒ신재용 기자
이날 미사는 예수회 김정대 신부, 박상훈 신부, 조현철 신부가 함께 집전했다. 박상훈 신부는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노예 제도가 생각난다. 우리를 해방시키시는 하느님과 함께 노예제를 타파할 수 있게끔 각자 있는 곳에서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재용 기자
강론을 맡은 조현철 신부는 “이들의 삶은 우리 사회가 만든 하나의 단면이기도 하다. 국가와 사회가 방치한 성 착취의 공간에서 일어난 예정된 비극”이라고 말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신재용 기자
미사 중에는 숨진 이들을 위한 고별식이 열렸다. 이해인 수녀가 보낸 ‘슬픈 기도’라는 추모시가 낭독됐고, 수녀들이 가수 커피소년의 ‘내가 니 편이 되어 줄게’를 불렀다. ⓒ신재용 기자
참가자들이 국화꽃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신재용 기자
추모 미사를 주관한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 집 이종희 소장은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해 철저히 진상이 규명되고 조사될 수 있도록 다 함께 힘 모아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신재용 기자
참가자가 추모 공간에 종이학을 달고 있다. ⓒ신재용 기자
참가자가 추모 공간에 국화꽃을 달고 있다. ⓒ신재용 기자
천호동 화재 사고 현장. 창에 쇠창살이 있고, 일부 창문은 콘크리트로 막혀서 탈출과 구조가 어려웠다. ⓒ신재용 기자

이날 강론을 맡은 조현철 신부는 “어쩔 수 없이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하느님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였을 것이다.”라면서 “그들의 삶은 우리 사회가 만든 하나의 단면이기도 하며, 국가와 사회가 방치한 성 착취의 공간에서 일어난 예정된 비극"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 씨를 말하며 “국가와 사회가 방치하다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가 죽은 것처럼, 이윤과 돈이라는 이유로 제도가 방치된다”면서 “성매매도 겉모습은 달라도 근본은 같다. 제도가 방치되고 유지되고 쉬쉬하는 사이 죽음이 반복된다.”면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대책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미사는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 집이 주관했고, 예수회 조현철 신부, 박상훈 신부, 김정대 신부가 집전한 가운데 이정훈 강동구청장을 비롯,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 수녀와 활동가, 신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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