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 (이미지 출처 = Pixabay)

 

선물도 준비 못 했는데

- 닐숨 박춘식

 

! 신은 죽었다

!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 신은 심신 약한 사람들이 만들었다

! 신은 존재하든 안 하든 나와 상관없다

 

? 누가 하느님을 무시하도록 잠자코 있었는지

? 누가 하느님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였는지

? 누가 하느님을 보여주지 못하였는지

? 누가 하느님을 죽이도록 만들었는지

 

- 바람이 지나가며 제 모자를 연거푸 집적거립니다

- 죽은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제 발등을 내리칩니다

- 눈송이가 양 볼을 만지며 겸손을 일러줍니다

- 별들이 ‘진보라 눈물’을 선물하라고 손짓합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2월 24일 월요일)

 

지금 예수님께서는 구유에 누워 계십니다. 많은 이들이 선물을 들고 갑니다. 그런데 저는 아기 예수님께 드릴 선물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오만한 마음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선물 대신 용서를 청하는 간절한 마음만 있기 때문에, 구유에 계시는 하느님을 멀리서 바라봅니다. 근래 유명한 과학자들이 ‘신(神)은 없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분들이 살아온 고을에 사는,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어떤 모습을 학자들과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기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학자들이 ‘신은 없다’고 말하거나 글로 남겼는지 많이 궁금합니다. 하느님은 직접 나타나지 않으시면서,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하느님을 억만 분의 1이라도 보여 드려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저의 생각이 틀린 생각이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모든 어른들이 당장 구유 앞에 무릎을 꿇어 참회하는 기도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상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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