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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교회, 모든 기회에서 평화의 길 찾아야"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 방한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가 한국을 방문해 일정을 이어 가고 있다.

브롤리오 대주교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화해를 위한 한국 천주교회의 노력에 힘을 싣기 위한 연대 방문”이라고 목적을 밝히고 한국 주교단과 염수정 추기경을 만나고 통일부와 미국대사관 등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길에는 국제정의평화위원회 버지니아 페리스 위원도 동석했다.

이번 브롤리오 대주교 방한은 2017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국제회의 결의와 이기헌 주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브롤리오 대주교는 올해 2월 26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한국 교회와 한국 정부의 노력에 연대하여, 나는 미국이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오랜 갈등을 해소할 수단으로 군사적 대치보다는 외교적 수단을 활용하려는 노력들을 장려하고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당시 이 서한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즈음 발표된 한국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담화 ‘평화의 여정을 시작하며’ 영역본도 첨부됐다.

이번 방한 실무를 맡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 강주석 신부는 “미국 주교회의 입장은 한국 교회와 주교회의를 지지하고 연대하며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함께 한다는 것”이라고 방한 취지를 밝혔다.

18일 입국한 브롤리오 대주교의 일정은 19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 참석으로 시작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백장현 박사, <데일리NK> 강미진 기자, 주교회의 민화위 총무 이은형 신부, 메리놀회 함제도 신부 등이 참석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현안, 북한 인권, 주교회의 민화위 활동, 북한 결핵환자 지원 사업 등에 대해 발제했다.

먼저 백장현 박사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맞물리면서 선순환으로 완성되는 과정이며, 미국도 ‘선 북핵 폐기, 후 대화’ 정책을 폐기하면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고 대화의 해법을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백 박사는 “6월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을 이행할 후속 협상은 6개월째 답보상태다. 미국은 북한에 먼저 핵리스트 신고, 사찰을 요구하고 북한은 상호 신뢰가 없다며 핵동결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폐기와 북미 간 국교수립과 평화협정 체결 등은 모두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북미 사이에는 오랜 시간 인내하며 합의를 이행할 상호 신뢰가 없다며, (신뢰를 위해 중요한 것은) 미국의 상응조치라며, “낙관적으로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까지 북핵 시설의 핵심 20퍼센트 폐기와 그에 상응한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 선언, 대북 경제제재 철회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미진 기자는 탈북민을 통해 직접 파악한 북한 내 인권 문제에 대해 아동과 여성 인권, 북한 군대 내 성희롱과 인권 침해, 학교 내 따돌림, 강제 주민동원 등에 대해 설명했다.

강 기자는 이 같은 인권 문제가 북한에서도 발생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권 침해가 남한보다는 낮은 비율로 일어나고 최근 북한에서는 주민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의식이 낮고 또 인권 상황이 좋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특별히 북한의 인권 문제에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면서 북한 당국 역시 무리한 처벌이나 처형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일부 언론이 북한의 실상을 왜곡해서 보도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신부는 1995년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발족, 1999년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개칭 등을 통해 교회가 선교보다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당시 북한 내부의 정치, 경제적 심각한 위기, 민간 교류와 협력 확대 등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교회도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대양한 지원사업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많은 이들이 각종 지원 사업에 동참하고 방북을 하면서 북한에 대한 편견이 깨어지고 민족적 동질성과 형제애를 느끼게 됐다며, 이러한 관계의 지속이 통일시대 남북 통합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정권의 등장이 남북 교류와 협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교회 내부에서도 정치 갈등화 현상이 나타나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세속화하려는 경향이 점차 강해졌지만 교회는 꾸준히 인도적 지원사업과 종교적 교류를 위한 노력을 계속 했다며, “평화로 향하는 길이 쉽지 않지만 이 모든 장애와 변수를 우리의 신앙으로 극복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 특히 미국 천주교의 관심과 평화를 향한 신앙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북한 결핵환자 지원 등 인도적 대북지원을 해 온 함제도 신부(메리놀회)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모든 미국인들의 방북이 불허된 적이 있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국가 이익과 정치적 이유로 방북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인도적 지원이라는 설득 끝에 제한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며, “정치와 종교를 떠나 고통받는 민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협력해야 한다.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브롤리오 대주교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브롤리오 대주교, 북핵문제 미국 정부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제재와 위협으로는 북핵문제 풀 수 없다”, "북핵에 대한 미국 책임 알아야"
“한반도 평화의 또 다른 장애물, 심각한 군비 증강”

발제 내용을 들은 브롤리오 대주교는 “이 자리를 통해 미국 주교회의가 한반도 평화의 지지자, 협력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견해를 듣게 되어 기쁘다”며, “미국 정부와 교회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미국 교회와 한국 교회가 협력하는 것은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이고, 이런 만남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미국 교회가 한반도 상황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미국 주교회의가 예멘에 대한 미국의 군사활동 중단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했다며, “이 법안이 미국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영향은 (교회의 활동과) 전혀 다른 문제”라며 (평화를 위한)교회 역할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변진흥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 기획위원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국가 이익 차원에서 실행을 미루고 있다고 보인다며, “미국 주교회의가 다시 정부에 국익이 아닌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원래 정신대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변 위원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국이 한국의 평화정책을 어떻게 뒷받침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미국 교회가 미국의 대외정책 윤리성이 상실됐다는 것에 대해 미국 사회의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에 압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은형 신부는 한반도 분단과 북핵 문제에 미국의 책임이 있으며, 평화 프로세스도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고, “미국 교회가 평화의 길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기도해 달라. 북한의 인권 문제도 고립될수록 심해지는 만큼, 미국이 제재를 풀면서 인권 문제도 함께 풀어 가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브롤리오 대주교는 특히 남북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가족이 오랜 시간 강제로 헤어져 살아야 하는 상황에 깊이 공감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미국 정부를 어떤 논리로 설득할 수 있을지도 물었다.

이에 대해 백장현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은 선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고 실행이 남았다. 실행을 위해서는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김정은의 메시지는 미국이 먼저 조치를 취해 주면 보다 과감히 비핵화를 실행한다는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발언이 실행되려면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또 그는 “북한은 경제 발전을 강하게 원하는데, 경제 발전과 핵은 동시에 가질 수 없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핵을 폐기할 의사가 있느냐를 따지기보다는 핵폐기를 하도록 국제사회가 합심하고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진흥 위원도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 것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며, 이미 북미 간 협정을 미국이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남한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비핵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미국도 그런 북한을 보면서 새로운 신뢰를 갖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하지만, 미국은 원칙만 강조하고 이후의 실행을 위한 단계를 열어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미니코회 조성하 신부는 “대북제재가 강화되어 있을 때, 북한의 핵위협도 가장 고조되어 있었다”며, “대화를 열고 북한이 최소한 핵을 더 발전시키지 않고 표면적으로 실험장을 폐기했다. 무엇이 더 이익인가 따져 본다면 대화와 긴장완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성공회대 이대훈 교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더 검토해야 할 또 다른 장애가 있다며, “군비경쟁 문제, 특히 한국의 군비 증강이 위험한 속도로 가고 있으며, 이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도 가세한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평화협상과 별도로 군비증강은 계속되고 있고, 성공적 평화협상을 하더라도 남한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군비증강을 할 것이다. 이미 곳곳에서 군사기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은 군축 논의가 진공상태다. 군축 문제를 공개하거나 논의, 문제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브롤리오 대주교는 “신앙인은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70년의 분단이 평화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한국과 미국이 자매 교회로서 대화와 화해, 지속적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변화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부터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이산가족의 고통에 대해 들었고 공감하고 있다. 정치적 조건이 가족의 만남과 통합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가족의 유대가 갖는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는 함께 계속 협력해야 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길을 계속 찾아야 한다. 우리의 모든 기회를 통해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는 1951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하이츠에서 태어나 1977년 클리블랜드교구에서 사제로 서품됐다. 2001년 도미니칸공화국 교황대사 겸 푸에르토리코 교황사절로 임명돼 주교품을 받았고, 2007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군종대교구장을 맡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에서는 국제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간담회 참석자들과 브롤리오 대주교.(맨 앞쪽 가운데)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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